‘한국산 명품’ 생활용품으로 주방문화 선도
“주부들의 주요활동 공간인 주방을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아트 갤러리로 만들겠습니다.”
박수근, 고호, 세잔느 등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들어간 화이버 글라스 생활용품(쟁반, 그릇, 도마, 다용도통 등)을 생산·판매하는 (주)화이버텍(www.fibertec.co.kr) 최금주 대표이사는 앞으로 더 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접목한 제품 개발로 주방문화를 선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결혼 후 가정주부로 있던 최 대표는 우연히 접한 영국산 화이버 그라스 제품에 반한 것이 창업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당시 영국산 제품이 너무 가격이 비싸 주부들이 갖고 싶어도 선뜻 구입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누구나 저렴한 가격에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국내산 화이버 그라스 제품을 직접 만들어보겠다는 마음으로 최 대표는 지난 81년 창업을 했다.
국내에서는 화이버 글라스를 만들 수 있는 업체도 없었고 기술력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창업한 최 대표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화이버 글라스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150도에 달하는 열과 압력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나무몰드, 알루미늄몰드 등 다양한 제조기법을 시도하며 실패를 거듭한 후 1년만에 마침내 제품개발에 성공했다.
개발과정에서 몰드와 몰드 사이 실리콘패드를 삽입, 천의 질감을 살릴 수 있는 ‘프라스틱용기무늬표출방법’이란 발명특허도 얻었다.
개발과정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개발과정 폭발로 인해 최 대표는 팔에 심한 화상을 입어 지금까지 여름에도 긴팔 옷만 입고 다니고 있다.
제품개발에 성공한 후 최 대표는 82년부터 직접 영업에 나섰다. 영업을 하면서 최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여성이 기업을, 특히 제조업을 한다는 것이 정말 힘들다는 것을 절감했다.
“영업 초기 신세계백화점과 미도파백화점에는 샘플을 보고 입점을 허락했지만, 롯데 백화점은 남자 사장들도 제대로 못 만드는 것을 28세의 젊은 여자가 제대로 만들었을 수 없다며 신뢰를 하지 않고 입점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후 값비싼 외국산에 비해 훨씬 저렴하고 뛰어난 품질의 화이버텍 제품들은 입소문을 타고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얼마 후 유명 구두회사 명절 특판을 계기로 롯데 백화점이 입점을 제의했지만 최 대표는 거절했다.
“영업 초기 롯데 백화점이 ‘여성이 만든 제품이 제대로 된 제품일 리가 없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입점 기회 자체를 주기 않았기 때문”이라고 최 대표는 그 이유를 설명했다.
시간이 지난 후 훨씬 더 좋은 조건으로 당당하게 롯데 백화점에 화이버텍은 입점할 수 있었다.
입점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26년간 기업을 경영하면서 최 대표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신뢰’다.
최근 중국의 저가상품으로 애로를 겪고 있는 국내 제조업들이 생산설비를 해외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 최 대표는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해외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을 단순히 몇 년간 연장하는 것 밖에 안 된다”며 “진정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디자인에서 차별화해야 한다”고 최 대표는 강조했다.
“세계적인 명품들도 ‘메이드 인 베트남’ 보다는 ‘메이드 인 이탈리아’가 더 인정을 받는다”며 “화이버텍을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만드는 세계적 명품 기업으로 키워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화이버 글라스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화이버텍의 기술개발에 대한 노력은 남다르다.
화이버텍은 2002년부터 사내 디자인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유명 화가의 작품을 생활용품에 접목하는 등 화이버 글라스를 이용한 다양한 제품으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지금까지 화이버텍이 획득한 특허 및 실용신안 등이 20여개이며 현재 새로운 특허를 출원 중에 있다.
여성들이 기업하는 것이 정말 힘들다는 것을 몸소 느껴왔던 최 대표는 여성기업들의 사회진출 확대 및 권익보호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 대표는 세계한민족네트워크 한국 회장과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서울지회 수석부회장을 비롯, 최저임금심의위원회 및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직을 맡으며 여성기업들의 손과 발이 되고 있다.
어릴 적 꿈이 법관이었던 최 대표는 2000년부터 서울중앙민사지방법원 조정위원으로서도 활약하고 있다.
최근 벤처경영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최 대표는 “지난 26년간 자신이 겪었던 시행착오 및 기업경영에서 직면하는 문제점 해결방안 등의 내용을 담은 경영안내책자를 만드는 것이 얼마 남지 않은 경영일선에서의 마지막 목표”라며 후배 여성기업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문의 : 02-516-8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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