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말, 캐나다 푸르덴셜 생명보험사의 회장 론 바바로(Ron barbaro: 1931~)는 생명보험 산업의 고정관념과 룰을 깨는 구상을 하고 있었다. 당시 그는 에이즈환자 수용시설과 결연을 맺고 1만 달러의 기금을 전달하러 그곳을 들렸다가 환자들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한 환자가 고통 속에서 그에게 말했다.
“우리가 존엄성을 가지고 죽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며칠 후 바바로는 그 환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의 시신은 화장 됐고 보험금 2만5천 달러가 독일에 있는 부모에게 전달됐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또한 그 부모들은 아들이 죽기 전에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아들을 만나러 올 수 조차 없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실로 엄청난 아이러니가 아닌가. 아들이 죽고 나서야 2만 5천 달러라는 거금이 생겼지만 이미 아들은 이 세상에 없는데 그것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때 바바로는 180도 사고의 전환을 이끌어 냈다. 사람이 죽기 전에 돈을 지급한다면 상황은 무척 호전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는 살아있는 사람에게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살아있는 사람에 사망보험금 지급

그러나 제도의 벽은 두터웠다. 변호사, 보험회계사, 배상금사정인, 그리고 회사의 이사진이 모두 그를 정신 나간 사람으로 취급했다. 심지어 911구조대에 전화를 해야겠다는 등 조롱까지 했다. 하지만 바바로는 그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펼치며 그들을 설득했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모두 하나같이 옳았다.
우선 보험가입자가 심각하게 아프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어떤 질병의 어느 시기에 돈을 지불 할 것인가? 세금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들이 바바로의 생각이 잘못 됐음을 논박하는 이유는 백가지가 넘었다. 만약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돈을 지불하게 되면 신청자들이 구름 같이 몰려올 것이므로 회사는 문을 닫을 형편이 되고 말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바바로는 이런 온갖 악재를 하나하나 지워나가며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모든 반대를 극복해 나갔다.

비웃음·비난 극복하고 업계 표준정착

그 후 여러 번의 고비를 겪으면서 푸르덴셜 생명보험사는 1992년 캐나다의 모든 주에서 치명적인 병에 걸린 사람들에 대한 사전보험지급 방식을 실시했다. 바바로는 고령화시대 노후보장에 대한 수요를 반영해서 생존 시 사망보험금의 일부를 선지급 받아 퇴직 후 은퇴자금과 장례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신개념 종신보험상품을 개발해 내 사망보장과 더불어 연금기능을 활용해 노후대비를 위한 복합설계가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그러자 보험가입자들에 대한 푸르덴셜의 인지도는 놀랍도록 높아졌고, 생명보험 산업에 혁명을 몰고 왔다. 이후 ‘사망보험금 선지급제도’는 업계 표준으로 자리를 잡아갔고, 이제 세계 생명보험사의 75%가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미리 생명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보험 제도의 혁신으로 치명적 병에 걸린 사람들은 병을 치료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게 돼 고통을 줄이고 생명연장을 할 수 있게 됐고 존엄성을 가지고 죽을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됐다.
최근에는 많은 생명보험사들이 전문의 진단 결과 피보험자의 남은 수명이 6개월 이내라고 판단되는 경우, 사망보험금의 50%를 미리 지급하는 제도를 마련해 놓고, 특히 특정 질병을 앓고 있거나 특정 부위에 이상이 있는 고객도 가입할 수 있는 ‘특별 조건부 인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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