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명제가 선언적 의미에 불과한 것’이 아님을 불현듯 일깨워주는 국민적 축제이기도 하지만 정치인들에게는 야망의 계절이기도 하다. ‘입신양명’이 개인과 가문에 최대의 영광이라는 도식에 익숙해진 중, 장년층의 정치인들에게 대선이나 총선은 그야말로 건곤일척의 기회일 것이다. 그 때문인지 경쟁상대를 폄하하고 흠집을 내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것 같다.
필자는 정치에 대해 잘 모르지만 ‘정치란 가치의 권위적인 분배 (authoritative allocation of value)’라는 정의에는 공감한다. 사람들이 정치인들의 공약에 민감한 이유는 그들을 선택했을 때의 득실을 따져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연 그 정치인들이 어떤 분야에 정책의 우선 순위를 둘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기도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어떤 성향의 정치인이 선택되고 그가 어떤 정책을 채택할 것인가에 따라 경영환경이 달라지기 때문에 무관심할 수 만은 없다.
개인이든 국가든 자신들이 지향하고 관심을 가지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돼 있다. 실용적이고 풍요로운 생활을 꿈꾸던 청교도인들이 주축이 된 미국은 세계 유수의 기업들을 키워내 경제, 군사력에서 최고의 국가가 됐고 그 뒤를 이은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국부의 원천이 기업에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기업인들이 기업에 대해서는 대부분 문외한일 정치인들에게 기업경영에 대한 비전이나 지식을 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국부의 원천인 기업과 기업인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업과 관련된 정책이 수립되기를 원한다.
예컨대 회사의 창업이나 공장의 증설과 관련된 규제가 비현실적이거나 절차가 과도하게 많다면 적절하게 조정한다든가 기업가의 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을 마련하는 것 등이 있을 것이다. 우리 중소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육성하는 정책을 원한다고 해서 무조건 온실 속의 화초처럼 보호해달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본다.
일시적으로는 약이 될 수 있으나 과거의 백면서생이나 화초도령처럼 환경이 어려워졌을 때 스스로 생존하는 능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주요 선진국들도 그렇지만 미국의 경우 어느 타운에 유수한 기업이 입주하거나 소규모 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면 그 기업의 세금과 재원 등으로 그 지역사회의 각종 편의, 기반시설이 마련되고 자연히 집값이 올라가 부유한 지역이 된다. 자동차 차고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대기업이 된 HP의 본사가 있는 Palo Alto가 대표적인 예다. 수도권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무조건 공장부터 없애는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물론 주거지역에 적절치 않은 공장은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하나 주거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공장들은 유지해야 한다. 뒤늦게나마 이러한 공장들의 중요성을 깨닫고 지역 주민들간에 공장유치를 위해 경합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모쪼록 기업가 정신을 가진 정치인들이 많이 늘어나 기업하기 좋은 나라, 기업인이 존경 받는 나라로 발전하기를 기원해 본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인들도 배전의 노력을 해야 할 줄로 안다.

김광훈
ASE Korea 품질혁신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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