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은 이명박 정부의 중요한 과제다. 이명박 당선인은 “경제 살리기를 추진하는데 중소기업이 중심이 될 것” “중소기업이 살아야 한국경제가 살아난다” “앞으로 중소기업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펴겠다”고 후보 때는 물론 당선 후에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했다.
역대 어느 정부나 대통령도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은 적은 없었지만 말만 풍성했을 뿐 소문난 잔치에 불과했다. 기대와 실망을 수없이 겪었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중소기업인들이 잔뜩 기대하고 있다. 산업은행에서 분리될 투자은행 매각자금 20~30조원을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데 활용하겠다는 공약에도 큰 기대가 걸려 있다.
중소기업인들은 지난 연초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초청해 가진 신년 인사회에서 ‘구구팔팔’ 중소기업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시중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99세까지 팔팔하게 살자’는 게 아니라 중소기업은 300여만 개로 한국 기업체의 99%, 전체 고용의 88%를 차지하고 있다는 걸 강조한 구호였다.
한국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판로, 수출, 금융, 기술, 인력, 창업, 벤처, 정보화, 소상공인 관련 지원정책 등 1,500개가 넘는다. 가히 중소기업 지원정책의 백화점이다.
산업자원부는 이런 잡다한 지원정책을 100개로 줄이는 방안을 마련,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건의했다고 한다. 중소기업 경영자들조차 어떤 정책이 있는지 몰라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 백화점 식 정책나열이 아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지원정책 선택과 집중 필요

업종과 업태(業態), 규모가 천차만별인 중소기업을 무슨 정책으로 다 살릴 수 있겠는가. 중소기업 스스로 자생력을 키워야 할 게 있고 정책이 떠맡아야할 몫이 있다. 중소기업 정책도 당연히 경쟁과 효율을 앞세워야한다.
우선 가족기업의 승계를 원활히 하기 위한 상속세 감면문제부터 적극적으로 풀어라. 중소기업 경영자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가업을 승계하는 경우 상속세 50% 부과에 경영권 승계 때는 세금이 10~15% 할증(현재 할증과세는 유보중임)된다. 세금을 내기 위해 공장이나 지분을 팔아야하는데 재산 대부분이 공장·건물 등 부동산이고, 그나마 담보로 잡혀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독일 일본 등에서 상속세를 대폭 감면하고 가업 승계를 원활히 하는 법을 만든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살려 경제와 고용에 도움을 주려는 것이다.

가업승계기업 활성화를

대한상공회의소는 전체 기업의 70%에 달하는 가족 기업의 경제적 기여도를 정당하게 평가해야 한다면서 “침체된 기업가 정신과 경영 의욕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가족 기업 및 경영권 승계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정책적 차별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세계적 기업인 월마트, 도요타, BMW, 세인스베리(영국 최대 식품회사), JP모건, 포드, 로스차일드 앤 선(Rothschild & Sons),피아트 등은 가족경영을 하고 있거나 가족기업에서 출발했다.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 중 3분의 1이 가족기업이다.
최근 한국 봅슬레이 대표팀이 2008 아메리카컵 2차 대회 4인승 경기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대표팀은 장비가 없어 500달러를 주고 빌린 원통형 썰매를 타고 국제대회 사상 첫 메달을 딴 것이다.
한국 선수들이 탄 썰매에는 태극기와 KOREA 글자가 없었던 까닭이다. 선수도 모자라 스켈레턴(엎드려 타는 종목) 전문 선수 2명까지 빌렸다. 도전정신 개척정신이 이루어낸 기적이고 감동이다.
중소기업인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도전정신 개척정신이다. 중소기업인의 도전정신을 부추기는 환경을 조성하고 중소기업 스스로 자생력을 키워가야 한다. 아무리 환경이 열악해도 중소기업의 사활(死活)은 중소기업 스스로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지원에 매달리는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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