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원자재 가격 때문에 중소 제조업체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을 더욱 힘들게 하는 건 원자재 가격 인상을 나몰라하는 대기업들이다.
수요 대기업의 외면으로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이미 급등한 원자재 가격을 제품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이들의 채산성이 더욱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는 것.
지금 같은 원자재 가격 급등 상황에서 중소기업은 대기업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에 불과하다.
음료수, 스프레이 제품 등에 사용되는 금속캔을 생산하는 제관업계는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캔의 원자재인 석도강판과 알루미늄 가격이 급등하고 도료, 잉크 등 부자재 가격도 20~30% 뛰었다.
한국제관공업협동조합(이사장 이철순)에 따르면 3월 현재 가격인상 요인은 톤당 10만원. 그러나 수요 대기업은 가격 반영에 소극적이다. 그러다보니 공장가동률이 50% 수준으로 떨어졌다.
조합 관계자는 “제관업계는 석도강판 등 소재업체와 패커(수요기업) 사이에 끼어 기댈 곳이 없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올 하반기에는 관련 중소기업들의 연쇄부도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런 사정은 다른 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원재자를 공급받는 대기업과 제품을 납품하는 대기업 사이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타격을 그대로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합성수지 업계는 생산 대기업의 일방적인 원자재 가격인상 통보로 제품 판매가격을 제때 반영하지 못해 채산성이 급속하게 악화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제품은 대기업에서 물량이 공급되는데 공급수급이나 가격인상을 일방적으로 시행하면 소기업은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독과점 원자재 공급자 수급조절을 위한 지도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일부 업계에서는 납품중단이라는 강경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이사장 서병문)은 지난 7일 “오늘부터 3일간 전국의 조합원사가 공장은 가동하되 대기업 납품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29일 개최된 조합 정기총회에서 대기업에 납품가격 현실화를 촉구하고 원자재 가격 변동분이 납품단가에 반영되는 납품단가 연동제의 법제화를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하며 수요 대기업이 납품가격을 현실화하지 않으면 납품중단·조업중단도 불사하겠다고 밝힌데 따른 것.
이에 따라 경북 다산주물공단은 이날 0시부터, 경남 진해·마천주물공단 등 2곳은 오전 출근 시간부터 각 지방 사업조합 직원 등이 나와 공단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친 채 주물제품이 대기업으로 운송되는 것을 막고 있다.
업계는 지난 5일과 6일에도 경남·부산 지역과 인천지역 주물업체 대표들이 모여 ‘주물제품 가격 현실화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납품가격 현실화, 제품가격 연동제 도입 실현 등을 결의했다.

“정부·대기업 특단조치 있어야”
중소기업계가 최근 원자재 가격 폭등과 관련 납품단가 현실화와 가격연동제 도입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7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과 납품단가현실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서병문 부회장을 비롯한 회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회장단 회의를 개최하고, 원자재 수급 및 가격안정과 자금난 완화를 위해 정부의 특단의 조치를 요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채택했다.
중앙회 회장단은 이어 가진 기자회견에서 “철광석, 알루미늄, 시멘트, 유화 등 全 산업 분야에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납품단가 현실화 요구를 무시하고 오히려 일방적인 납품단가 인하를 강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장단은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중소기업의 조업중단 및 연쇄도산으로 이어지는 등 산업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정부, 대기업의 결단을 촉구했다.
중소기업계는 성명서를 통해 △가격 담합·매점 매석 등 불공정 거래 단속 강화 △중소기업 원자재구입 정책자금 지원 확대 △가격 급등 원자재에 대한 할당 관세 적용 및 관세 인하 △조달청 원자재 비축사업 물품 및 예산규모 확대 △원자재가격과 납품단가 연동제 및 가격 사전 예고제 도입 △중소기업 원자재 수급정보시스템 구축·제공 △중소기업에 대한 원자재 공급 확대 등을 정부와 대기업에 요구했다.

■사진설명 :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 회장단은 지난 7일 오후 여의도 중앙회에서 ‘중소기업 원자재 수급 및 가격안정과 공정경쟁 촉구를 위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왼쪽부터 주대철 정보통신조합 이사장, 박조양 피복조합 이사장, 김경배 수퍼연합회 회장, 강영식 조명조합 이사장, 서병문 주물조합 이사장, 국종열 금속울타리조합 이사장, 정명화 전자조합 이사장, 박열 고압가스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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