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물업체들과 레미콘업체들의 납품거부 현상으로 인해 하도급거래에 있어서 납품가격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됐다. 하도급거래에 있어서 납품가격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고 상당히 고질적인 문제로서 우리나라 하도급거래에서 풀어야 할 가장 근본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이다.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촉발한 납품가격 문제 그리고 그로 인한 중소기업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3월 26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논의됐다. 이 회의에서 여러 가지 실천방안이 수립됐지만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원자재가격에 연동해 납품가격을 조정하는 제도의 도입으로 보인다.
납품가격을 원자재가격에 연동하자는 주장은 중소기업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는 쉽게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웠다.
왜냐하면 시장경제에 있어서 가격은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서 여러 가지 시장상황에 따라 공급자와 수요자에 의해 결정돼야 하는 것이지 가격이 제도나 법에 의해 결정되어질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도급거래에 있어서 원가연동 가격결정은 상당한 정당성을 갖는 측면이 있다. 왜냐하면 적지 않은 경우, 하도급거래에 있어서 납품가격은 원가산정을 통해 결정되어지기 때문이다.

납품가격 연동제 도입돼야

즉, 일반적으로 하도급 물품의 납품가격은 하도급업체가 그 물품을 만들기 위해 투입하는 재료비, 인건비 및 경비를 산정하고 그것에 일정비율의 이윤을 보태어 결정된다. 따라서 논리적으로 보면 재료비, 인건비, 경비 등의 원가가 변동하면 납품가격도 그에 맞추어 변동하는 것이 옳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최근의 현실에서는 원자재가격의 납품가격연동은 더욱 더 힘을 받을 수 있다. 작금의 원자재가격 상승은 그 상승폭이 너무 높아서 납품업체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도 한창 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납품가격의 인상을 통해 납품업체, 원사업자 그리고 소비자가 원자재가격 상승분을 분담하는 것이 하도급업체의 정상적 조업을 가능하게 하고 이는 결국 원사업자와 납품업체 모두에게 상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자재가격의 납품가격 연동제도를 도입할 때는 그 부작용도 함께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이 제도로 인해 납품가격이 올라 갈 경우, 원사업자가 보다 저렴한 구매를 위해 구매선을 중국 등으로 돌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원자재 선물시장 활성화 필요

결국 국내 납품업체의 원가절감이 따르지 못할 경우에는 이러한 제도의 도입이 오히려 납품업체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소지를 다분히 안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제도가 엄격히 시행될 경우,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가격이 원가에 연동되어 개발자는 높은 가격을 받을 수가 없다. 이로 인해 기술개발에 따른 높은 이윤의 추구가 불가능해져서 납품업체들의 기술개발 의욕을 저하시킬 소지도 안고 있다.
한편, 이런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현장에서 그 제도가 제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원사업체에게 크게 의존하는 납품업체의 경우, 원자재가격이 인상되더라도 가격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요구로 인해 “괘씸죄”에 걸려서 납품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사업체의 부당행위를 납품업체가 관계기관에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인 것이 우리나라 하도급거래의 현상인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종합적으로 보면, 원자재가격의 납품가격 연동제도는 일단 도입돼야 할 것이기는 하나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인한 납품가격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것은 납품업체들의 협상력을 키우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동시에 납품업체들 또는 그 연합체가 선물시장을 활용, 원자재를 구매해 원자재가격 상승의 위험을 회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를 위해서는 원자재 선물시장이 활성화돼야 하고 동시에 납품업체들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할 것이다.

송 장 준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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