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기침을 하면 우리나라 경제는 감기에 걸린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이 농담은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풍자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다음과 같이 바꾸어 보면 어떨까? 즉, “대기업이 기침을 하면 중소기업은 독감에 걸린다”라고 말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영향력이 크고, 앞으로 더욱 커 갈 것으로 생각되니 이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우리나라의 많은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하청기업이고, 또 그 관계도 2차, 3차의 하청이 이루어지는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기업이 수출하거나 국내에서 판매하는 완제품에 필요한 모듈이나 부품은 대기업의 하청(그리고 재하청)을 받은 협력 중소기업이 공급한다.
그런데 중소기업의 생산시스템은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해 대기업의 시스템에 연동돼 있어, 최근의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관계는 서로 다른 두 기업의 협력이 아니라, 마치 하나의 기업 내부 생산부서간에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할 만큼 실시간으로 함께 움직이는 예도 있다.

대기업 생산중단에 中企는 도산

그렇기 때문에 무슨 이유로든지 원청 기업에서 생산이 중단되면 이와 연동돼 있는 하부 기업의 생산시스템도 즉시 중단이 된다. 대기업이야 한 두주일 생산이 중단됐다고 해서 생사기로에 이르지는 않지만, 중견, 중소, 소기업으로 이어지는 하청체계의 하부로 내려갈수록 자금능력이 부족해 그 중에서는 도산에 이르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렇다면 반대의 경우는 어떠할까? 대기업이 미소를 지으면 중소기업은 파안대소를 하게 될까? 많은 경우에서 보아오듯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도 대칭적인 것은 아니라서 대기업의 미소가 중소기업의 웃음으로 전달되지는 않는다.
원청기업인 대기업에서는 연말 보너스로 연봉의 몇 십 퍼센트를 모든 종업원에게 지급한다는 꿈 같은 이야기가 들려오기는 하지만 한편에서는 설날 떡값도 제대로 주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허다하다.
소재, 부품, 모듈에서 완성품에 이르는 가치사슬의 마지막에 있는 대기업은 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창출한다. 최종 고객에게 제품을 판매한 대기업의 수익은 수익창출과정에 참여한 여러 이해 당사자에게 나눠진다.

협력中企와 이익공유 필요

협력 중소기업은 물품을 공급한 대가를 받고, 대기업의 임직원은 약정된 급여를 지급받으며, 각종의 서비스를 제공한 당사자들은 이자, 수수료, 임차료 등의 명목으로 그들의 서비스에 합당한 대가를 지급받게 된다.
그리고 이익이 발생하면 국가에 세금을 내고, 주주에게는 배당금을 지급한다. 이러한 배분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 가장 기본적인 경제적 책임을 달성하는 아주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대기업의 임직원은 기본적인 급여 이외에 이익금에서 특별상여금을 받는다.
대기업이 하청중소기업으로부터 납품을 받는 부품류는 하청을 주지 않고 대기업 내에서 생산할 수도 있다. 대기업이 자체 생산하지 않고 아웃소싱(outsourcing) 하는 이유는 원가, 혹은 기술적 전문성 등의 측면에서 자체 생산하는 것보다 아웃소싱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제품이 세계 일류의 제품이라면, 그것을 구성하는 부품 하나 하나도 세계 일류의 부품이 아니면 안 된다.
보다 넓은 시야에서 본다면 하청기업은 대기업의 제품을 생산하는 생산 네트워크의 중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이익이 발생해 기여자인 기업의 임직원에게 보너스를 지급한다면, 생산 네트워크의 한 당사자로서 완제품 생산에 함께 기여한 협력 중소기업의 몫도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협력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이익을 공유하는 것은 중소 대기업 상생시대에 걸 맞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달성하는 방법임을 알아야 할 때가 됐다.

이남주
서강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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