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구하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닙니다. 인력난 때문에 사업규모를 3분의 1로 축소한 것은 물론 남동공단에서 시화로 사업장을 옮겨 운영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산업연수생들을 임시방편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대기업들의 납품단가 인하압력은 계속되고 외국인 근로자들의 임금상승도 견디기 힘듭니다.”
세계는 지금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이 한창이지만 정작 국내 중소기업은 인력난과의 소리없는 전쟁을 힘겹게 치르고 있다.
남동공단에서 방송장비를 만드는 M사. 이 회사는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1인당 3만원의 ‘모집수당’을 내걸었지만 별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생산직 평균연령은 40대 후반으로 넘어가고 있으며 외국인 연수생의 쿼터를 늘려 인력난을 해소시켜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남동공단에서 기계설비를 만드는 S사는 40여명의 생산 인력이 부족해 한창 돌아가야 할 기계설비의 일부가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멈춰 있다.
이 회사 담당 과장은 “최근 2∼3년새 일자리를 찾지 못한 40대 후반 가장들의 입사가 빈번해 평균연령이 45세에 달한다”고 털어 놓았다.
이같은 현실은 최근 중소기업청이 전국의 1천29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인력실태 조사’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에 따르면 중소제조업의 평균인력부족률은 9.41%로 집계됐다.
이를 전체 중소제조업체에 적용시켜 산출하면 총 부족인원은 20만1천200명에 달한다.
■제조업 枯死 위기= 중소제조업체들의 인력 부족현상이 지속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것은 국내 산업의 공동화다.
그러나 벌써부터 이런 징후가 보이고 있다. 산업현장의 인력은 갈수록 노령화되고 있으며 젊은 층의 생산직 기피현상으로 그나마 보유하고 있는 기능인력의 맥이 끊어질 형편이다.
서울 금천구에서 인쇄업을 하는 ㄱ 사장은 “인력문제 때문에 사업하기가 힘들어 업종을 바꾸고 싶지만 아는 게 제조업이라 그냥 있다”면서도 “자식에게 물려줄 생각은 없다”고 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와 매일경제신문사가 지난해말 공동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소제조업체의 48%가 ‘업종전환이나 사업중단’을 고려하고 있다. 또 업체의 75.2%는 ‘2세에게 사업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답했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ㅇ 사장은 “정부는 고용창출과 미래를 대비해 IT산업·서비스업 등을 육성하고 있지만 정작 현실은 다르다”며 “전통제조업이 망하면 IT·서비스산업의 미래도 없다”고 말했다.
■원인은 무엇인가?= 중소기업 인력난의 가장 큰 원인은 젊은이들의 중소기업 기피현상과 ‘일과 여가선용’에 대한 가치관 변화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여기에 사회적인 도덕성의 해이도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플라스틱 코팅전문업체 ㅊ(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도당동) 대표는 “노래방 등 유흥업소가 성업하면서 여성주부 인력이 대부분 그곳으로 빠져나가 젊은 여성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종업원 30명중 23명이 평균 55세 정도의 여성”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5일 근무제’와 ‘외국인 고용허가제’도입을 서두르는 정부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서울 화곡동에서 텐트를 만드는 ㅈ 사장은 “은행과 대기업의 주5일 근무제 시행으로 젊은인력의 중소기업 기피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도금업을 하는 ㅅ 사장은 “외국인연수생들은 언어, 문화 등이 달라 내국인근로자들에 비해 생산성이 절반에 불과하다”면서 “고용허가제를 실시해 이들의 임금을 국내근로자와 똑같이 지급하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했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중소기업계는 우선 외국인연수생의 쿼터를 대폭 늘려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한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일부 극단적인 중소기업인은 “아예 외국인근로자 쿼터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중소기업의 인력수급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려면 ‘중소기업 인력지원특별법’을 제정,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근로조건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소기업연구원 심우일 연구위원은 “특별법을 제정해 세제상의 각종 혜택과 함께 ‘중소기업복지기금 설립’ 등과 같은 중소기업의 임금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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