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해진 경쟁과 불확실한 환경으로 중소기업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게다가 경쟁방식도 과거의 가격인하 경쟁에서 이제는 혁신속도의 차이를 반영한 품질경쟁 방식으로 바뀌었다. 하청관계로 연결되었던 대기업과의 고리가 약화되면서 판로의 불확실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주어진 제품을 저렴하게 만드는 것 외에 해당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또한 기술의 영역이 점차 확대되면서 상당수의 분야에서는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기술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IT분야의 급격한 기술변화는 반도체, 정보통신을 포함해 타 산업과의 융합기술(fusion technology)의 기초가 되고 있다.
급변하는 외부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기술혁신 활동이 필요한데, 민간 중소기업의 기술혁신 속도는 이를 따라주지 못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시장의 불확실성이 적극적 기술개발 활동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지만, 기술개발 없이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해결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위기의식 때문에 기술혁신 활동에 관심을 가지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내부의 역량에 부족함을 느끼는 중소기업들은 산학협력을 할 경우 자신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네트워킹만큼 내부역량도 중요

그러나 실제 산학협력을 수행한 기업의 상당수는 생각했던 것 만큼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이러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산학협력 활동에 실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는 자신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와 외부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대한 명확한 경계가 없기 때문이다.
외부 연구진들은 기업만큼 해당제품의 판로, 수요자들이 요구하는 특정기술의 성격을 명확히 알지 못한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산학협력에 대한 불만은 대학이나 연구소의 기술에 대한 지나친 환상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첨단 IT산업, 의료(제약)산업 등을 제외한 일반 산업의 경우 대부분의 혁신은 여전히 기업 내부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울러 기업이 외부와의 네트워킹을 통해 기술을 개발했더라도, 해당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업 내부의 잠재적 역량을 필요로 하게 된다. 즉, 하나의 기술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역량이 가장 중요하며, 외부와의 전략적 네트워크 역시 기업의 기술수준이 뒷받침될 때 가능해진다.

우수기술인력 확보가 성공 열쇠

이를 위해서는 우수한 기술인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실제 기업이 새로이 직면하는 문제의 상당수는 기존에 경험해보지 못한 문제이며, 새로운 형태의 숙련과 개인별 역량이 있어야만 가능한 경우가 상당수이다.
우수한 기술인력의 요건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상이하다. 대기업의 경우, 한 분야의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면 중소기업은 전문성보다는 두 가지 이상의 다양한 분야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복합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술인력은 외부에서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체계적 교육과정에 의해 학습된다. 기업이 일상업무가 바쁘다는 이유로 기술인력에 투자를 하지 않거나, 복수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인재배치의 유연성이 없으면 기술의 트렌드나 시장동향 파악은 불가능해진다.
우수한 기술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의 제도적,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겠으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복수의 능력에 대한 보상시스템이 필수적이다. 향후에도 무한경쟁은 지속될 것이며,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생존능력이다. 성과-보상 시스템을 기초로 해 기업의 경영자는 복합적 능력을 지닌 우수한 기술인력을 양성하고 기술개발활동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만 불확실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홍운선
중소기업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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