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이 연출한 드라마는 국민들의 가슴에 진한 감동을 남겼다. 금메달 13개, 종합순위 7위는 대단한 성과다. 마음껏 즐거워한들 누가 탓하랴. 하지만 드라마가 끝났으니 아쉽지만 먹고사는 일상의 현실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
올림픽 승리에 자만하거나 도취돼 있을 여유는 없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뤘던 축구는 뒷걸음질치고 있지 않은가. 야구는 게임마다 아슬아슬한 드라마를 연출하며 우승, 국민들을 열광시켰지만 썰렁한 국내 야구장의 관중석을 보라. 수영에서의 메달은 값진 것이지만 우리 주위에 제대로 된 수영장이 얼마나 있으며 또 핸드볼 팀은 몇 개나 있는가. 인프라에 투자하고 선수층을 넓혀 기초를 다져야한다. 그러하지 않고 메달에만 초점을 맞추는 건 억지요 강압이나 다름없다.

메달 아닌 인프라에 초점 맞춰야

한국 경제는 침체돼있고 정치는 좌표를 잃고 방황하고 있다. 촛불시위에서 보듯 법과 질서는 깨지고 이념갈등마저 겪고 있다. 노동자들은 일터가 아닌 거리에서 주먹질이고 기업인들은 투자를 망설인다. 이대로는 안 된다.
세계경제환경은 먹구름이다. 한국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경제난은 그렇다 치고 중국경제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올림픽을 치른 이후 일본과 한국은 물론 호주, 캐나다, 그리스가 ‘올림픽 후유증’을 앓은 것과 비슷한 길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올림픽을 위해 400억 달러를 투입한 중국 경제는 수출증가율과 산업생산 증가율 둔화, 물가불안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인다. 중국의 성장률 1%포인트 감소는 한국의 중국수출 2.5%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삼성경제연구소)도 있다.
젊은 새로운 선수들로 구성된 야구는 큰 일을 해냈다. 새로운 중소기업이 우후죽순처럼 솟아나 활력이 넘쳐야 경제가 산다. 우리가 살려내야 할 것은 투자의욕과 개척정신이다. 위대한 투자자로 알려진 존 템플턴은 그가 쓴 성공론’에서 “햇살만 내려 쪼이는 곳은 사막이 된다”는 말로 호경기만 있는 사회는 오히려 위험한 사회임을 지적했다. 위기가 기회임을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 세계에서 지름길이나 요령이 통하지 않는다. 꾸준히 땀 흘리는 선수는 언젠가 빛을 본다. 종착점 없는 경제마라톤에서 얄팍한 꼼수로 이길 수는 더욱 없는 것이다.
한국은 기술에서 앞서가는 경제대국 일본과 승천하는 용이 되고자 경제성장에 매달려 온, 이제는 문화적 우수성까지 과시하고자하는 중국 사이에 있다. 이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면 이들과 무언가 달라야한다. 기술개발에 온힘을 쏟고 기술이 부족하면 그걸 보완하기 위해 더 많이 뛰어야한다. 친절과 봉사정신에서 돋보여야하고 질서나 규율, 문화와 도덕적으로도 앞서가야 한다. 경제경쟁, 경제전쟁에서 살아남는 길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올림픽 경기장 구석구석마다 표출됐던 중국의 반한감정을 생각해 보자. 한국이 누구와 싸우든 상대편을 응원한 까닭이 무엇인가. 원인은 복합적이다. 중국과의 관계는 역사, 영토, 문화 등 여러 부문에 걸쳐 얽혀있기 때문이다. 서울 성화봉송 중국유학생 폭력사건(2008년 4월27일)이나 중국 쓰촨성 대지진 때 철없는 네티즌이 “중국이 천벌을 받았다“고 한 악플이 중국인들에게 전해진 것도, 중국이 못산다고 착각하고 무시하는 우리의 행태도 반한감정을 자극하는데 한몫 했다. 남의 감정 자극하지 않고 할말과 할 일을 당당하게 하는 성숙함을 익혀야 한다. 그래야 국제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우물 안에서 남의 감정 거슬리는 언동은 애국이 아니다.

방황하고 기회 놓치면 패배 뿐

운(運)이 있어야 이길 수 있다고 하지만 실력이 뒷받침돼야 운도 따른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경제가 활력을 찾으려면 부품산업과 조립산업, 중소기업과 대기업, 또 중소기업간 경쟁과 협력은 필수적이다. 경영자와 노동자는 물론 정부도 당연히 힘을 모아야한다. 위기 때는 위기극복에 매달리고 기회가 올 때를 대비해 철저히 준비하고 기회가 오면 최대한 활용해야한다. 위기 때 방황하고 기회를 놓치면 기다리는 것은 쓰라린 패배다.
우리의 젊은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보여준 것은 힘을 합하면 이뤄내지 못할 게 없다는 자신감이었다.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난은 지도자들이 앞장서고 국민들이 마음을 모아나가고 기업이 뛰면 극복 못할 리가 없다. 올림픽에 기울인 정성과 노력, 그리고 국민적 성원이 기업과 경제에도 쏟아져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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