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최초 상품권 도입, 앞서가는 전통시장
충북도청 앞 육거리종합시장 앞에 다다르니 입구부터 왁자지껄하다. 패션쇼와 가요제가 열리는 간이무대 앞에 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구름떼 같이 모여있다.
사람들을 헤치고 좁은 입구로 들어가자 좁은 입구를 비웃기라도 하듯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긴 아케이드 터널이 펼쳐져있고, 그 사이에 사람들이 발 딛을 틈도 없이 장을 보고 있다. 전통시장이 위기라는 말은 적어도 이곳 육거리시장에서는 통하지 않는 듯 하다.
청주육거리시장은 조선시대 무심천제방 변 청주 장으로 시작하여 1973년 부터 육거리시장으로 불리우며 1,600여개의 점포에 면적 3만평 규모로 4천여명의 상인이 생업에 종사중이다.
전국 전통시장 중에서도 큰 규모를 자랑하는 육거리시장은 크기만큼이나 유명세를 누리는 것이 바로 ‘상품권’이다. 2003년 12월 전국 최초로 발행된 육거리시장의 상품권은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뒀다.
“상품권 때문에 30대 중반의 젊은 고객들이 부쩍 늘어났어요. 시장에 직접 와보니 값도 저렴하고 재미있다는 반응입니다.”
청주시 14개 재래시장협의회가 발행한 공동상품권은 2005년 39억원, 2006년 72억원어치 정도가 팔렸다. 게다가 청주 시내 18개 새마을금고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14개 시장 1천여 곳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으니, 적어도 청주에서는 백화점 상품권을 능가하는 효용을 지닌 셈이다.
특히 육거리시장에서는 정규 상점이 아닌 노점에서도 상품권을 받아주고 있어 인기 만점이다. 상품권 판매를 늘리기 위해 청주 재래시장번영회에서는 기업 및 기관·단체를 대상으로 판촉활동에 나섰고, 아파트 단지 및 식당과 자매결연도 맺었다.
충북도 교육청에서는 결식아동에게 이 상품권을 주고 있으며, 한 번에 4만장 정도 구입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체에서도 행사용 경품으로 300~500만원씩 구입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 중 7~80%가 육거리 시장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나타나 상품권은 육거리시장의 매출을 늘리는 효자가 됐다.
상품권이 발매되기 10년 전, 육거리시장은 대형마트의 공세로 점점 쓰러져 가고 있었다. 1999년 10월, 견디다 못한 시장상인들은 청주육거리시장상인연합회를 만들고 시장살리기에 나섰다. 연합회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715미터의 통로 아케이드 설치였다. 중소기업청 20억원, 충북도 5억5천만원, 청주시 9억5천만원 등 총 35억원이 투입된 아케이드는 잃어버린 손님들을 되찾아주었고, 매출도 30% 이상 급성장하는 효과를 거뒀다.
2001년에는 행정자치부의 지원을 받아 화장실과 주차장을 마련했다. 이 주차장은 연간 15만대의 수용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연합회에서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요금이 매우 저렴하다. 상인들은 30분에 300원 정도의 주차티켓을 미리 구입해뒀다가 고객에게 서비스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평균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여는 장터축제도 육거리시장의 자랑거리다. 고객들에게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반짝 세일을 벌이는가 하면, 노인들을 대상으로 퀴즈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2004년에 4회로 시작한 축제는 현재 매달 열리고 있고, 축제 1회당 매출은 7~10억원으로 시장상인들은 축제를 통해 고객유치에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다.
육거리시장의 이러한 발전상은 상인들의 의식개혁을 위한 교육과정이 있기에 가능했다. 2005년 4월부터 2개월간 이뤄진 1기 상인대학은 단 8명의 상인이 수료했지만, 같은 해 10월부터 진행된 2기에는 20명이 교육을 받았고, 2006년에는 80명이 참여해 이제는 상인들의 필수과정으로 자리잡았다.
민성기 육거리시장상인연합회장은 우선 새벽시장이 열리는 도깨비시장 쪽 남은 구간은 아케이드와 대형주차장, 그리고 대형공연장을 갖춘 문화광장을 건립하고, 고객 편의 시설과 상인휴게시설을 갖춘 지원센터도 건립 계획중이다. 앞으로도 전통시장 활성화사업은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지금까지 타 전통시장을 선도하며 약 10년의 현대화과정을 차근차근 진행해온 육거리시장이 다가올 10년 뒤에는 어떻게 변해 있을지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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