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통 발효장맛 기술개발 통해 장수 식품기업으로 거듭나
1948년 간장을 제조하는 ‘대창장류사’를 시작으로 60년 변함없이 장류업계의 최고 브랜드의 자리를 지켜온 (주)진미식품.
1930년대 후반부터 간장을 만드는 일본인 회사 ‘부사충장류’에서 장 담그는 기술을 익혔던 고 진미식품의 창업주인 故 송희백 회장은 당시 대부분의 국민들이 생활이 궁핍한 데다 이동도 잦아 장을 담글 여력이 없었던 점에 착안, 일본인 사장이 남기고 간 적산가옥에서 장류를 생산해 팔기 시작했다.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던 1950년 갑자기 한국전쟁이 터졌다. 전쟁통에 집을 떠난 피난민이나 포탄을 맞아 장독이 부서져 버린 주민들이 ‘송사장네 장도가’를 찾았다.
가게 바깥에 간장을 담아가기 위해 빈 정종병 하나씩 품에 안은 사람들이 언제나 줄을 길게 서 있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수요가 폭증하는 시장 상황을 타고 회사는 쑥쑥 커갔다. 특히 고 송 회장이 일찌감치 브랜드의 중요성을 알고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활용한 것이 적중했다.
“선대 어르신께서는 시장을 보는 감각이 굉장히 뛰어난 분이셨습니다. 창업 2년 뒤인 1950년 대전일보에 업계 처음으로 ‘진미’ 브랜드를 알리는 광고를 내기 시작했고, 1959년에는 병뚜껑 안쪽에 경품번호를 써넣는 사은행사를 했어요. 1등은 미싱을 줬는데 경찰 입회 아래 군중을 모아놓고 추첨을 했죠. 지금이야 흔한 방법이지만 당시엔 획기적인 마케팅이었습니다.”
지난 64년 입사한 송인섭 회장은 부친을 이렇게 회고했다.
송인섭 회장은 약학을 전공했지만 64년 회사에 큰 화재가 발생해 위기에 처하자 입사를 결정했다.
64년 큰 화재를 겪기는 했지만 진미식품은 설립이래 장류를 집에서 직접 담가먹던 사람들이 줄어들고 장류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사회변화를 겪으면서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다.
송인섭 회장은 “80년대까지 진미식품은 승승장구했다”며 “진미란 이름이 붙은 제품은 모두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배합비율과 숙성시간 등에 대한 미묘한 노하우가 쌓여 맛이 좋은 데다 된장을 만들 때 쌀이나 보리를 섞지 않고 콩 100%로 만드는 등 품질을 중시한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승승장구하던 회사는 1990년대 후반부터 급작스런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시판되는 고추장에 불량 고춧가루를 사용했다는 과장된 방송 보도가 1차 원인이었다.
송 회장은 “법적으로나 품질적으로 전혀 이상이 없었다”며 “고추장용 고춧가루와 일반 음식용 고춧가루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한 보도였지만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악재는 계속됐다. 이듬해 외환위기의 한파가 몰아닥쳤다. 여기에 1990년대 후반부터는 대상(청정원), CJ(해찬들) 등 유명 대형식품회사들과 경쟁을 시작해야 했다.
유통업계도 대형 할인매장 위주로 재편되면서 중소기업 제품 ‘참그루’는 입점 가격, 매장 진열 등에서 차별을 받기 시작했다.
회생의 계기를 마련한 것은 3대 송상문 사장이다.
송 사장 역시 처음부터 가업을 이을 생각은 아니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MBA 과정을 밟기 위해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부친처럼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자 당시의 꿈을 접고 진미식품에 입사했다.
송 사장은 “입사 후 10년간 밑바닥부터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며 “위기 때마다 회사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직원들”이었다고 말한다.
송 사장은 입사 후 10년간 회사의 체질을 현대식으로 뜯어고치는 일을 도맡았다.
또 진미의 마지막 보루는 진미만의 ‘맛’이라고 강조하며 R&D에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송 사장은 60년간 장맛을 지켜온 회사를 웰빙시대에 발맞춰 고객의 식생활문화 향상을 위한 투자를 했고 2005년 11월 기업부설연구소 설립했다.
2006년에는 코팅된 청국장 분말 제조공법 특허를 받아 청국장과 스낵을 결합시켜 새로운 장르의 간식인 ‘웰콩 나또볼’을 출시했다.
청국장은 웰빙식품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특유의 냄새때문에 중장년층만이 선호하는 식품이었다.
하지만 ‘웰콩 나또볼’은 우리밀로 검은콩 청국장 환을 감싸 달콤하며 청국장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아 아이들도 거부감 없이 즐겨 먹는 간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이런한 결과로 답보상태에 머물던 손익구조가 2003년부터 흑자로 전환되면서 7년간 200억원대로 머물러 있던 매출액이 2004년 이후 300억원대를 넘어서게 됐다.
온라인쇼핑몰을 만들고 마케팅 방법을 현대화하는 한편 100% 국산 원료를 사용하는 승부수가 시장에서 통했던 것.
“조부와 부친이 평생을 다해 가꿔온 회사인 만큼 100년, 200년 장수하는 전통 장류식품 제조기업으로 제 2의 전성기를 열고 싶습니다.”
송상문 사장은 2013년까지 1천억원대의 식품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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