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의 통행제한 발표가 난 후 공장을 현재 가동하고 있는데도 거래업체가 일방적으로 매출액의 30%에 해당하는 주문을 취소했습니다”
“올 10월 공장을 짓고 입주하면 무엇합니까. 당장 기계를 돌려 생산할 인력이 없는데. 개성공단 개발 초기에 약속한 기숙사를 건립해 북한인력을 받아 공장을 가동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과 가진 간담회에서 최근 남북관계 경색에 따른 고충을 거침없이 토로했다.
한 의류업체 대표는 최근 북측이 육로통행 제한과 상주인원 50% 축소를 발표하자 매출액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업체가 내년도 물량발주를 취소하고 모든 원부자재를 반납해달라고 휴대폰 문자로 연락이 왔다며 기업의 생사가 걸린 이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내년도 사업계획을 세우고 대책을 수립하겠느냐고 탄식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다른 업체 상황도 그러냐고 묻자 간담회에 참석한 20여명의 기업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발주물량 취소가 심각하다”고 이구동성으로 응답했다.
한 섬유업체 대표는 북측이 통행제한을 하겠다고 발표한 다음날 개성공단이 불안하니 보증심사를 나중에 하자고 기보로부터 연락이 왔다면서 개성공단의 폐쇄여부를 떠나 지금과 같이 은행의 자금지원이 중단되고 발주 및 수주가 축소되면 입주업체 뿐만 아니라 남한의 협력업체도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최근 입주기업인들 사이에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북한 근로자 기숙사 문제에 대한 불만도 쏟아져 나왔다.
한 섬유업체 대표는 지난 6월에 입주해 북측 근로자 900명을 신청했는데 현재 400명만 받았고 그나마 150명은 40대 이상 근로자여서 일을 시키기가 마땅치 않다며 사전에 900명에 대한 생산시설을 갖췄는데 인력이 없어 기계만 덩그러니 놓아둔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패션업체 대표는 올 10월 공장을 완공해 들어갔는데 인원의 3분의 1도 못 받고 있다며 기숙사 문제는 공단개발 초기부터 예정된 것으로 작년에 이미 착공하기로 하고 예산까지 확보한 상태에서 핵문제 등과 연계해 건립을 안한다면 극단적으로 말해 입주기업인이 정부에게 속은 것 아니냐며 격분했다.
유창근 개성공단 입주기업협의회 부회장은 우리들은 정치적인 이념을 가진 단체가 아니라 원가경쟁력을 갖기 위해 합법적으로 개성공단에 진출한 기업인일 뿐이라며 북측이 경제활동을 특례적으로 보장하겠다고 정경분리 원칙을 정한 것처럼 우리 정부도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부회장은 이날 ‘개성공단 입주 중소기업이 희생양이 돼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대정부·국민 성명을 발표하고 개성공단의 중요성을 호소하는 광고를 게재하며, 삐라살포 단체와 토론회 내지 간담회 주선 등에 중소기업중앙회가 적극 나서줄 것을 건의했다.
문창섭 입주기업협의회 회장은 일반적으로 개성공단이라고 하면 입주한 88개 기업만 생각하는데 해외진출기업과는 달리 개성공단 입주업체는 국내에 수많은 협력업체들과 연계돼 있고 북측 근로자 3만6천명, 남측 근로자 1천600명 등이 일하고 있는 삶의 터전이며 누적 총생산액이 약 5억달러에 달하고 있다고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 회장과 입주기업인들은 김하중 통일부 장관이 개성공단 입주업체의 입장을 잘 이해할 수 있게 개성공단을 방문하도록 요청해달라고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에게 말했다. 이에 김 회장은 그동안 통일부 장관이 취임하면 개성공단을 방문했는데 취임 이후 한번도 방문을 안했다는 것에 입주기업인들과 함께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입주기업들은 오늘도 여전히 정상 가동되고 있는데 마치 언론에서 당장 폐쇄가 되는 것처럼 보도되고 거래처에서 구매축소, 주문중단 등 더 큰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며 북한 핵실험이란 초유의 사태에도 입주기업인들이 단합해 위기를 극복한 바 있듯이 힘을 모아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 나가자고 당부했다.

■사진설명 : ‘개성공단 입주기업 애로 간담회’가 지난달 27일 오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려 입주기업 대표들이 애로 사항과 정부건의 사항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나영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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