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금융안정 촉구 긴급 기자회견’. 올해 상반기 원자자재 가격급등과 납품단가 미반영, 지속된 내수침체 등으로 고사 직전에 내몰린 중소기업인들이 모였다. 이들은 리만브라더스사 파산으로 촉발된 미국발 금융위기의 절체절명 순간에 마치 2달 이후 아니 그 이후 전개될 ‘혹독한 겨울나기’를 예견이나 한 듯 정부에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긴급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업체의 82%는 금융위기가 기업 경영활동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하고 69%는 자금난이 심각할 것이라고 응답한 상황.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계의 금융안정을 위해 우선 은행의 대출연장 거부·조기상환을 중단하고 대출금을 회수하지 않도록 은행창구 지도 등을 통해 특별조치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
동시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하고 총액한도대출을 현행 6조5천억원에서 11조6천억원으로 대폭 확대하며 보증기관의 보증공급을 늘리고 일반보증한도를 한시적으로 50억원까지 증액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정책자금의 만기상환을 유예하고 중소기업 정책금융을 탄력적으로 지원해줄 것을 건의했다.
키코(KIKO) 피해 수출중소기업의 흑자도산을 막기 위해 긴급구제금융을 투입하고 손실금을 무담보 장기 저리대출로 전환하며, 발생이자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의 구제자금을 통해 지원해줄 것도 요구했다.
또한 한국은행의 ‘외국환 거래업무 취급세칙’을 개정해 신규 외화대출을 허용, 기업의 상환부담을 완화해 줄 것을 주장했다.
정부는 이 같이 중소기업계가 제시한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책에 대해 대부분을 수용하며 10월1일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대책을 시작으로 11월 3일 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실물경제 활성화 종합대책에 이르기까지 지원방안을 쉴 새 없이 내놓았다.
한국은행은 2달 사이에 1.25%포인트에 이르는 파격적인 금리인하와 총액한도대출 2조5천억원 증액, 외화대출의 신규허용 및 운전자금 외화대출 상환기한 제한 폐지 등을 발표했다. 정부는 신용보증 공급을 6조원 확대하고 부분보증비율을 95%로 늘리며 기업은행에 1조원을 현물출자하고 중소기업 회생특례자금을 현행 300억원에서 1천억원까지 확대했다.
또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 1조3천억원을 출자하고, 유동성 위기 또는 환율변동으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에게 지원하는 패스트 트랙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11월말 현재 515개 업체에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지원했다.
그러나 은행은 정부가 133조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공급하고 금리를 파격적으로 내려도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10월 중소기업 대출증가액은 2조7천억원으로 올 상반기 월평균 5조6천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며, 금리 역시 7~8%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이 급격히 떨어져 자산의 건전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 위험가중치가 높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계는 지금과 같이 긴급한 상황에서 우선 정책금융을 대폭 늘려 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총액한도대출을 9. 11 미국 테러사태 수준인 11조6천억원까지 확대하고 신용보증 공급을 6조원이 아닌 10조원까지 늘려 탄력적으로 운용하며 산업은행·기업은행에 대한 출자도 현물이 아닌 현금출자로 전환, 확대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준금리를 순차적으로 3.0%까지 인하해 시중은행의 금리인하를 유도해주길 원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1%, 일본이 0.3%, 유럽연합이 2.5%인 점을 고려해 최소 3.0%까지는 인하여력이 있다는 게 중소기업계 입장.
아울러 회생특례자금, 긴급경영안정자금 등 중소기업이 유용하게 쓰고 있는 정책자금을 정부가 내년에는 최소한 5천억원까지 확대, 중소기업의 수출과 원부자재 구입, 경영안정 등에 적극 지원해주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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