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대게는 봄철이 되면 많은 사람들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듯하다. 겨울철 별미라는 특징 때문이다. 하지만 대게 조업은 겨울부터 시작해 복숭아꽃이 피는 봄을 거쳐 해산기철인 6월까지는 가능하다. 그래서 대게 축제도 복숭아꽃과 함께 열린다. 다소 비수기인 요즈음의, 이른 아침 어시장에서 커다란 대게를 싼값에 팔고 있다. 어쩌면 지금이 대게를 먹기에 적절한 때가 아닌가 싶다.
이번 여행은 비행기를 이용했다. 포항을 거쳐서 이내 영덕군 남정면 구계항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왕돌잠이라는 대게 산지를 가기 위한 배편을 타기 위해서다. 10명 정도는 족히 태울수 있다는 어선. 1시간이 넘게 파도를 가르며 망망대해를 달려갔다. 풍랑이 심하지는 않았지만 파도가 잔잔한 편은 아니어서 배멀미가 날 지경이다. 이내 대게잡이 사진을 찍고 뭍으로 나와야 했다. 비록 왕돌잠은 보지 못했지만 검은 빛이 나는 출렁이는 바다는 원 없이 본 것이다.
저녁은 축산항에 있는 용궁회타운(054-732-4338)이라는 곳에서 먹었다. 생각보다 건물도 괜찮고 싱싱한 해삼과 소라 등, 거기에 대게까지 괜찮았다. 북적거리는 강구항보다는 축산항이 더 낫다는 것을 기억해두면 좋을 듯하다.
숙소는 칠보산(810m) 자연휴양림(054-733-5470)이었다. 이 휴양림은 국내에서 유일 동해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일찍 서두르면 멀리 고래불 해수욕장 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울창한 송림 사이로 가벼운 산행을 즐기기에 좋다. 대신 산 정상부에 위치해 가파르고 곳곳에 비포장길이 있으므로 운전에 유의하길. 가는 길이 두군데라는 것도 잘 살펴보고 찾는 것이 좋다.
또 칠보산 자락에 있는 신라 선덕여왕때 창건된 유금사도 둘러볼만 하다. 유금이라는 지명은 과거에는 금을 손으로 주울 정도로 많이 캣다해서 붙여진 것이다. 조선 중기까지는 사세가 번성했으나 갑자기 폐사가 된 사찰. 이 절에는 장화부인의 석상이 처량한 모습을 자아내고 있다.
휴양림을 벗어나면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에 나오는 대진해수욕장. 주인공이 마지막 가는 ‘그해 겨울’의 장소다. 4km에 달하는 넓은 백사장과 울창한 소나무숲 그리고 맑은 물과 완만한 경사에 낮은 수심으로 동해안을 대표하는 해수욕장중 하나.
대진에서 가까운 영양군 석보면 원리가 이문열의 고향. 그 앞에 있는 대진횟집(054-732-0046)이라는 곳에서 도다리 조식으로 물회밥을 먹었다. 자연산 도다리 회에 직접 담은 고추장을 썩썩 비벼서 시원 담백한 김치에 곁들여 먹는 맛이 괜찮다. 한적한 어촌 풍광을 그대로 즐길 수 있어 더욱 좋은 곳이다.
이어 해안드라이브길을 이용해 축산~강구항으로 들어오면 된다. 오는 길에 만나는 해맞이 공원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아름다운 풍광이 절묘하고 푸른물이 금방이라도 들 것 같은 맑은 바닷물에 감격할 정도다. 해풍에 말려지는 오징어와 명태 등등. 여느 어촌마을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봄을 맞이하는 어부들의 손길은 바쁘기만 하다.
강구항은 온통 대게일색이다. 바닷가 구석 한켠에 조촐하게 어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가격은 천차만별. 대부분 북한산, 러시아산이라는 것을 감안하는 것이 좋고 대게 속은 육안으로는 절대 확인할 수 없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듯. 구입해서 가까운 식당에서 찜통에 쪄 먹으면 된다. 멀지 않은 곳인 삼사공원에 들르면 강구항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자가운전 : 영덕읍에서 신돌석 장군 기념비앞으로 난 3번도로를 따라 약 5km 정도 가면 강구항. 계속 울진쪽으로 올라가면 원하는 곳을 들를 수 있다.

■서울에서 대게 요리 진수 맛볼 수 있는 곳
서울에 있는 대게요리집으로 소문난 왕돌잠(스타타워 본점:2112-2932, 광화문점:723-3433)은 영덕이 고향이라는 남효수 사장이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서울에서 제대로 된 영덕대게 코스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광화문, 역삼, 논현동에 지점이 있으며 분위기와 맛, 서비스가 잘 어우러진 곳이다. 점심메뉴로는 2만5천~3만원 정도의 코스요리가 있고 석식으로는 10만~20만원까지 있어 바이어 접대 등에 제격이다. 게회, 삶은 게, 거기에 맛과 멋의 조화를 이룬 여러 가지 요리들. 무엇보다 게뚜껑에 비벼준 밥은 이 집이 아니고서는 맛볼 수 없을 정도의 노하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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