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맞이 일출 여행을 떠났다. 포항 호미곶을 선택했다. 한두번 간 곳도 아니니 새롭지도 않은 그 장소를 선택한 것은 장거리 차 운전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서다. 새해 일출맞이 여행사 상품은 무박여행이라는 타이틀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저녁 내내 달려 새벽에 호미곶에 도착해서 일출 구경하고 포항의 몇군데 여행지를 돌아볼 수 있는 여행상품이 매력적이진 않지만 신년 콧바람 쐬기에는 나쁠 것 같지 않다.

관광버스에 탄 사람들은 젊은 층이 주류다. 많은 연인들이 손에 손을 잡고 버스 안을 빼곡하게 채웠다. 사랑으로 충만한 이들에게 밤샘 달리기가 힘들지 않을 듯하다. 어둠을 뚫고 버스는 포항을 향해 달려간다. 칠흙같은 어둠을 뚫고 경부고속도로를 지나 청원-상주간 고속도로를 타고 다시 중부내륙고속도를 만나게 되고 그러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경주 즈음에서 포항간 고속도로로 올렸을 것이다.
새벽 5시가 채 안돼 포항 호미곶에 차가 도착했지만, 어둠과 추위를 가르면서 새벽을 나갈 용기를 내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좁은 의자에 몸을 누이고 피곤함을 가시기 위해 애를 써본다.
오전 7시30분경에야 일출을 볼 수 있다. 6시가 넘어서 주섬주섬 카메라를 챙겨들고 버스를 벗어나는데, 살속을 파고드는 칼바람이 매섭기만 하다. 그것 뿐 아니다. 신년 맞이 일출행사로 호미곶 광장은 인산인해. 몇 명이나 먹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커다란 떡국 가마솥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오지만, 이 많은 사람들 틈에 끼어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애시당초 하지 않았다. 광장에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신년을 기원하는 포항시장인지, 아니면 관계자인지 모를 사람들의 연설이 이어진다.
바다 속, 상생으로 손으로 다가서보지만, 인파는 켜켜히 쌓여 있어서 한줌의 구멍도 찾아낼 수 없는 철옹성벽과 같다. 게다가 바다는 구름층이 두꺼워 예상보다 한 시간은 훨씬 넘어서야만 해돋이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서도 일출 사진은 포기. 삼각대를 챙겨온 것을 후회한다. 상생의 손과 거리가 멀리 떨어진 우측 바다 끝으로 겨우 자리를 비틀고 잡았지만, 매서운 추위는 시간 지날수록 손가락을 곱게 만들고 있을 뿐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들 1월1일이라는 것에 의미를 다는 것일까? 이것은 희망이 아니라 사람에 치인 지옥 같은 풍경 아니겠는가?
해는 먹구름을 헤쳐 오르느라 무진장 애를 쓰고, 결국은 환한 빛살을 보여주고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해 뜨자마자 중천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일출을 못본 것 까지는, 그럴 수 있다치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인파들로 인해 버스가 움직일 수가 없다는 것.
결국 그 자리에서 반나절을 허비해야 한다. 금세 떠오른 해는 온 사위를 환하게 밝히고 무지하게 맑은 겨울 하늘을 내비쳐 주었지만, 상생의 손이나 흰빛을 내뿜는 파도도 더 이상 매력덩어리는 아니다. 주절주절 걸려 있는 과메기나 갈매기 떼도 늘 이곳에 오면 보던 것들 아니던가? 등대 박물관이나 들러보면 될 것이지만, 그곳 간지도 한해도 안 지난 것 같다.
할 일없이 지루하게 시간을 허비하고 나서 겨우 찾아간 곳은 죽도시장(북구 죽도동). 시내에 있는 붙박이 어시장은 반백년의 세월이 흘렀고, 시간 지날 수록 그 활기는 더해간다. 난전은 물론이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새로 개조한 듯한 죽도시장의 간판이 현란하다. 온갖 해산물이 즐비하다. 대게를 파는 사람에게 다가간다. 가격을 물어보고 어떤 대게가 좋은 것인지 묻는다. 단지 무게만으로는 가늠해서는 안되고 껍데기가 단단해야 한다고 하는데, 과연 그 방법으로 대게 속을 알 수 있겠는가? 싱싱한 전복과 커다란 문어가 땅 위를 꿈틀대며 기어다니는 모습은 여전하다.
싱싱한 활어회를 가늘게 채 썰어대는 아주머니 손끝과 기름진 방어를 싸게 파는 곳 등등. 과메기를 시식하는 코너와 아무리 먹어도 익숙해지지 않은 고래고기 파는 골목길. 좁은 시장 골목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바로 죽도시장은 이 맛을 즐기기 위해 찾는 것이다. 지루한 오전은 금세 잊고 생기가 돋는 것은 바로 어시장의 팔닥거리는 삶의 현장속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보기로 한다. 입구 쪽보다는 안으로 들어갈 수록 문 닫아 걸은 곳이 많다. 시장의 경기가 어렵다는 것을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숙련된 듯한 노할머니가 끓여내는 수제비 한그릇으로 배를 채우고 시장 밖으로 나와 죽도대교를 바라본다. 비릿한 바닷내음이 코끝을 스쳐 온다.
그저 이곳저곳 욕심내지 않고 돌아본 포항여행. 새해라는 것에 의미를 달았을 뿐, 다른 생각없이, 무념무상한 마음으로 다녀온 그곳의 무박 여행이 피곤해 파김치가 됐지만 결코 나쁘지 않았다는 것은 여행이라는 의미가 부여됐기 때문이리라.

■ 여행정보
쪾찾아가는 방법:서울 기점-경부고속도로-청원분기점에서 상주간 고속도로 이용-김천 분기점에서 경부선 이용-경주에서 포항간 고속도로 이용-포항제철로 난 31번 국도 이용. 제철 지나서 구룡포 방면으로 가다가 약전 삼거리에서 925번 지방도 이용. 죽도시장은 시내로 나오면 된다. 영동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해도 괜찮다.
쪾별미집과 숙박:겨울 별미인 과메기를 먹거나 구룡포항이나 죽도시장에서 대게를 사서 찜통에 쪄서 숙소에 들어와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구룡포 대보 근처의 모텔을 이용하면 된다. 구룡포 쪽에는 맛있는 음식점이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시내의 한솔밭갈비(054-277-9292)의 쌈밥집도 깔끔하다.
쪾여행포인트:자가용을 이용한다면 내연산 겨울 산행도 권할만하다. 또 오도리-칠포 해변에서 일출을 감상하는 것도 괜찮고, 대보항에서 구룡포항으로 잇는 아침 해안길에서 만나는 풍치도 멋지다. 죽도 시장 부근에서는 북부해수욕장을 찾거나 낙서 등대도 염두에 두고 여행 동선을 짜는 것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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