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경제불황이라는 혹독한 고난 가운데 있다. 지난 인류의 역사에서 고난극복의 사례로 칭기스칸을 들 수 있다. 그는 뉴욕타임즈가 “세계를 움직인 가장 역사적인 인물”중 첫 번째로 선정된바 있다.
인류역사상 동서에 걸쳐 대제국을 건설한 최초의 인물이었기 때문만이 아니라, 가장 열악하고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이뤄 낸 칭기스칸만의 리더십과 전략이 높이 평가됐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 테무진은 타타르족의 습격으로 아버지를 잃었고, 그의 부족은 흩어지고 동족들은 추위와 배고픔에 지쳐갔다. 그가 처음부터 대제국을 건설하겠다는 원대한 꿈으로 시작했던 것은 아니었다. 단지 아버지를 죽이고 가족의 삶을 파괴한 원수를 갚고 흩어진 부족들을 모아 최소한의 행복한 삶을 회복하고 싶었던 것이다.
절박한 환경에서 그는 동족들을 설득했고, 공동의 목표가 분명해지자 사방 흩어진 부족들이 드디어 뭉치기 시작했다. 전투에서는 부담이 되는 부족의 노인들이라도 그는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고, 동족을 최고의 가치에 두고 판단했다.
그는 오직 체험을 통해 리더십의 원리를 발견하고 스스로 배워간다. 사람들은 성취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공동의 목표가 있으면 뭉치고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또 사람들은 꿈, 즉 공동의 목표가 클수록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절망 중에서도 희망을 보고 미래를 만들어가는 칭기스칸의 긍정적인 리더십은 오늘 우리가 배워야 하는 역사의 교훈이다.
그의 리더십 중 가장 빛나는 것의 하나가 ‘스피드경영’이다. 당시 도로 사정으로 보아 마차를 이용했다면 이동만 하는 데도 아마도 몇 년은 걸렸을 것이다. 그의 의사결정 과정은 신속했고 이동은 바람처럼 빨랐다. 그 많은 전쟁을 하면서 작전계획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일 따위는 아예 하지 않았다. 그는 산을 넘어 보아야 그 곳의 지형을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믿었다.
오늘날의 전략개념으로 보면 무모하리만큼 단순한 결정이었지만 상대보다 늘 빨랐기 때문에 부족한 것을 보완해 성공할 수 있었다. 우리 민족의 ‘빨리 빨리’ 문화가 단점만이 아니라 소중한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칭기스칸이 수백년 전에 입증해 주었다. 지금의 어려운 경제적인 상황을 극복하는 우리의 결정과 추진속도는 어떠한지 점검해 볼 일이다. 방향이 바르고 추진속도만 남보다 빠르다면 오늘의 상황에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들이 ERP 등으로 모든 업무프로세스를 전산화해 우리의 발전된 IT기술을 경영에 접목하는 것은 현대판 ‘스피드경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스피드경영은 판단과 결정이 신속하고 즉각 실행되는 점에서 칭기스칸의 스피드경영과 그 원리가 유사한 점이 많다.
수많은 고객들을 분류하고 관리하는 고객관리시스템(CRM), 어디서나 업무가 가능하고 24시간 대화가 가능한 업무프로그램, 단위 업무마다 명쾌한 결론을 내리는 업무일지관리시스템, 데이터관리시스템, 화상회의시스템, 회계관리프로그램 등 모든 업무를 전산으로 관리한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발전한 IT산업의 영향이다. 이 스피드한 경영은 변화의 시대를 앞서가는 칭기스칸식 중소기업의 발전모델이 아닌지 생각해 본다.
칭기스칸은 부족한 인적자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적군이었던 현지의 왕이나 황제를 신뢰해 통치에 활용했던 지혜가 남달랐다. 전쟁이 끝난 뒤에 충성을 맹세하기만 하면 재산, 왕권, 종교까지도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그야말로 통 큰 통합적인 패러다임을 소유한 진정한 영웅이었다.
야망이 큰 만큼 할 일도 많았던 그는 인재가 절실히 필요했고, 훌륭한 인재가 단기간에 육성되지 않는다는 세월의 법칙을 알았기에 인재를 얻기 위해 늘 골몰했고, 인재라고 판단되면 주저없이 적극적으로 영입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오늘날 글로벌기업들의 현지화 경영전략을 칭기스칸은 이미 수백년 전에 활용했던 것이다. 경제불황에 기업들은 조직을 축소하고 미래의 인재들이 움추리고 방황한다. 내일을 생각하는 기업들에게는 인재를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밖에도 과학과 기술, 교역의 장려 등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는 그의 리더십은 놀라웠다. 시대에 따라 리더십의 모양은 달라도 리더십의 목적과 본질은 여전히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강한 경쟁력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소년 칭기스칸이 맨 몸으로 세계역사를 다시 쓰는 대제국을 만들었던 그 고난 극복을 생각하면 지금 우리의 고통은 행복한 고민일지도 모른다.

한승일
한국기계공업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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