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 1년이 됐다.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지만 경제는 찬바람이 부는 한겨울이다. 정부출범 초 장관 인사파동은 정부 스스로 잘못 끼운 첫 단추였다. 터무니없는 미국산 광우병 파동과 촛불시위는 이명박 정부 반대세력의 조직적인 반격이었다.
일부 언론과 방송은 왜곡된 정보를 퍼뜨려 정부를 몰아붙이는 데 기여했다. 이런 일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도 정부의 책임이다.
세계 각국은 불황극복에 온갖 노력을 쏟고 있다. 경제를 살리려면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걷어내고 투자를 부추기는 정책을 펴야한다. 이는 거의 모두가 법개정과 관련돼있다.
그런데 국회는 폭력을 서슴지 않고 싸움질이다. 용산참사를 두고도 정치권은 시비만 한다. 일부 시민단체는 촛불을 들었다. 광우병사태 때를 연상시킨다. 불법 폭력시위를 진압한 경찰에게 과잉진압을 했다고, 살인행위를 했다고 비난의 화살을 쏜다.
농성자들이 던진 화염병에 지나가던 버스나 승용차와 택시의 승객이 죽었다면 조기진압을 하지 않은 경찰을 비난했을 것이다. 이유가 어디에 있건 쇠파이프와 화염병 등 살상무기로 경찰을 공격하는 것을 두둔하는 나라는 없다.

법질서 회복과 규제 철폐 우선

정부가 할 일은 자명하다. 우선 법과 질서확립이다. 법과 질서 지키기는 정치권은 물론 경영진과 노조와 일반 서민에게 똑같이 적용돼야한다. 어려운 경제를 당장 반전시킬 묘책은 없다. 바쁠수록 돌아가야 하고 어려울수록 기본을 다져야한다. 지속적인 구조조정, 성장잠재력 확충과 일자리창출에 힘을 쏟아야한다.
구조조정은 기업이 경쟁력을 잃지 않고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위기 때에만 하는 것이 아니다. 기술개발과 투자확대, 인재양성에 매달려야한다. 먹을 게 부족하다해도 씨앗 뿌리기를 멈추면 안 된다. 위기 때 위기 이후를 대비하지 않으면 성장을 지속할 힘이 생길 수가 없다. 야구선수가 겨울에 많은 훈련으로 몸을 만드는 까닭은 시즌이 시작되면 기량을 펼치기 위해서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걷어내는 것은 물론 투자를 부추기는 정책을 과감히 펴야한다.
지난 1월 통계청 고용 동향에서 실업자(84만8000명), 그냥 쉰 사람(176만6000명), 취업 준비생(52만 9000명), 일을 더 하고 싶은 단시간 근로자, 구직 단념자 등을 포함, 사실상 실업 상태에 놓인 사람이 346만 명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올 봄에는 50만 명의 고교·대학 졸업생이 또 쏟아져 나온다.

교육과 직업 연계시스템 갖춰야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세계 최고다. 우리 보다 훨씬 잘 사는 선진국의 대학진학률이 왜 낮은가. 돈이 없어서 대학에 안 가는 게 아니다. 모두 대학에 갈 필요가 없어서다. 대학졸업자에게 걸 맞는 일자리는 많지 않다.
정부는 청년층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중소기업 청년인턴제 확대실시를 추진하고 있다. 우선 급해서 그렇지만 이는 장기대책은 아니다. 청년 백수들은 갈 곳이 없다고 하고 중소기업은 사람이 없다고 한다. 학교교육과 직업을 연결시키는 시스템을 서둘러 갖춰야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유럽식 전문계 특성화 직업학교(마이스터高)를 더 많이 만들고 장학제도를 확충해야한다. 극심한 학력 인플레와 일자리 ‘미스매치’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수출로 버텨오던 한국경제에 미국과 중국경제의 침체는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특히 2008년 한국수출의 21.7%를 차지한 중국의 수입급감은 한국에 치명적이다.
그러나 환경이 어렵더라도 수출증대를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야한다. 내수부양을 통한 성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가격에서 일본에, 기술과 품질에서 중국에 앞서 있다. 이른 바 ‘역(逆) 샌드위치론’이다. 돌파구가 없을 수 없다. 어느 시인은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고했다.
또 어느 시인은 “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고 했다. 김수환 추기경은 일찍이 “삶의 고통도 결국엔 보약이 된다”고 했다. 오늘의 고통을 참아내면 더 멀리 더 빨리 뛸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위기는 극복하라고 있다고 하지 않던가. 정부는 이제 뭔가를 보여주어야 한다. 위기극복에 강한 정부를 기대한다.

류 동 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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