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의 부동산 대출 과열 및 부실이 1차 원인으로 촉발됐으나 이후 전세계적인 금융위기로 확대됐으며, 이로인한 전세계적인 금융경색은 결국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실물경제의 위축은 다시 금융위기를 지연·확대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이 급변하는 대외 경제변수의 여파로 한국은 2008년 이후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해 지난 24일 현재 원달러 환율은 1,500원 수준을 넘나들고 있으며 코스피 지수도 1,000선 언저리에서 상승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수입의존도 33%, 수출의존도 37% 수준으로 무역의존도가 약 70% 수준으로 높은 국가다. 이같이 높은 무역의존도와 큰 폭의 환율 변동성은 한국경제의 성과를 좌우하는 주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과거 수년간 1년에 20% 정도의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으며 환율은 향후에도 우리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고 지속적인 경제 변수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와중에 수입 중소기업들 사이에서는‘유산스(기한부어음)’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중소기업이 올해 상반기에 갚아야 할 유산스 상환 규모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올해 상반기에 상환일이 도래한다고 볼 수 있는 전년도 하반기에 유산스 결제 조건으로 수입한 규모는 310억달러 수준이다. 원화환율은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지난 상반기말 대비 약 50% 급등한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환연장 못해 흑자도산 우려

즉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오르기 시작한 환율을 피해, 수입 중소기업들이 신용장 결제일을 3~6개월 이월시킨 상태에서 환율이 진정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오르는 모습을 나타내 수입 중소기업의 환차손이 불가피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유산스 방식으로 수입한 중소기업들이 은행에 갚아야 할 원화결제 금액이 대폭 늘어나고 해외 은행으로부터는 만기 연장을 받지 못해 상환 압력을 받는 등 이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무역업 현장에서는 유산스 상환일 연장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원·부자재 또는 완제품을 수입하는 중소기업이 작년 하반기에 환율상승으로 인해 수입 대금을 유산스 방식으로 결제해 은행 상환일을 수개월 늦춘 상태나 환율이 진정되지 못하고 있어 커지는 경영위험을 반영하는 것이다. 종전에는 결제일 연장이 상대적으로 용이했으나 최근의 글로벌 신용경색 여파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입규모 파악해 대책 마련 시급

특히 수출과 연계되지 않고 순전히 국내에 납품하거나 완제품을 국내에 판매하는 기업들은 만약 환율이 조만간 떨어지지 않으면 수입대금의 지연으로 인한 환차손 규모가 경영을 위협할 정도의 규모로 알려지고 있다. 환율급등으로 인해 원·부자재 수입가격 및 제품가격이 상승하고 그 결과 주문물량이 감소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어 공장가동을 줄이거나 아예 중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기업으로서는 뾰족한 대책도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중소기업의 유산스 수입규모를 파악하고, 수입물품 판매 대금이 제때에 회수되지 못해 일시적으로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는 중소기업들에 대한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수입유산스 결제일에 따른 필요 유동성 규모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 필요하다면 수입 중소기업이 외화대출을 받아 유산스 대금을 결제하거나 상환기일을 일정기간 연장할 수 있도록 해 일시적인 유동성 위험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금융권도 이에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물론 은행도 전체 무역 규모가 줄어들고, 수출입금융이 구조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상황 하에서 외화대출을 하거나 상환일을 연장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건실한 기업이 예측하기 힘들고 통제 불가능한 대외 경영환경의 일시적 변화에 의해 경영의 안정성을 위협받게 돼서는 곤란하다.
건실한 중소기업이 대외변수의 영향으로 흑자도산하고 실업자가 대량 발생하는 위험에 대해 정부는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외화대출 및 상환연장을 위한 보증지원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경영안정성 및 한국의 경제안정성을 제고하는 정부의 적절한 대응을 기대한다.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경제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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