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초유 경제위기엔 특단의 대책 있어야”

글로벌 금융위기로 몰아닥친 한파로 우리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내수부진과 수출경기 위축으로 중소기업 경기는 꽁꽁 얼어붙고 있습니다. 향후 이러한 경기침체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 판로확보, 수출 등 모든 부문에서 악화된 경영여건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실타래처럼 얽힌 중소기업계 현안과 해결책을 300만 중소기업의 권익을 대변하는 중소기업중앙회의 김기문 회장과 중소기업정책을 총괄하는 중기청의 홍석우 청장으로부터 2회에 걸쳐 듣고자 합니다.

▶최근 연구원과 공동으로 중소기업 현장을 방문, 애로사항을 파악하셨는데, 중소기업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 자금·판로·수출 등 중소기업은 어려움을 겪지 않는 분야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78%는 자금난을 호소하며 은행의 ‘부도덕’, ‘불합리’, ‘불충분’과 같은 ‘3불(不) 트렌드’대출관행이 여전히 중소기업을 옥죄고 있는 형편입니다. 10곳 중 7곳은 판매상황이 어렵고 매출이 감소된 기업도 95%에 달합니다.
수입원자재 구입, 해외바이어들의 환율인상분에 대한 수출단가 인하 요구 등으로 환율상승이 수출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으며 69.3%는 수출여건이 악화됐다고 밝히고 72%는 수출물량이 줄었다고 하소연합니다. 이런 사정으로 중소기업의 75%가 부도위기에 직면하는 등 위기상황에 처해 있어 정부는 내수진작·제도개선 등 특단의 대책을 통해 하나의 중소기업이라도 살리고 중소기업을 먼저 생각하는 정책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협동조합 활성화 없이 중소기업 발전 없어
▶회장님께서는 올해를 ‘협동조합 활성화 원년’으로 정했습니다. 이에 대한 배경과 구체적 지원사업은.
- 현재의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우리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살리기가 반드시 필요하고 협동조합의 활성화 없이는 중소기업 발전과 경쟁력강화는 있을 수 없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를 ‘협동조합 활성화 원년’으로 정했습니다.
앞으로 협동조합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금융연계형 신공동구매사업 실시 ▲물류공동화 단지 조성 등 수익형 공동사업 개발 ▲기능활성화 자금지원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또한 식품·화학·전자 등 각 조합들의 업종·그룹별 특성에 맞춘 조합 프로젝트 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정부와 협의해 나갈 것입니다.
▶중소기업의 판로확대를 위해 ‘중소기업 공동브랜드 수의계약제도’ 도입을 회장님께서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주요내용과 기대효과 등에 대해 말씀해 주시지요.
- 영세한 중소기업들이 독자적으로 브랜드를 홍보해 인지도를 제고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공동브랜드를 통해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공공기관에 적극 납품할 수 있도록 우선구매제도 도입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조달청이 심사를 거쳐 선정한 우수 공동브랜드 제품에 대해서는 제 3자 단가계약을 체결하고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을 통해 공공기관이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입니다.
▶작년에 회장님과 중소기업계의 노력으로 중소기업제품 공공구매제도가 대폭 개선됐습니다. 중소기업의 판로촉진을 위한 향후 추진방안과 추가적인 개선방안은.
- 작년에 8조원 이상 중소기업제품 공공구매 확대, 공공구매지원관제 도입 등 중소기업계가 오랫동안 건의했던 주요 내용들이 많이 반영됐습니다. 특히, 소액수의계약 한도를 5천만원으로 인상하는 등의 조치가 있었음에도 일선 공공기관들이 분리발주를 회피하는 등 중소기업제품 공공구매제도 이행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어 관련법을 손질하는 작업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품질과 규격이 동일한 국가표준제품에 대해서는 별도의 계약방식을 적용토록 하는 등 제품별 특성에 따른 ‘맞춤형 구매제도’가 본격 시행되도록 할 예정입니다.
▶정부가 신용보증 및 대출 확대 등 막대한 자금을 쏟고 있음에도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원인과 대책은.
- 현재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본질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실물경기 침체로 인한 판매부진과 자금순환이 어렵다는데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확장적 금융정책과 적극적인 재정지출로 내수경기 부양에 나서야 하며 중소기업 자금지원에 있어서도 한계기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워 한정된 재원이 헛되이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중소기업들도 정부 등의 지원에 대한 도덕적 해이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자발적 임금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판로촉진 위해‘공동브랜드 수의계약제’도입
▶일자리 나누기가 당면과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중소기업의 일자리창출과 유지를 위해 정부가 반드시 개선해야 할 과제와 중앙회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 힘들 때일수록 서로 희망을 이야기 하고 고통을 함께 나누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중소기업은 10곳 중 7곳이 임금동결, 근로시간 단축 등을 통해 고용유지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일자리창출과 유지를 위해서는 여건조성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정부는 임금삭감 기업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5인 이하 소기업의 청년인턴제 활용방안 등 제도를 개선하고 고용지원센터 등을 통해 인력을 알선받지 않아도 신규고용촉진장려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 보완에 나서야 합니다. 중앙회도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 임원은 10%, 부서장은 5%의 임금을 반납했습니다. 본회는 중소기업들이 일자리 나누기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잡세어링센터’설치, 일자리 나누기 상담 및 정보제공, 제 2차 대한민국 일자리 박람회 9월 개최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회장님께서 생각하고 계시는 상생협력 증진방안은.
-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을 위해 상생협력은 중요하며 이를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을 통한 신뢰구축이 우선 만들어져야 합니다. 또한 신뢰를 토대로 기술개발, 경영지원, 마케팅 등 상호 성과를 공유하고 기업생태계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상생협력이 추진돼야 합니다. 최근 상생펀드, 상생보증 프로그램 등 다양한 지원사업이 발표되고 있으나 실제 지원실적은 미미한 실정입니다.
공기업으로의 확산이 요구되고 현재 1차 협력업체 위주로 운영되는 것을 2~4차 협력업체로 확대하고 중소기업 역시 대기업과 사업파트너로서 역량강화에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중앙회는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 시행과 관련 실효성 보완을 위한 협동조합법 개정, 이행점검단 운영을 통한 이행실태 점검 등을 통해 적정한 납품단가를 받는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백화점 등 대형유통점의 횡포와 불공정거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공정거래 촉진과 판로확대 차원에서 시급히 개선돼야 할 것은.
-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대형유통점의 횡포와 불공정 거래행위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특히 백화점은 최근 내수침체로 매출이 부진하자 힘없는 입점업체에게 수수료 38%, 부가세 10%와 같이 거의 50%를 거둬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같은 판매수수료 인상 외에도 인테리어 비용전가, 세일참여, 과도한 경품제공 강요 등으로 입점업체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런 불공정 거래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대형유통점과 입점업체간 동반성장을 위한 공정한 거래환경 조성, 중소기업 공동브랜드 활성화,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채널 등 다양한 판로처 확보를 통한 대형유통점 독과점 유통구조 개선 등이 시급합니다.

중소기업 ‘일자리 나누기’ 위기극복 원동력
▶우리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인 수출이 글로벌 경기침체로 위축되고 있는데 중소기업의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 글로벌 경기침체로 우리 수출은 넉달 연속 전년동월 대비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본회는 중소기업의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수출유관기관과 공조체제를 갖추는 등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먼저, 글로벌 전략품목 중심으로 111개 해외유망전시회에 2천300여개 중소기업을 파견하고 중동·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에도 시장개척단을 보낼 계획입니다.
중소기업 무역촉진단 예산과 관련 환율인상과 높은 수요를 반영해 추경 편성시 100억원을 요청해 50억원 정도를 반영시켰습니다. 아울러 협동조합의 수출촉진을 위해 해외바이어를 초청해 국내전시회를 개최할 경우 정부의 지원금을 대폭 확대해서 지원해 줘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경제와 중소기업 활력회복을 위해 회장님께서 생각하고 있는 정책방향과 중소기업인들을 위한 격려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 전례가 없는 사상초유의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획기적인 경기부양책 등 신속하고 과감한 정책추진이 필요하며 현재까지는 정책추진의 방향과 맥은 잘 짚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난 2월의 신용보증 확대와 은행대출의 전액 만기연장은 IMF 외환위기 때에도 실시하지 않았던 획기적 조치로 이러한 정책들이 일선 현장에서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세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합니다. “모든 사람이 나쁘다고 하면 경제는 나빠진다”라는 말과 같이 경제환경 변화에는 적극 대비하되 불필요한 심리적 위축은 피해야 합니다. 이번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우리 중소기업들이 자신감을 갖고 적극 노력해 나간다면 과거 IMF 때와 같이 슬기롭게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진=나영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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