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회사의 운명을 걸고 새롭게 개발한 신제품이 시장 진입장벽을 넘지 못하고 도태되는 경우가 많았다. 제품의 성능과 가격을 좌우하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치밀하게 짜여진 기존 공급 사슬을 뚫는 힘이 부족해 판매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정부는 “신제품 인증”제도를 시행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왕에 국가기관에서 공정한 심사를 거쳐서 신제품으로 인증 받은 제품에 대해서는 공기업 또는 공공기관의 경우 20% 의무 구매를 강제하고 있다.
신제품으로 인증 받기 위해서는 최소한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된 신기술을 적용해야 하고, 공인기관의 시험 평가를 통과해야 하며, 시장에서 판매 실적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요소들을 심사하기 위해 해당 분야 학계 전문가 뿐 아니라 유사한 제품을 제조하는 관련업계 종사자, 실제 제품을 사용한 구매자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에서 공정한 심사가 이루어지도록 정부는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신제품 인증이 부여하는 독점적 시장 침투력과 시장의 공정한 거래 메카니즘이 서로 충돌하는 것은 인증 제품에 대한 의무 구매가 갖는 근본적인 문제 이다.
신제품 인증을 받은 중소기업 제품을 최소 20% 공기업에서 강제 구매해야 하는 경우 발생하는 몇 가지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용연한이 수년간 보장돼야 하는 제품인 경우, 보장 기간동안 실제 사용 환경에서 그 내구성이 확인 돼야 한다. 그러나 신제품 인증 심사시 요구하는 “공인기관의 시험 평가”는 새로 개발된 제품을 실제 사용 환경에 공급해 수년 간의 보장 수명 기간 동안 시험 평가한 성적서 뿐 아니라, 시험 시편 단품에 대한 초기 성능만을 실험실에서 측정한 결과도 인정해 주고 있다. 이 경우 구매자는 보장 기간 중 성능 저하로 파생되는 여러 손실 리스크를 감수 해야만 한다.
둘째, 예를 들어 100개의 신제품 단품을 하나의 반응기에 넣어야만 비로소 반응기가 가동된다면, 의무 구매를 통해 신제품 인증 제품 20개를 넣고, 인증 품이 아닌 다른 회사 제품 80개를 넣어서 100개를 채울 수 있다, 이 경우 사용 중 반응기 성능에 문제가 발생 한다면 어떤 회사 제품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 했는지 책임을 가려내는 것이 매우 어려워진다. 이런 이유로 100% 모두를 신제품으로 구매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된다, 이 경우 신제품 인증을 받지 못한 타 회사의 제품은 자연히 시장에서 도태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뿐 아니라, 구매자의 가격 협상력이 현저히 감소하게 된다.
셋째. 동일한 종류의 제품을 제조하는 산업체 가운데, 신제품 인증을 받은 업체가 한 곳 뿐일 경우, 인증의 유효기간동안 공기업 납품은 한 업체가 독점 하게 되고, 더 낮은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는 타 회사 제품은 시장 원칙과는 맞지 않는 이유로 도태 될 수 있다.
이상 지적한 인증 제품 의무 구매로부터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조합해 최악의 경우를 고려하면 다음과 같다. 기존의 여러 회사가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기술로 동일한 성능을 나타내는 제품을 개발해 신제품 인증을 획득하게 되면, 공기업은 내구수명을 보장받지 못 함에도 불구하고 신제품을 구매해야 만 한다.
더불어 한 반응기에 다수의 단위 제품을 넣어야 할 경우, 나중에 책임 문제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신제품을 20%가 아닌 100% 구매해야 하고, 더 나아가 신제품 인증을 받은 회사가 한 곳 밖에 없다면 공급자가 요구하는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결국 내구연한이 보장되지 않는 제품 100%를 공급자가 원하는 가격으로 한 회사로부터 공급 받아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 할 수 있다. 제품의 가격은 신기술에 의해서만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기존 기술로도 생산량을 증가 시키거나 수율을 향상시켜 신기술 이상의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다.
중소기업에 기술 개발의지를 북돋우면서도, 다수의 중소기업이 공정한 시장 메카니즘을 통해 경쟁할 수 있도록 신제품 의무 구매는 보다 시장 원리에 맞게 보완 될 필요가 있다.

신동우
(주)나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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