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기르면 얼굴색도 꽃핀다. 이것은 꽃을 길러본 사람만이 아는 새로운 기쁨이다. 그네들은 꽃을 바라보기만 해도 몸과 마음이 좋아진다고 말한다.
사철 혹독한 환경 속에 피어난 저 들꽃을 보라. 우리 사는 앞뜰이나 뒷마당에서 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비록 콘크리트 숲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일지라도 잠시나마 한 송이 꽃을 대함으로써 얻는 마음의 소득은 그 어떤 것보다 우위에 선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아파트 베란다나 거실에 화분을 사 들여놓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꽃과 더 친해질 수 있다. 바쁜 삶에 얽매여 꽃 볼 짬도 없다고 투덜대는 사람들은 지금부터 하는 얘기에 주목해 주기 바란다.
아침저녁으로 꽃을 보면 근심거리가 사라지고 몸이 가뿐해진다. 이른바 ‘꽃치료법’인데,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응용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다. 다만 바쁘게 살다보니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을 뿐이다. 이제부터라도 하나 둘 실천해 볼 일이다.
꽃으로 몸과 마음의 병을 치료하기 시작한 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이다. 중국 삼국시대의 명의(名醫) ‘화타’는 헝겊으로 꽃 향료를 싸서 ‘향기주머니’를 만들어 환자의 몸에 지니게 함으로써 폐결핵, 설사 등을 치료했다고 전한다.
일찍이 일본에선 1970년대에 이미 꽃치료법이 뿌리를 내렸다. 이것은 한의학의 기(氣) 이론에 바탕을 둔 것으로 사람의 오장(간 심장 비장 폐 콩팥)과 오색(파랑 빨강 노랑 하양 검정)은 서로 깊은 관련이 있고, 오색의 기가 오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그 당시로선 꽤 진일보한 치료법이었다. 미국과 유럽에선 꽃 치료가 대체요법의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환자에게 꽃이나 나무를 기르게 해서 몸과 마음의 상태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굳이 다른 나라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근래 들어 ‘향기요법’ ‘바크요법’ 같은 꽃으로 몸을 치료하는 방법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향기요법은 꽃 향료를 따뜻한 물에 한 두 방울 떨어뜨려 몸을 담그거나 직접 향료의 냄새를 맡게 해 마음을 안정시키고 병을 치료한다. 바크요법은 평소 즐겨 먹는 음식에 꽃 수액을 섞어 먹게 함으로써 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식물학자들은 꽃 실험을 통해 꽃의 다양한 기능을 밝혀냈다. 한 예로 온도 습도 등이 똑같은 방에서 식물을 보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에서 알파파가 증가하고 델타파가 감소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네들의 주장에 따르면 알파파는 뇌가 안정될 때, 델타파는 뇌질환이 있을 때 증가한다고 한다.
꽃은 참 묘한 성질이 있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꽃향기를 맡느냐에 따라 사람의 기분도 달라진다. 향기의 종류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전문가들은 특정한 향기가 사람의 뇌파에 영향을 줘 심신의 부적응현상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예컨대 재스민향기는 뇌파 중 베타파를 자극해 베타파가 높아지면 두뇌가 자극을 받고 그 결과 긴장 상태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고, 라벤더향은 일상적인 업무와 인간관계에서 생긴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흐트러진 심리상태를 차분하게 만들어주며, 박하향은 피로를 풀어주고, 세이지향은 흥분하거나 화났을 때 기분을 가라앉혀 준다. 또한 레몬향이나 로즈마리향은 우울하거나 침체된 기분을 밝게 하고 의욕을 높여주고, 튤립은 짜증과 눈의 피로를 풀어주며, 봉선화는 긴장된 근육을 풀고 요통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이 같은 향기의 효과에 착안해 사무실 같은 생활공간에서 향기를 응용하는 아이디어 상품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일명 ‘환경향수’가 그것인데, 에어컨이나 통풍시설을 활용해 사무실로 유입되는 공기에 특정한 향을 섞어 사무실 근로자들이 쾌적한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향기는 이제 단순히 기분 전환뿐만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생산성 향상이나 인력 관리 등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감성이 지배하는 시대, 꽃향기요법은 이제 하나의 산업으로 우뚝 서게 됐다.
현대인들은 자연이 내려준 향기를 못 느끼고 산다. 향기는 우리에게 삭막한 심성을 고요히 가라앉혀 주고 고단한 살이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우리가 늘상 접하는 화장품이나 향수, 방향제도 식물(꽃)을 원료로 해서 만들었다. 꽃향기가 사람의 몸과 마음에 변화를 주고 그 종류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마음에 담아둘 필요가 있다.

김동정<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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