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만나본 중소기업인들은 한국이 정책은 세계 일류지만 중소기업하기는 가장 어려운 곳이라고 한다.
제조업이나 건설업분야에서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사례는 언론의 단골메뉴가 된지 오래고 유통분야에서도 대형마트의 무차별 진출로 재래시장, 동네가게의 몰락이 가속화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유력 재벌이 SSM이라는 중소형 마트까지 진출하기로 해 중소업계의 반발이 심하다.
서비스분야는 IT, 금융, 법률, 회계, 교육 등 전 분야에 걸쳐 글로벌화의 물결이 거세게 몰아쳐 대형화·전문화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규모의 업체들은 설 땅을 잃고 정부의 다양한 정책지원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경쟁대열에서 탈락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글로벌 양극화뿐만 아니라 국내적인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데 우리 한국은 IMF외환위기 이후 세계화 물결의 최전방에 서 왔기에 그 폭과 강도는 더 심한 실정이다. 지난 60년대 이후 산업화과정에서 불균형 성장전략을 공공연히 펴와 대중소기업간의 양극화가 심화됐는데 이를 적절히 치유할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한 채 세계화의 물결에 휩쓸리다 보니 양극화는 고착화됐다.
작금 한국적 현실은 국민들의 무조건적인 일류지향적 분위기, 대형화·전문화에 대한 맹신, 사회시스템의 강자에 유리한 연계구조 등이 맞물려 양극화 문제에 해답을 찾기가 힘들다. 상당수 지식인들은 글로벌시대에 양극화는 불가피한 현상이므로 운명론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태도를 보인다.
결과적으로 환율·원자재가 변동시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일방적 전가가 다반사로 행해져도 그만이고, 재벌이 동네 슈퍼시장에 진입해 상권이 피폐화돼도 자유시장경쟁이라는 명분하에 당연시 여겨지며, 서비스분야도 세계화 과정에서 글로벌기업의 우월적 지위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국내기업의 대형화·전문화가 불가피하다는 논리가 대세를 이룬다.
과연 양극화는 세계화의 부산물이기에 피할 수 없는 운명인 것인가. 경제가 성장하면 저절로 치유될 수 있는 현상인 것인가. 당장 우리가 취할 뾰족한 대책과 노력은 필요 없는 것인가.
정부는 당장의 불황이라는 급한 불을 끄고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미래의 먹을거리와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대규모의 재정투입, 규제완화 등 적극적 부양정책을 쓰고 있는데 이같은 정책이 양극화를 오히려 심화시키지 않는지 면면히 점검할 때다.
작금 한국사회가 가진 양극화의 폭발성은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사회통합을 저해하며 글로벌 경쟁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동안 추진해온 대중소기업 상생정책, 공정경쟁시장을 보장하기 위한 반독점정책, 그리고 개별 중소기업의 자생력 제고와 경쟁력 강화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재점검하고, 한국적 특수상황을 고려한 신 상생 모델을 정립해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필자는 한국적 신상생모델로서 ▲대기업들의 사회적책임경영이 한 단계 심화되도록 국제적 흐름에 적극 동참함과 아울러 사회책임경영기업에 대한 다양한 인센티브 부여 ▲시장의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불공정 거래행태에 대해서는 엄격한 룰을 적용해 일벌백계해 나가는 일관성 견지 ▲중소기업 정책도 기존의 파편화된 개별기업 지원중심에서 네트워킹화를 통한 대형화·전문화 방향의 협업중심으로의 전환 등을 제안한다.
최근 재벌의 SSM 마트에 진출도 이들의 영업활동에 대한 일부 규제논의와 함께 중소 슈퍼간의 체인화, 프랜차이즈화 등 네트워킹화를 통한 협업적 경쟁력 향상 노력이 근원적 해결책이 될 것이다.

나도성
한성대 지식서비스&컨설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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