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3일 보건복지가족부 상임위에서 국회의원들의 질타에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눈물을 보였다. 학자출신의 기관장이 눈물을 보인 것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사연이야 어찌 됐건 결코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식약청장이 흘린 눈물에 담겨진 진실을 되새겨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을 보면서 포르말린 통조림 파동, 공업용 유지 파동, 불량 만두 파동 그리고 작년에 있었던 광우병 파동 등을 떠 올린 국민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사건들은 언론사의 폭로에 이어 식약청이 뒷수습을 했고, 국민들에게는 큰 충격을 남겼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제 법적인 논쟁이 시작되고 있는 광우병 파동을 제외한 나머지 사건들은 결국 추후 법정에서 언론의 보도내용과는 전혀 다른 법적 판단을 받았다는 것도 또 하나의 공통점이다.
과거 이러한 사건들은 법적으로 무고한 것이 밝혀져도 언론사에는 아무런 책임이 없었다. 기업이 엄청난 타격을 받고 우리 경제에 큰 손실을 끼쳐도 아무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의 이런 사건들에서 피해를 본 대기업은 엄청난 재정적 손실과 함께 시장의 선도적 지위를 상실했으며, 중소기업들은 예외 없이 문을 닫았다.
이번 석면함유 탈크로 인한 사태는 식약청의 신속한 대응이 있었다는 것만 다를 뿐 과거의 사건들과 동일한 전철을 밟고 있다. 초기 언론사의 방송내용을 보면 발암물질인 석면을 고의로 첨가한 것과 같은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이번에 문제가 됐던 탈크에 함유된 석면은 인위적으로 만든 것도, 첨가한 것도 아닌 자연상태에서 극미량 포함돼 있던 천연광물일 뿐이다. 지금까지 일상생활에서 인간에게 유용하게 사용되던 광물이 폐로 흡입됐을 때 폐질환이나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져 점차 그의 사용을 규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시된 것이다.
물론 제약기업은 항상 더 안전한 제품을 개발할 의무가 있으며, 식약청은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래서 국가마다 그 규격사항을 법으로 정해 놓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탈크내 석면의 함유량을 0.1% 이하로 규정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에는 불검출로 정해 놓았다.
과거 일본에서도 이러한 석면함유 탈크로 인한 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었고, 그로 인해 탈크의 석면 함유량을 제한하는 규정이 만들어 졌다. 당연히 우리와 같은 충격적인 언론보도나 제품의 회수와 같은 조치는 없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에 대한 규정이 없다면 이를 관리하는 규정을 새로이 만들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1천여 종의 의약품을 모두 회수하여 폐기하는 초강경 대응책을 내놓았다. 이는 식약청이 언론에 또다시 끌려 다닌 결과이다. 문제는 이러한 문제가 이번 사건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선정적인 폭로기사가 될 수 있는 소재는 우리사회에 끝도 없이 널려있기 때문이다.
식품 및 의약품에 관련된 가장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규제해야 할 식약청이 언론이나 정치권에 휘둘리는 것은 일차적으로 식약청에 그 책임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식약청의 규모로는 이러한 역할을 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국회의원들은 여론에 편승해 기관장 앞에서 호통을 치기보다는 식약청의 인력과 시설, 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릴 방안을 마련해야 했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중소기업이며, 이는 고스란히 국민 모두의 피해로 다시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번 회수된 제품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의 제품들이 훨씬 더 많았다. 그렇지 않아도 자금력과 영업력이 부족한 중소 제약기업들은 더 큰 피해를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앞으로는 식약청이 언론이나 정치권에 더 이상 휘둘려서는 안 된다. 국민과 기업이 의존해야 할 최우선의 전문기관이 중심을 잡지 못한다면 우리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식약청장의 눈물은 이번이 마지막이 돼야 한다. 식약청장의 눈물 뒤에는 수많은 중소기업의 피눈물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김경수
카이로제닉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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