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웃으면, 한국경제도 웃습니다.’ 올해 중소기업주간의 주제다. 경기가 좋을 때에는 가장 늦게 햇볕을 받고 경기가 내리막일 때는 가장 먼저 찬바람을 맞는 게 중소기업이다. 그래서 중소기업이 웃으면 모두가 웃을 수 있다는 말은 옳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업종과 규모, 업태(業態)가 천차만별이다. 단지 대기업에 비해 규모가 작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중소기업을 동질적인 집단으로 묶어 애로사항을 따지고 대책을 세우면 헛발질하기 십상이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잘 나가는 중소기업도 많고 만성적으로 어려움에 빠져있는 중소기업도 많은 게 엄연한 현실이다.
중소기업이 당면하고 있는 어려움도 중소기업의 수만큼이나 많고 그 내용도 각각 다르다. 비가 내리면 소금장수가 어렵고 햇볕이 나면 우산장수가 어려운데 그 많은 소금장수와 우산장수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이 있을 수 있는가.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게 성장이고 발전이다. 각국의 역사적 경험을 보면 국민의 의식구조와 제도가 변화하는 상황에 걸맞게 개선되는 경우 성장을 거듭했다. 제도가 잘 갖춰져 있어도 사람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거나 사람이 잘 하고자 해도 제도의 벽이 가로 막으면 성장은 멈춘다.

가업승계·교육제도 개선

어떻게 제도개선을 할 것인가. 실업자가 넘쳐나고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인데 중소기업 현장에는 인력이 부족하다. 경기가 바닥을 기고 있는데도 이런데 시간이 흐른다고 개선될 리가 없다. 우선 교육제도부터 손을 대야한다.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세계 최고다. 대학졸업자에게 걸 맞는 일자리는 많지 않은데 무턱대고 대학에 진학하고 고학력 실업자는 양산된다. 산업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실업고와 전문대를 발전시켜야한다. 장학제도를 확충하고 학교와 직업을 연결시키는 제도를 정착시키지 않고서는 산업인력문제를 풀 수 없다.
중소기업의 가업승계를 원활히 하는 제도개선도 서둘러라. 가업승계는 부(富)의 대물림이 아니다. 책임과 노하우의 대물림이고 제2의 창업이다. 우리도 이제 몇 백년 대를 이어가는 장수(長壽)기업을 키워가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相生)협력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질서를 정착시키는 것도 중요한 제도개선의 문제다.

기업가정신 부추겨야

제도가 아무리 잘 갖춰져 있다 해도 역시 기업은 사람이다. 톨스토이가 말했던가. 모두들 세상을 바꾸려 들지만 스스로를 바꾸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쉽게 돈벌자’ ‘그 정도면 됐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기술개발과 품질개선이 쉬운 일이 아니고 또 어느 기간에만 해야하는 일도 아니지 않는가. 무엇을 만들건 무엇을 하건 세계최고를 지향하는 기업경영을 해야한다.
허허벌판에서 오늘의 한국경제를 있게 한 건 창업세대들의 도전정신이었다. 중소기업에 새바람을 불어넣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야망이 큰 젊은 기업가들의 출현을 부추겨야한다. 기술개발의 속도가 빨라졌고 시장은 거의 완전경쟁에 가까워졌다. 기술과 시장이 과거와 달라진 것이다. 새롭고 특출한 기술과 아이디어와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출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는 정책의지가 강하다고 해도 중소기업이 스스로 자생력을 키우지 않으면 모든 게 허사다. 중소기업은 당면하는 어려움을 정책 탓으로 돌리면서 당국의 지원에만 기대해서도, 정책당국 역시 모든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서도 안 된다.
어떤 난관도 이겨낼 만큼의 강인함과 인내심, 장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기술개발과 생산성 제고에 매달려야 살아남는다. “왜 중소기업을 하세요”라는 물음에 그냥 씩 웃을 수 있어야한다. 자신이 있으면, 희망이 있으면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장사꾼은 돈만 벌려고 애쓰고 기업가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일을 만들고 돈도 벌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다시 한번 중소기업인들의 기업가정신을 강조한다.

류 동 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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