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절감 등 최악의 불황극복에 적극 노력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으나, 출판, 공연등 문화계가 체감하는 경기는 아직도 싸늘하다. 관계자들은 “불황 때 나타나는 지표와 속설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문화계의 경기반등 지표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책 구입, 공연관람 등에 쓰는 문화소비는 가계소비 중 불경기 때 가장 먼저 줄이는 비용. 따라서 문화소비의 회복여부로 경기를 판단해 보면 현재 실물경기는 아직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 계속 성장하다 지난해 경기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자기계발서는 올 들어서도 계속 주춤한 상태다. 교보문고가 집계한 5월 마지막 주 베스트셀러를 보면 20위권에 든 자기개발서는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스물일곱 이건희 처럼’ 등 2권에 불과하다. 인터파크도서의 집계에 따르면 5월 자기계발서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가 줄었다.
경제경영서의 약세도 마찬가지. 김미영 인터파크도서 과장은 “경제경영서 시장은 경제상황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분야인데 경제위기를 분석하는 책만 조금 판매가 늘었을 뿐 전체적으로 지난해보다 30%가량 판매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출판시장의 화두는 여전히 문학이다. ‘불황 때는 문학이 강세’라는 속설이 계속되고 있다. 교보문고의 5월 마지막 주 베스트셀러 집계에서 소설, 시, 에세이 등 문학작품이 상위 2위권 가운데 절반 이상인 12권이 포함됐다.
특히 80만부가 넘게 팔린 뒤에도 기세가 꺾이지 않는 ‘엄마를 부탁해’의 강세는 ‘문학’과 ‘가족서사’라는 불황의 코드를 계속 반영하고 있다. 김정혜 창비부장은 “불황과 맞물려 가족서사가 떴고, 경기침체에 정서적 위안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이 책을 선택했는데, 아직도 그런 경향이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호경기의 특징으로 해석되는 ‘장르소설의 강세’는 아직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김 부장은 “장르소설은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구매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직 여유가 없어선지 장르소설보다는 순수소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판 시장에서 ‘쏠림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도 경기가 호전되지 않았다는 근거로 보인다. 쏠림현상이란 특정소재의 책이 뜨면 비슷한 콘셉트의 책들이 덩달아 나오는 경향을 가리키는 것. 이미현 믿음사 부장은 “아직은 비용절감이 더욱 절실한 출판사들이 시류를 무작정 따르기보다는 출판 종수를 가급적 줄이려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최악의 불황을 경험한 출판사들은 시장축소에 따라 ‘양 대신 질’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올해 하반기에 무리하게 출간 종수를 늘려봤자 시장에서 물량을 소화하기 힘든 상황에서 트렌드를 잘 반영한 소량의 책에 홍보와 마케팅을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게 출판사들의 판단이다.
또한 그동안 과열경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외서 판권계약 경쟁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고환율로 인해 외서 판권과 지급부담이 높아진데다 시장축소로 판권을 따내더라도 비용을 회수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저자의 직접 홍보도 가능한 국내 저자의 작품발굴에 관심을 돌리는 출판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 출판사들 역시 외국작가의 책보다는 실력 있는 한국작가의 책을 주로 출판하는 마케팅도 실속 있는 것들로 압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불황 속에서 뜻하지 않게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경품규제 폐지를 결정한데 대해 출판계가 “도서정가제를 무력화하는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새 경품고시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서 규정한 도서정가제를 완전 무력화해 버리는 기현상을 낳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서정가제를 포함한 현행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 따르면 출간된 지 18개월 미만의 신간은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저가의 1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여기에 공정위의 경품고시에 따라 책을 살 때 지불한 금액의 10%까지는 포인트나 마일리지 등 경품혜택을 받을 수 있어 신간을 사는 소비자는 최고 19%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출판계는 이런 경품규제가 폐지되면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할인으로 체감될 수 있는 포인트나 마일리지 등 경품 혜택이 제한없이 허용됨으로써 도서정가제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진설명 : 출판업계는 최악의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외국서적 판권경쟁 자제, 국내저자 작품발굴 노력 등 비용절감에 노력하며 ‘양 대신 질’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글·사진=박희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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