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가 수도권의 공장 신·증설을 쉽게 하는 내용을 담은 국토이용 효율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이에 대한 찬반양론이 뜨겁게 대립하고 있다. 일단 재계는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이고,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방경제의 타격을 우려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리고 최대 수혜자인 경기도는 이전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오히려 더 획기적인 수도권 규제완화를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참여정부 때까지만 해도 지방과 수도권 균형발전정책에 따라 수도권은 철저히 개발이 억제돼 왔다. 이번에 변경된 계획에는 ‘선진국형 지식경제체제를 구축해 수도권을 국가의 성장동력이자 동북아의 중심도시로 육성한다’는 표현이 추가됐다. 더 이상 지방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도권을 세계적인 경제권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현 상황에서 수도권 규제의 전면적인 폐지는 정치적으로 합의되기 어려운 과제이다. 그러나 국가경제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도 수도권 발전에 큰 장애가 되는 규제들을 점진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도권은 이미 다양한 규제, 예를 들어 수도권정비계획법 규제, 개발제한구역 규제, 군사시설보호구역 규제, 한강수계 규제 등과 관련한 10여개의 법률과 제도가 거미줄처럼 얽혀 기업의 경제활동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수도권이라고 해도 경기북부지역의 경우에는 모든 산업기반이 크게 낙후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규제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 제조업의 경쟁력을 상실하여 중국으로 이전하는 중소기업이 하루에 2개씩이나 된다고 하니 이 또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중국의 급부상으로 인해 동북아 경제권이 우리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경기도 서해안 지역은 대중국 황해권 거점지역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IT, 신재생에너지, 제약, 바이오산업과 같은 첨단산업과 문화관광산업이 수도권에서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우리 국토 전체가 중국이나 싱가포르와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논리로 만들어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구분은 더 이상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지금 우리의 경쟁상대인 중국과 싱가포르 같은 나라들은 우리의 수도권에 비해 훨씬 강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정책은 국가의 경쟁력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정책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제 비수도권은 수도권의 규제를 통해 성장하려는 유혹을 버려야 한다. 비수도권은 수도권의 규제에 의존하지 않고도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이용해 기업과 대학을 유치할 수 있다. 대기업으로 하여금 기업도시를 건설하게 하고, 그 개발이익을 환수하지 않고 재투자할 수 있게 해준다면 충분한 매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에 유치한 골프장의 세금을 감면해주고, 저가로 부지를 공급해 명문대학을 유치한다면 진정한 균형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균형발전은 수도권의 규제가 아닌 비수도권의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국가의 경쟁력을 약화시키지 않으면서 균형발전도 도모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경제살리기 정책들은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그러나 기업의 규제완화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기업에게 지방으로 가라고 강요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정책이다. 기업이 더 나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방으로 찾아가도록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우리의 수도권이 세계의 대도시권들과 경쟁할 수 있어야 한국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정부가 수도권지역에 많은 규제들에 대해 해제와 완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수도권 규제완화와 지방발전정책은 동시에 추진돼야 진정한 국토의 균형발전이 가능할 것이기에 정치권에 더 많은 고민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경수
카이로제닉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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