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도입을 위한 찬·반양론이 팽팽한 가운데 제도도입의 판단기준으로 중소기업계 입장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17일 권기홍 노동부장관을 비롯한 정부, 학계 및 노동계 등 찬·반 양론 진술을 위한 전문가 6명을 출석시킨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고 이재정 의원 등이 발의한 ‘외국인근로자의 고용허가 및 인권보호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고용허가제 조기도입을 자신했던 정부측의 당초예상과 달리 6월 임시국회에서 이 문제가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소속의원들 또한 이견이 많아 상당부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은 “고용허가제 도입주장이 김대중 정부부터 논의돼 왔지만 제도도입을 주장하는 노동부는 독자적인 정부입법안 조차 없는 상태”라며 “서둘러 추진하자는 노동부가 독자안도 없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정부가 제 할 일을 못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또 “영세업자 등 중소기업들은 한계 상황에 처해 있는 만큼 과중한 부담을 줘서는 안된다”며 “송출비리관련 현장조사, 업종제한의 실효성, 적정 도입인력 규모 산정을 위한 실태조사 등 시행착오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책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서병수 의원도 “고용허가제는 우리의 노동시장을 기본적으로 외국인에게 개방하겠다는 제도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국내인력시장의 개방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고용허가제를 도입하겠다면 그로부터 파생될 수 있는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사전에 분석하고 보완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불법체류 쉬운 환경부터 고쳐야
자민련 안동선 의원은 “노동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재사고는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일어나지만 인권단체에서 외국인 산재 사례만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노동3권이 보장되기도 전에 외국인들이 단체행동에 나서는데 노동부가 노사불안 걱정이 없다고 단언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밝혔다.
안 의원은 또 “외국인들의 범죄 증가율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 사회문제 되고 있다”며 “불법체류자 발생의 주요원인이 법집행 의지의 결여인 만큼 이들의 양성화는 대한민국에 법질서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불법체류자 문제에 대해 새천년민주당 김덕규 의원은 “연수생제도의 문제가 아닌 불법체류하기 쉬운 환경을 우선 손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더라도 불법체류자 근절이 어렵기 때문에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요청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또 “고용허가제 도입에 대한 중소기업계 내부에서도 찬성과 반대의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노동연구원과 매경 여론조사 결과도 상반된 의견을 보이고 있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길상 노동연구원 부원장은 “노동연구원 조사결과는 고용허가제라는 표현 대신 합법적으로 외국인을 쓸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중소기업들이 찬성을 한 것”이라고 말했고 이윤보 건국대 교수는 “두 제도가 모두 합법적인 제도로 안정적인 노동공급 확대를 원하는 중소기업의 입장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국명 기협중앙회 연수협력단장은 “불법체류자 발생은 단기비자로 들어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불법체류자 단속을 위한 보호시설 조차 없는 게 현실”이라며 “이탈해도 제재조치 등 불이익이 없어 거리낌없이 이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단장은 또 “그동안 영세사업장에 연수생 배정이 안됐던 것은 도입 쿼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5인 미만 소기업에도 연수생이 배정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건비 부담 여전
중소기업의 부담이 우려되고 있는 인건비 상승에 대해 한나라당 오세훈 의원은 “노동3권 부여 등 권리의식 향상을 전제로 했을 때 일정부분의 인건비 상승은 불가피하다”며 “고용부담금을 실시하는 싱가포르, 대만 등은 처음부터 제도화했기 때문에 저항이 적지만 국내 사정은 다른 만큼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권기홍 노동부 장관은 “비용상승 부분을 명확한 수치로 예측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우며 노동부가 제시한 임금수준 또한 의미가 없다”며 “고용부담금제가 논의되면 비용상승 측면이 크기 때문에 기업의 저항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MOU체결 송출비리 근절안돼
송출비리와 관련 오세훈 의원은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 쿼터 제한 등으로 제재를 가한다면 외교적 마찰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기협중앙회서 운영하는 배수제 도입 등 새로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인력 선발을 제어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국명 기협중앙회 연수협력단장은 “동남아권 송출기관은 화교세력 및 자국 권력기관과 연계돼 있다”며 “송출국가의 사법권을 갖기 전에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윤보 건국대 교수는 “해당국가와 MOU 체결 등으로 노동부는 해결을 자신하고 있지만 한국행을 희망하는 외국인들이 많기 때문에 사실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현행 연수제도와 관련 박인상 새천년 민주당 의원은 “산업연수생제도를 비롯, 여러 연수제도가 지금 시행되고 있어 창구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김해성 외노협공동대표는 기협중앙회의 비리사실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국명 기협중앙회 연수협력단장은 “제도와 외국인력 도입은 따로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며 “일부에서 기협중앙회가 비리의 온상처럼 비춰지고 있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밝혔다.
이 단장은 이어 “연수생 관리비용은 정부지원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일정 비용을 정부승인 아래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기업에서 부담한다”고 밝히고 “회계처리 결과 또한 국회 및 주무관청에 보고되고 국정감사, 감사원 감사 등을 수감하는 현행 시스템이 어떻게 비리의 온상이 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한편, 공청회에 앞서 진술인으로 나선 유길상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 김해성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공동대표, 정길오 한국노총 정책국장은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고용허가제를 찬성했고 이윤보 건국대 교수, 이국명 기협중앙회 연수협력단장, 김정태 한국경영자총협회 상무는 비용증가, 사회복지비용 증대 및 노사관계 악화 등을 이유로 고용허가제를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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