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절정에 달하면서 너도나도 휴가를 떠나고 있다. 매년 그랬듯이 유명 피서지를 찾아 떠나는 행렬로 지금 도로는 몸살을 앓고 있다.해수욕장이니 산이니 섬이니 해서 유명 피서지를 찾아 떠나는 것은 오히려 고생길이 되기 싶다. 한꺼번에 몰려가는 피서객들로 도로는 제 기능을 못하고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주머니 사정을 봐주지 않는 바가지 상혼에 기분을 망치기 십상이다. 여름 초입부터 이름난 휴양지의 호텔이나 콘도미니엄 등 고급 숙박시설이 동이 난다. 무슨 수학공식 같은 이 ‘피서대란’은 올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친구가 장에 가면 거름지고 쫓아간다’는 말도 있듯이 우리는 적어도 남들만큼의 삶은 누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주머니가 가벼워도 안 갈 수 없는 휴가라면 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수밖에 없다. 실속 있는 휴가는 계획을 세우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가능하다. 올 여름 휴가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노리는 방법을 찾아야 하겠다.
아직 휴가를 떠나지 못한 이들이라면 올 여름에는 뭔가 보람 있고 기억에 오래 남는 색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근래 들어 백패킹이란 여행 문화가 각광받고 있다. 백패킹은 평범한 피서 문화에 식상해 있는 이들에게 맞춤한 여행 방법이다.
누구나 원초적인 자연의 품에 안겨 마음에 쌓인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버리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일상은 스트레스를 풀 기회를 쉽사리 주지 않는다. 기껏해야 줄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거나 수다를 떠는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풀려고 한다. 새로운 휴가문화로 등장한 백패킹은 스트레스 탈출을 꿈꾸는 이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등에 배낭을 메고 산이나 계곡을 따라 걷는다’는 뜻의 백패킹(Back Packing)은 산천의 순수를 온몸으로 느끼고 체험하는 일종의 자연주의 여행법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잃어버린 인간성을 되찾고 친분을 다지는 방법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백패킹이 등장한 것은 10년 전 쯤으로 유명 관광지 위주의 틀에 박힌 여행에 염증을 느끼던 사람들이 몇 명씩 짝을 지어 오지로 배낭을 메고 떠나면서 자연스레 생겨났다. 그러다가 백패킹이 붐을 이루기 시작한 것은 산악인들이 섬진강이나 동강 유역의 물줄기를 따라 오르내리면서 점차 자리를 잡아갔다.
일상의 규율에서 벗어나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문명의 이기가 닿지 않는 강변이나 계곡길을 걷다 보면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된다.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삼삼오오 짝을 지어 떠난다면 더욱 도타운 우정과 친분을 쌓을 수 있다.
가벼운 등산화에 반바지 차림으로 무릎까지 빠지는 강물을 건너고 어둑한 숲길을 맘껏 활보한다. 때로는 돌에 걸려 넘어지고 벌레에 물리는 일이 벌어지지만 이게 백패킹의 매력이 아니던가.
걷다 지치면 암반에 드러누워 잠깐 눈을 붙이거나 푸른 하늘 뭉개구름과 눈맞춤을 해보자. 하루 도보 거리는 10~15km가 적당하다. 초보자는 처음부터 무리하게 움직이지 말고 여행사를 통하거나 경험이 많은 사람과 동행하는 것이 여러 모로 유리하다. 보통 1박 2일의 경우 4만5천원~5만5천원 안팎이면 충분하다.
줄곧 펼쳐지는 비경을 바라보며 물길따라 산길따라 나아가다 보면 어느 새 하루 해가 넘어간다. 어둠이 몰려온다고 해서 염려할 필요는 없다. 미리 챙겨온 텐트를 치고 야영에 들어간다. 인근에 농가가 있다면 민박을 하는 것도 좋다. 낯선 곳에서 맞는 여름밤은 일상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낭만과 젊음을 되찾아준다. 귀를 간지럽히는 풀벌레 소리, 저 하늘에 반짝이는 별무리,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한 편의 시이고 동화다.
하지만 백패킹이 마냥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갑자기 닥치는 날씨 변화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자연훼손을 최소화해야 한다. 비가 내리면 계곡을 피해 안전한 고지대로 올라가 기다리는 건 기본이다. 자녀를 데리고 간다면 험하지 않는 코스를 택한다.
그렇게 2박 3일 정도 자연의 속살을 더듬고 나면 몰라보게 성숙해 있는 나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백패킹은 자연 속에서 본래의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백패킹을 하기 위해서는 야영과 취사에 필요한 도구를 챙겨가야 한다. 비가 올 때를 대비해 비옷은 물론이고 배낭을 감쌀 비닐도 준비해 가야 한다. 주로 오지를 돌아다녀야 하는 만큼 구급약과 비상식량, 연료를 챙기는 것도 잊지 말자. 또한 날씨 변화가 심하므로 긴 소매 상의와 긴 바지는 필수다.
시대가 바뀌어도 우리네 피서 문화는 여전한 것 같다. 옛 어른들이 그랬듯이 자기 마음부터 다스리는 것에서 더위를 이겨내는 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휴가는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풀어주는데 더없이 좋은 활력소이다. 현대인들의 건강한 삶을 위한 생활필수품처럼 간주되고 있다.
이제 피서는 단순히 더위를 피한다는 차원에서 한 걸음 나아가 일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더 큰 의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 김 동 정┃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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