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벤처대란설이 나도는 등 자금난이 악화된 중소 벤처기업의 생존·성장 전략으로 기업인수합병(M&A)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개발기술이나 지적재산권 등 무형자산의 비중이 크고 성장성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벤처기업의 경우 합리적인 기업가치 평가수단의 미비와 30여 가지에 달하는 관련법규 등 정비돼야 할 부분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기술거래소(사장 연원석)이 서울지역 벤처기업의 중간관리자 287명과 M&A 지원·주선기관의 임원 5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M&A가 IPO(기업공개)와 함께 투자자금의 중요한 회수 수단과 세계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는 미국과 달리 국내 여건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특히 M&A를 위한 합리적인 기업가치평가 수단이 미비한 것은 물론 M&A지원 주선기관의 미약한 기능, 여전히 M&A가 경영실패의 결과라고 생각하는 인식의 부재, 복잡한 법률 및 절차, 기업간의 불신, 상장기업 위주의 M&A 제도, 현실에 부합하지 못하는 세제 등이 정비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번 조사를 주관한 기술거래소 김경환 본부장은 “미국의 경우 M&A 시장이 거래소 시장의 12배 규모일 정도로 활성화 돼 있다”며 “M&A는 이미 성장전략의 보편적인 방법으로 자리잡았으며 시스코시스템즈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또 “현재 국내에는 4곳의 평가기관이 있지만 공신력 있는 평가기관이 미미하다”며 “중소·벤처기업들은 자산규모가 작아 대형로펌, 회계법인의 관심권 밖에 있어 적정한 가치평가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2000년 설립된 벤처기업 A사. 자본 일부가 잠식중인 이 회사는 연구개발을 끝내고 시제품을 양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회사의 성장전략으로 M&A를 선택, B사와 M&A를 위한 절차를 진행중이지만 현재의 법제화된 기업평가방법에 따르면 기업의 가치가 마이너스로 나타났다.
현재 비상장 기업들이 기업의 평가 방법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에 나와 있는 비상장주식의 평가 방법.
순자산가치를 발행주식 총수로 나눠 가치를 평가하는 이 방법에 따를 경우 연구개발에 투자한 후 1∼2년 정도 본격적인 매출이 없는 기업들 대부분은 주당 가치가 마이너스로 계산된다.
A사 실무담당자는 “기업의 지적재산권, 성장가능성과는 상관없이 현재의 방법으로 회사를 평가할 경우 기업가치가 마이너스”라며 “11월 초 예정된 주총에서 불리한 합병비율과 낮게 형성될 매수청구권 행사가격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며 고심하고 있다.
법무법인 한결 안식 변호사는 “이 규정은 세법상 과세하기 위한 기준일 뿐 기업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기준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며“기업의 가치를 법에서 규정하기 보다는 시장에서 평가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가이드 라인을 먼저 만들고 이를 확산시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변호사는 또 “이월결손금 승계, 청산소득공제, 주식 스왑시 양도세 부과문제 등 업계의 요구사항은 정부당국이 정책적 의지를 갖고 풀어야 한다”며 “IMF 이후 긍정적인 시각전환과 함께 M&A 활성화를 위한 법 정비가 상당수 이뤄졌지만 벤처비리 발생 시 여론에 밀려 규제를 강화하는 등 정책의 일관성, 체계성이 흔들려서는 안될 것”으로 지적했다.
대기업에 지분 일부를 넘기려는 S사 대표이사는 “M&A가 경영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는 만큼 대기업의 마케팅력과 결합, 세계시장을 상대로 경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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