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초, 2초, 1초, 발사 !”
온 국민의 관심과 염원 속에 전남 고흥에 위치한 나로우주센타에서 2009년 8월 25일 오후 5시에 나로호의 역사적인 발사가 진행되었다.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발사통제동 창문을 통해 발사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필자를 위시한 참관단은 장내 안내자의 발사소리와 함께 뿜어져 나오는 흰 연기와 엄청난 섬광 사이로 솟구치는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의 장엄한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벅차 오르는 감격으로 “와” 하는 함성을 외쳤다.
발사통제동 건물은 발사장소에서 1Km이상 떨어져 있는 데도 불구하고 비상하는 ‘나로호’로부터 나오는 “웅”하는 둔탁한 진동이 온 몸 속으로 스며들었다. 1999년 아리랑 1호 위성의 연구책임자였던 필자는 당시에 미국 반덴버그 발사장에서 ‘토우루스’라는 미국의 우주발사체에 아리랑1호를 실어 발사하면서 많은 아쉬움을 느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 발사장에서 자력으로 우리 위성을 발사하는 것을 직접 목격하니 후배, 동료 연구원들이 너무도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이도 잠시. 성공적 발사에 모두들 희열로 가득 차서 서로 격려를 하고 있는데 ‘궤도진입실패’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발사 자체는 성공이었는데 과학기술2호 위성이 궤도진입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너무도 애석한 일이지만 차분히 흥분을 가라 앉히며 나로호 발사의 진정한 의미와 우리의 실상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우주발사체개발에는 극복해야 할 극도로 예민한 기술이 너무도 많다. 즉, 지축을 흔들 정도의 엄청난 힘을 제어해야 하는 추진기관 기술, 섭씨 마이너스 180도라는 극저온 액체를 고속으로 다루어야 하는 초정밀 재료 및 부품개발 기술, 음속의 23배 이상의 속도를 내기 위해 1그램의 무게도 절약하면서도 엄청난 고압을 이겨 내야 하는 구조체 기술, 한치의 오차도 없이 주어진 궤도를 따르도록 하는 궤도역학과 통신제어 기술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와 같이 극복해야 하는 수천 가지의 최첨단 기술과 부품개발 중에서 한가지만 잘못돼도 미션달성이 안되기 때문에 우주선진국의 첫 우주발사 성공률이 27%가 채 안 된다. 이러한 이유로 우주발사체 기술을 그 나라 국력의 상징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질책보다 격려를

금번 나로호 발사는 상용위성을 발사하기 위함은 아니다.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 땅에서 우리가 개발한 인공위성을 우리 손으로 발사하는 것으로 한번의 시도로 성공하면 좋겠지만 이는 과욕임을 알기에 9개월 후에 또다시 동일한 조건으로 발사를 하는 것이 계획돼 있다.
사전에 모든 문제점을 발견하고 그렇지 못하면 발사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질책도 있으나 나로호 발사처럼 개발 프로젝트에서는 말처럼 쉽지 않다. 발사 카운트 7분56초를 남겨두고 발사가 중지된 소프트웨어 오류의 발견이나 금번과 같은 궤도진입 실패의 원인이 되는 위성 덮개인 페어링의 미분리 등과 같은 문제점은 깊이 숨어 있기 때문에 실제 발사를 시도해 볼 때만 궁극적으로 파악된다.
우주선진국의 경험 많은 엔지니어들과 대화하다 보면 여간 해서는 사전에 발견되지 않는 이러한 극소수의 숨은 문제점을 고스트, 즉 유령이라고 부르면서 가장 무서워 한다.
그러나 실제 발사과정을 거치게 되면 성공이든 실패든 불확실한 많은 부분이 확실히 파악돼 이후에는 완벽한 기술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 우주발사체 기술개발 과정이 되는 것이다.
금번 나로호의 절반의 성공은 역설적으로 무척 아쉽기도 하면서도 한편 다행스러운 면도 있다.
이제 본격 우주개발이라는 긴 장도를 떠나야 하는 연구진들이 만약 첫 번의 시도로 100% 성공을 할 수 있었다면 자칫 자만심이 깃들어 정작 우주강대국들을 추격하기 위해 착수한 한국형 발사체(KSLV-II)개발사업이라는 본 경기에서는 뒤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밖에도 한 번의 시도로 성공했다면 주변의 우주강대국들이 우리나라의 기술능력에 충격을 받아 심한 견제가 우려되었는데 이제는 그들에게 어느 정도 안심을 줄 수 있어 아주 심한 견제는 하지 않을 것 같다.
한 나라의 국력을 측정하는 척도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으로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는가?’, ‘항공모함이나 최첨단 전투기를 자력으로 개발할 수 하는가?’등과 함께 ‘인공위성을 자력으로 발사할 수 있는가’이기 때문에 소위 강대국들이 긴장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우주개발 선진국 반열에 들기 위해 노력한지 올해가 20년에 되는 해이다. 우리의 목표를 확실히 달성하기 위해 이제부터 절대 범해서는 안될 일이 있다.

예산삭감 없어야

무엇보다도 금번 나로호가 100% 성공 못했다 하여 항공우주연구원의 연구원들에게 심한 비난이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 안 된다.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심한 질책보다는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절대로 해서는 안될 일 중 또 하나는 지금까지 계획하고 추진해온 국가우주개발사업관련 연구과제들이나 대전 국제우주대회 같은 행사에 대해 예산 삭감이나 연기를 거론해서는 안 된다. 하등의 흔들림이 없이 계획대로 꾸준히 추진돼야 한다. 오히려 나로호 발사 전후로 확인된 국민적 관심과 기대를 고려 할 때 예산의 증액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나로호 개발을 담당한 연구원들에 의하면 실용급 인공위성을 탑재하여 발사할 한국형 발사체 KSLV-2호의 기본설계와 개발기술은 이미 거의 다 파악 돼 있고 향후 8년 안에 성공적 개발을 자신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부터 할 일은 설계에 따라 부품의 개발과 제작, 철저한 확인시험이라고 한다. 러시아에서 비밀이라 하여 보여주지도 않는 지금의 나로호 1단보다 2배 이상 큰 규모의 1단을 우리 연구진이 100% 국내 자력 개발을 자신하고 있는 것이다.
절반의 성공이라는 금번 나로호 발사에 대한 실망과 허탈감을 극복하고 나로호 참여 연구진을 격려하고 신뢰하는 한 우리모두의 자존심을 회복해 줄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류장수
AP시스템(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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