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이라는 말이 있다. 전쟁이나 불경기 등의 사회격변기 이후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을 일컫는다. 미국과 일본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인구가 비약적으로 늘어났고, 우리는 6.25 전쟁이 끝난 1955년 이후 베이비붐이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인구가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경제성장이 뒷받침 돼주지 못하면서 극심한 식량난을 겪을 수밖에 없었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로도 모자라 ‘아들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자’는 운동까지 벌이게 되면서 자녀를 하나만 낳는 가정이 애국자였던 시절이 있었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고 할까. 산아제한을 했던 때가 겨우 반세기도 지나지 않았는데 지금은 아이를 많이 낳는 가정에 여러 가지 혜택을 주는 출산장려 시대가 됐다. 사람 팔자 시간문제라더니 나라 운명도 세월 따라 변하는 모양이다. 참으로 세상일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변화무쌍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런 시대 변화를 남의 일처럼 관망하기에는 그 내용과 결과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심각하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의 수인 ‘합계 출산율’은 지난해 1.19명을 기록하며 지난 4년째 세계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재의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조만간 인구 고령화와 노동력 감소로 경제는 추락하고 국가 경쟁력은 퇴보를 불러오게 될 정도로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현재의 저 출산의 근본원인은 경제적인 부분과 삶의 질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는데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은 가히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지출은 18조 7230억 원이었다. 가구당 평균 112만 2000원으로 전체 교육비 238만 7300원의 47%로 거의 절반 수준에 이르고 있다. 어린이의 성장과정에서 들어가는 사교육비를 포함한 교육비 지출이 점차로 높아져 가정 경제 자체를 기우뚱거리게 만든다.
또한 통계청 경제활동 인구조사 부가조사에 의하면 임시직과 일용직을 포함한 비정규직 규모는 전체 노동자의 33%에 이른다.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들이 저임금의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나마 일자리라도 잃게 된다면 가정의 해체로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어떻게 아이를 두셋 더 낳아서 키울 수 있겠으며, 또한 그 누가 나서서 감히 출산 장려를 권할 수 있겠는가?
결국 이러한 모든 실정을 감안할 때, ‘아이를 많이 낳자’는 단순한 생색내기와 형식적인 전시행정으로는 출산율을 높일 수 없다. 방법은 오직 단 한 가지다. 국가와 사회지도층이 적극 나서서 제도에 대한 변화와 개혁을 이뤄야 한다. 출산이 가정에 부담이 되지 않고 즐거움이 될 수 있도록 근원적인 처방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길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가정을 이룰 수 있는 일터와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는 정치가 제공 되는 것뿐이다.

일자리 많이 만들어야

맹자는 “아녀자들이 누에를 치면 늙은이들이 비단을 입고, 남정네들이 농사를 짓는다면 여덟 식구가 굶주리지 않는다.”고 해 항산(恒産)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항산이란 한 가정이 생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는 일정한 기본재산 또는 생업이라 할 수 있다. 생업은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생계수단으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삶의 질적 문제인 자아실현의 기능까지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서, 그리고 사회와 가정이 건강하게 유지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일할 수 있는 터전이 있어야 한다.
서경(書經) 대우모편(大禹謨篇)과 고요모편(皐陶謨篇)에는 “덕을 바르게(正德) 세우고, 씀씀이를 이롭게(利用)하며, 삶을 좋게(厚生) 유화(惟和)한다.”고 했으며, “사람을 알고 백성을 편안히 함(在知人, 在安民)”이라고 했다. 정치는 국민을 올바로 인도해 생업을 활발히 유지케 하고 편안하게 함에 그 목적이 있다. 올바른 정치로 인해 국민들이 항산이 있고, 씀씀이가 이로우며, 삶의 여유가 생기고 편안해진다면 자연스레 출산율의 문제도 해결 될 것이라 생각된다. 나라가 편안하고 가정이 편안한 것만큼 아이 낳기 좋은 세상이 따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출산문제 해소돼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작동됐다 한들 부모가 부모로서의 도리를 다하지 않는 한 모래 위에 궁궐을 짓는 것과 같다. 하늘과 땅과 만물의 자연은 자기의 이기(利己)나 이해타산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천지만물은 스스로 흘러가듯 이뤄졌다 해서 자연(自然)인 것처럼, 사람도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활하는 것이 올바른 도리이고 하늘이 주신 성(性)의 사명을 제대로 따르는 것이다.
성(性)은 살려는(生) 의지( )이다. 내가 살아가는 것은 부모로부터 낳아주심에 의해 인생의 고락을 모두 거쳐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어찌 경제적으로 잘 사는 것만이 삶이고, 그렇지 못한 것은 삶이 아니라고 주장하거나 자신의 윤택한 삶을 위해 자녀를 갖지 않겠다는 말이 스스럼없이 나오는 것인가? 이처럼 자신의 얕은 생각으로 아이의 출산 여부를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생각을 강제화 시키고 미리 차용하는 행위이기에 부모로서 해서는 안 되는 도리이다.
부모는 부모 된 자의 도리를 다해 만물이 끊임없이 낳고 또 낳는 생생불이(生生不已)의 자연의 순리를 이어 나갈 수 있도록 부부가 합심해야 한다. 세상의 모든 일은 조단호부부(造端乎夫婦)라 해 부부(夫婦)로부터 출발하는 것이기에 그렇다. 앞으로 나라와 가정이 편안해지고 부모는 부모로서의 도리를 다해 아이 낳기 좋은 세상이 만들어져 천지가 활발하게 번창하기를 기대해본다.

홍완표
충남기업인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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