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광주로 출장 갔을 때의 일이다. 광주 공항 상공에 도착한 비행기가 선회하고 있었고 기상이 좋아 쉽게 착륙할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웬일인지 비행기가 계속 착륙은 하지 않고 계속 공항 주변만 왔다 갔다 하는 것이었다. 다른 승객들은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광주공항은 당시 전투기도 함께 사용하고 있어 비행일정이 겹치는 경우 민간기의 이착륙 시간이 조정되는 일이 가끔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상적인 선회 횟수를 넘기고 서야 비행기는 착륙했고 이윽고 소방차와 정비팀이 긴급히 달려와 응급조치를 취했다. 과열 때문인지 엔진 부분에서 연기가 났고 그날 저녁 TV 뉴스에도 나왔다. 알고 보니 자동으로 바퀴가 나오지 않아 조종사가 수동으로 조작하느라 많은 시간이 소요된 것이었다. 라이트 형제의 시험 비행 이후 수송수단으로 비행기가 출현한 이래 비행기는 이착륙을 위해 바퀴가 반드시 필요하게 되었다.
하지만 비행 중에는 바퀴가 공기저항을 받아 연료소모를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속도를 내는데도 지장을 준다. 이착륙을 위해서는 반드시 있어야 하고 효율적인 비행을 위해서는 바퀴가 없어야 하는 모순에 빠진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에 부심하던 항공업계는 이 십 년이나 지나서야 보잉 727의 바퀴를 이륙 후 45도 접는 아이디어를 실행하게 된다. 이 간단해 보이는 아이디어가 1927년 뉴욕 타임즈가 선정한 최고의 발명이 되었다.
미국에서 얼마 전 귀금속에 고율의 세금을 부과한 적이 있다. 귀금속은 부자들이 살 테고 어차피 이들은 충분히 담세 능력이 있다고 본 것이었다. 그러자 난리가 났다. 부자들은 세금이 부담스러웠던지 귀금속의 소비를 급격히 줄였고 결국은 귀금속을 가공하는 애꿎은 서민들만 대거 일자리를 잃는 결과를 초래했다.
아파트 분양가는 무조건 낮추면 좋을 것 같지만 이는 건설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줄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채산성이 낮다 보니 건설업체는 아파트 건설을 중단하게 되고 이는 기존 주택 값을 폭등시킬 우려도 있다. 또 건설업 비중이 큰 우리 경제에서 건설업체의 지나친 도산은 경제의 파탄을 초래할 지도 모른다.
SSM(기업형슈퍼마켓 )문제도 그렇다. 대기업과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 동네에 물건 값도 저렴하고 쾌적하며 다양한 제품을 갖춘 대형 슈퍼마켓이 들어서면 편리하고 경제적으로도 이익이다. 같은 동네 사람들끼리 그럴 수 있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분명 그런 수요가 있기 때문에 진출하려는 기업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세계에서 문제는 경제적 논리로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소상공인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SSM을 허용하는 지역에서도 과거에 시행한 것처럼 백화점에서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해 저인망식으로 모든 동네 고객들을 싹쓸이 하지 않도록 영업시간을 규제하는 등 보완책을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
고임금 저효율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많은 제조업체들이 중국을 비롯한 저임금 국가로의 탈출이 대 유행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돈을 벌기가 그리 녹록치 않다. 처음 입주할 때의 각종 특혜를 줄이고 이런 국가들일수록 제도가 일관성을 유지하지 않고 수시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우리보다 제조업 평균 임금이 2.5배가 될 때도 자국에 많은 제조업체를 두고 성공적으로 운영했다. 미국 경제의 어려움은 따지고 보면 제조업의 든든한 기반이 없이 금융산업만 기형적으로 발전해 일어난 비극일지도 모른다. 최근 플로리다의 어느 32층짜리 아파트에 단 한 가구만이 육 개월째 입주해 있다는 소식은 집값 거품의 붕괴와 금융시스템의 난맥이 초래한 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비생산적인 노사의 치킨게임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지는 이미 많은 경험을 통해서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마치 비행기 바퀴 아이디어처럼 우리 나라에 제조업체를 두면서도 고임금 저효율의 상충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노사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찾아낼 때다.

김광훈
ASE 코리아 선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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