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목에 힘 줘야 하나
A사장은 불평불만이 많지만 유능한 사원 3명을 사장체험 프로그램에 참가시킨다. 이 프로그램은 3년전부터 시작됐는데 참가한 사원이 1주일간 사장 노릇을 하도록 구성돼 있다. A사장은 모든 사원이 한 번씩은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도록 스케줄을 짜고 있다.
B사장은 사원들과 항상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간부 사원이 아니면 어지간한 사원은 사장이 부르기 전에는 사장실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돼 있다. 일반 사원과 CEO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 B사장의 주장이다.
참고로 얘기하면 위의 A와 B 두 CEO의 회사는 매출 규모에 있어서나 사원의 숫자에 있어서나 거의 비슷하다. 그런데 A사장은 사원들과 경영이념까지 공유하지 않으면 회사가 발전하기 어렵다는 경영철학을 지니고 있고, B사장은 반대로 사원들 앞에 CEO의 권위가 서지 않으면 회사를 이끌어가기가 어렵다는 경영철학의 소유자이다.
A사장의 회사를 방문해 보면 활기가 넘쳐 흐르고 그야말로 살아 숨쉬는 회사 같은 생각이 저절로 든다. 사원 모두가 자기의 역할을 잘 알고 있다. B사장의 회사는 빈 틈 없이 잘 짜여져 있고 사원들이 책임감 있게 일하지만, 너무 진지해 보여서 좀 무거운 분위기다.

‘입장 바꿔놓고 생각하기’의 실천

미국의 경영경제 잡지 Inc.의 보도에 의하면 미국 기업의 대다수가 사원들에게 회사의 내부를 훤하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한다. Inc. 는 여러 가지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는데 그 가운데는 사장과 사원의 입장을 바꾸는 롤 플레이 드라마(역할 연극) 같은 것도 있다.
주로 IBM의 세일즈 아카데미나 엔사이크로페디아 브리타니카(대영백과사전)등 영업 위주의 기업에서 많이 실시했던 롤플레이는 그 후 많은 유통업체에서 활용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예를 들면 사장은 사원의 역할을 맡고, 반대로 사원은 사장의 역할을 맡아서 동일한 무대에 세우는 것이다. 또는 한 사람은 세일즈맨이 되어 열심히 구매를 설득하고 한 사람은 갖가지 이유를 들어 거절하는 롤플레이인데 상금도 많이 내걸고 있어서 사원들간에 관심이 높고 인기도 좋다고 한다.
롤플레이는 우리나라 식으로 말하자면 ‘입장 바꿔 놓고 생각하기’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나를 바라보는, 잘만하면 아주 효과적인 프로그램이라 하겠다.

흑자만 내면 되는 거지 뭐!

앞에서 예를 든 A사장과 B사장의 경우 ‘어느 쪽이 마음에 드느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이 A사장의 손을 들어 주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자기 회사 문제다 하면 B사장 편이 되고 말 것이다.
왜 이런 모순이 대두될까? A사장의 경영방침은 다분히 민주주의적이고 21세기적이어서 반드시 효과가 있으리라고 믿는 반면, 자기의 경우라고 생각하면 무언가 위신이 깎인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아니, 꼭 자기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구태여 사원에게 사장의 역할을 시킨다든가, 사장이 사원의 역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 CEO가 많다. 그렇지 않아도 사장의 권위가 무너지고 있는 기업 풍토에서 그렇게까지 하면 회사의 기둥뿌리까지 흔들리고 만다고 믿는 CEO까지 있다.
이상적이기는 사원과 CEO가 호흡을 같이 하고 행동을 같이 하며 기업 경영에서 오는 아픔과 기쁨을 나누는 것이 바람직 하다. 또 한 솥 밥을 먹는다는 공동체 의식을 지닌다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 손해 볼 것 없다.
그러나 아직 A, B 어느 쪽이 옳다고는 판단하지 말자. 그 두 CEO 는 아주 회사를 잘 이끌어가고 있으며 계속 흑자를 내는 유망기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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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드림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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