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뛰자! 대한민국’ 제2회 기업가정신 주간(10월 26일부터 2주간) 행사의 슬로건이다. 기업가와 노동자는 물론 정부와 국민 모두가 다함께 다시 뛰자는 다짐이다.
최근 경제의 거시지표가 호전되고 있고 올해 플러스 성장이 예상된다고 하지만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다. 경제상황이 호전된다고 해도 그게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는 건 아니다. 축대는 해빙기(解氷期)에 무너질 가능성이 큰 법이다. 기업의 투자의욕이 되살아나고 경제성장을 위해 사회전체가 ‘함께 뛰자’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미래가 담보되는 것이다.
우리는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당면과제는 무엇인가. 개인은 물론 국가도 매일매일 해결해야할 과제에 부딪친다. 한꺼번에 해결할 수 없기에 우선순위를 따져 풀어간다. 우리가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세종시 문제다.
세종시에 행정부처를 이전해야한다는 ‘원안 추진’ 주장과 행정부처 이전 대신 교육·과학기술·기업도시로 만들자는 ‘수정론’이 맞서 있다. 국민여론은 수정론으로 기울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에는 적당한 타협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세종시 수정론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정부여당은 ‘원안 수정 불가피론’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 장기이익 고려해야

그런데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정치는 신뢰인데 신뢰가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 문제는 당의 존립에 관한 문제”라고 말해 원안추진 입장을 밝혔다.
더욱이 원안+α까지 언급했다. 세종시 원안추진을 고집하는 야당과 맞서야하는 정부여당은 혼란을 겪을 것 같다. 지역이기주의도 고개를 들고 있다.
행정부처를 옮기는 것은 국가의 중추기능을 쪼개는 것으로 사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대통령과 국회는 서울에 있고 국무총리와 장관들은 세종시에 있다면 국정운영이 효율적일 수 없다. ‘기러기 정부’를 애써 만들 까닭이 없는 일인데도 약속을 한 이상 그걸 지켜야한다고 주장한다.
약속을 지켜야한다는 건 원칙론이다. 지키고 싶어도 지키기 어려운 약속도 있다. 약속이 잘못된 것이거나 사후에 상황이 달라져 그 이행이 바람직하지 않다면 사정을 설명하고 수정하는 게 옳다.
박 전 대표 말대로 국민의 신뢰는 중요하다. 그러나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과 국가의 장기적 이익을 비교해봐야 한다. 당초의 약속보다 더 나은 도시를 만든다면 그건 단순히 약속을 깬 것이 아니라 더 크게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관청보다 기업이 우선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수도이전 공약으로 ‘재미’를 봤다. 세종시 원안을 수정하는 것이 이명박 정부에 유리한가, 불리한가. 아무리 따져 봐도 정권으로서는 손해 볼 일이지 ‘재미’ 볼 일은 아니다. 현재의 정치적 입장만 고려해서 두고두고 후회할 일을 해서는 안 되는 게 정권의 역사적 책무다.
단기적인 인기정책이나 임기응변적 대응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국민은 그런 책무를 정권에 요구해야 한다.
세종시가 원안대로 추진될 경우 국가정체성 훼손과 자족성 우려, 국정 비효율 등 많은 문제가 예상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없던 일로 되돌릴 수는 없다. 충청지역에도 좋고 국가 전체에도 좋은 길이 있다. 허허벌판에 관청 건물 지을 때가 아니다. 한 평의 땅이라도 기업이 들어서고 과학기술발전을 앞당기는 일에 써야한다.
자본도 기술도 경험도 부족하던 시절 허허벌판에 제철공장과 자동차공장, 전자공장, 조선소를 지었다. 경제성장에 전념한 정치적 지도력과 기업가의 도전정신, 기업가정신이 이루어 낸 성과였다. 그때 그런 투자를 했기에 지금 우리가 이 정도 버티며 살고 있다.
지금 서둘지 않으면 10년, 20년, 50년 후에 먹고 살 길이 없어진다. 우리 모두가 걱정하고 대비할 일이 무엇인가는 자명하다. 기업가 정신을 살리고 기업의욕을 부추겨 한 푼의 돈도 한 평의 땅도 기업투자에 쏟아 미래를 열어야한다.

류 동 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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