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비용 증가 노조간 갈등격화 가능성 우려”

내년 7월부터 타임오프제 실시와 2012년 복수노조 허용을 골자로 한 노동관계법이 최근 노사정위원회를 통과, 전면적인 실시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노사교섭, 고충처리 등 특정한 노조업무에 대해서만 유급을 인정하는 타임오프(Time-Off)제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제도 도입시 일선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中企 복수노조 설립 교섭비용증가=수도권에 위치, 공조기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A사는 기존에 기업별 노조가 있는 상태에서 지난 2005년 40여명의 직원이 금속노조를 상급단체로 분회를 설립했다.
A사는 노동부 유권해석을 토대로 금속노조 A사 분회가 복수노조에 해당한다며 교섭을 거부했고 금속노조 A사 분회는 곧바로 파업에 돌입, 49일간 대표이사 사무실을 점거하기도 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분회 조합원 6명이 자진퇴사하고 4명이 해고당했으며 회사 측의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따라 조합원들 또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등 고통을 겪었다.
최근 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복수노조 허용에 따라 중소기업의 경우 노사갈등이 증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수노조가 개별적으로 사측과 임금인상 등을 놓고 협상을 벌일 경우 교섭비용이 최소 37.5%에서 57.3%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개별 노조가 교섭권 확보를 위해 다른 노조보다 높은 요구조건을 내걸고 회사 측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노사관리나 인적자원관리에 대한 마인드나 경험이 부족한 중소기업에서 새롭게 노조가 생길 경우 상당기간 노사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복수노조 설립 어떻게 진행되나=복수노조 설립은 국내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관행과 근로자들의 노동조합 가입 및 조합 활동에 대한 참여 실태 등을 고려할 경우 여러 유형으로 나뉘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중소기업의 경우 노동조합이 설립될 여지가 있으나 이미 설립된 기존 노동조합도 운영상 어려움에 처해 있는 만큼 근로자 가입율이 포화상태에 달한 것으로 보여 노동조합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 복수노조 허용이 노조가입률 증대 효과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 대기업의 경우 기존 노동조합이 임금 및 근로조건 개선보다 계파간 주도권 확보나 운동노선 추구 등 정치성향을 띌 경우 새로운 노동조합이 설립돼 복수노조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기존노조와 후발노조의 조합원 수가 비슷한 경우 교섭창구의 단일화 문제는 노조끼리의 갈등을 격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반면 상급 노동단체가 복수노조 설립을 주도할 경우 노동운동의 주도권 경쟁이 격화될 수 있으며 교섭창구 단일화를 놓고 이러한 갈등이 재연될 소지가 크다.

□전임자 임금지불 문제없나=노동조합 전임자의 임금을 전적으로 회사가 책임지는 관행이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국내 노사관계의 특성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
이는 기업별 노동조합 체제와 1987년 이후 강화된 노동조합의 교섭력이 만들어낸 결과라는데 입을 모은다. 일본의 경우 2차대전 후 재적전종제도라는 한국식 전임자를 두고 회사가 임금을 지급하던 관행이 있었으나 1949년 노동법 개정으로 노조경비 지원을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경비를 지원받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임자 문제는 노조의 재정자립이라는 원칙문제 뿐만 아니라 전임자 수의 양적팽창과 남용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별 노조 체제에서 노동조합의 노무적 기능을 감안할 경우 전임자 임금은 약간의 편의제공으로 간주될 수 있으나 1987년 이후 전임자를 당연시하고 그 수를 최대한 확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며 “이같은 분위기에 따라 전임자는 신설노조의 핵심 요구가 되었고 선거이후 집행부가 지지자를 간부로 임명하는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노동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노조 전임자 수는 10,583명으로 이들에게 지급되는 임금은 4,288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공식 전임자는 90여명에 불과하나 비공식적으로 전임활동을 하는 은폐전임자가 124명이고 실질적으로 작업에 참여하지 않는 450여명의 대의원을 합할 경우 최대 7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응방안은 없나=중소기업의 경우 노사자율에만 맡겨 둘 경우 노사합의가 어려울 수 있어 구체화된 노사관계 제도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복수노조 허용시 노조의 난립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설립요건이 강화돼야 한다. 국제노동기구(ILO)도 노조설립 자체가 제약되지 않는 이상 일정규모로 최소요건을 제한하는 것이 위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한 대체근로를 폭넓게 허용, 대기업 파업으로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는 경우를 최소화해야하며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연장, 교섭비용을 낮춰야 한다.
특히,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노조전임자로 인한 노동력 손실 및 인건비 부담이 과중한 만큼 중소기업에 대한 불합리한 비용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내년 7월부터 시행되는 타임오프와 관련 허용범위를 노동조합관리업무 및 사용자와의 협의·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 등 노사공동의 이해관계에 속하는 활동으로 제한해야 한다”며 “허용시간에 대해서는 사업장내 조합원 규모별로 상한을 규정하고 교섭창구단일화와 소수노조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방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진설명 :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임금 현안에 대해 노사정 3자 협상이 타결된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임태희 노동부 장관(오른쪽부터),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 이수영 경총회장이 합의문을 발표한 뒤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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