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라크전의 후폭풍과 ‘북핵’에 ‘사스’까지 겹치면서 실물경제가 추락하고 있다.
대내외 불안요인이 소비에 타격을 주면서 재고가 늘고 결국 생산과 투자가 부진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졌다.
■물건이 안팔린다= 최근 발표된 3월 산업활동지표를 보면 성장의 동력인 소비부진과 이로 인한 생산·투자 둔화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2월중 0.2% 감소했던 도매판매증가율(-3.5%)은 이달에는 감소폭이 더 커졌고, 소매판매증가율도 백화점 등의 세일공세에도 불구하고 -2.4%로 전월에 이어 감소세가 지속됐다.
주목할 것은 2001년 하반기 이후 꾸준히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던 자동차 및 자동차연료판매(-2.8%)마저 2001년 7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자동차부문의 부진은 이라크전의 영향이 특히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으나 향후 자동차 판매의 회복가능성은 얼어붙은 소비심리로 볼 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소비부진은 곧바로 재고 증가로 이어져 3월중 작년 동월대비 재고증가율이 11.4%로 22개월만에 최고치를 나타냈고, 생산증가율은 4.5%인데 비해 출하증가율은 2.9%에 그쳤다.
■투자 부진, 생산능력 악화=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던 설비투자는 일부 부문의 호조로 3월중 추계치가 올들어 처음 0.2%가 늘며 마이너스행진을 멈춰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지난 2년간 바닥을 기었던 투자증가율은 생산능력증가의 부진으로 이어졌다. 생산능력증가율은 지난해 8월 2.4%를 기록한 후 같은 수준에서 횡보하다 3월엔 2.3%로 더욱 떨어졌다.
투자없이 기존 생산설비를 활용한데 힘입어 경기부진속에서도 77%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던 평균가동률도 이달에는 76.8%로 떨어졌다.
■경상수지 4개월째 적자=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중 경상수지도 5년여만에 최악의 지표를 나타내며 대외부문이 우리 경제의 견인차노릇을 하기에 벅차다는 것을 보여줬다.
경상수지는 11억9천만달러 적자로 적자폭이 5년11개월만에 최대였고 작년 12월이후 4개월 연속 적자가 이어졌다.
만성 적자부문인 서비스수지가 다소 개선됐으나 경상수지의 버팀목이었던 상품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것이 결정타였다. 이라크전으로 국제유가가 뛰고 수출 주력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이라크전 조기 종전으로 고유가 문제는 다소 해소됐지만 ‘사스’의 파장이 예상외로 큰데다 세계경제 침체로 수출 호조 지속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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