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은 2007년, 2008년 말 두 차례에 걸쳐 상속·증여세법을 개정했다. 개정의 주된 목적은 기업의 안정적 승계를 통해 고용을 유지하고 기업의 지속적 성장에 대한 기대에 있었다. 개정 상속·증여세법은 중소기업 가업상속에 대해 사업영위 기간에 따라 재산가액의 최대 40%(100억원 한도)를 공제할 수 있도록 하고, 가업승계공제 대상 요건이 되는 사업영위기간을 10년으로 완화했다.
또한 상속인의 대표이사 취임 기한을 상속세 신고기한 후 2년으로 연장했다. 이와 같은 상속·증여세법 개정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고령화 추세와 주요국의 상속과세제도 개정 등 사회 경제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그동안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계는 기업의 승계와 관련된 상속과세의 과중한 부담을 호소해 왔다. 상속과세의 과중한 부담 호소는 사업자의 재산 대부분이 사업용 자산으로 구성돼 현금유동성이 상당히 낮은(rich assets poor cash) 기업경영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개정 상속세법에 의한 가업승계관련 상속·증여세 경감 효과는 개정 전에 비해 상속재산 규모에 따라 최고 67%, 최저 34%로 나타났다. 하지만, 개정 상속·증여세법은 종전에 비해 매우 발전된 모습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승계관련 세제애로가 근본적으로 해소된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규모 커질수록 애로 커

더 큰 문제는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감면효과가 감소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한창 성장 중인 중규모 이상의 기업 측면에서는 상속·증여세 감면 효과를 체감하고, 안정적 승계를 위한 부담이 완전히 해소된 것으로 평가하기는 한계가 있다.
개정 상속·증여세법을 기초로 하여 승계를 앞두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 기업의 상속세 부담을 주요국 기업가의 상속세 부담과 비교 분석한 결과, 한국 기업이 납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속세 규모가 독일의 3배, 프랑스의 4배를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한국의 중소기업가들은 독일·프랑스 등 주요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중한 상속관련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앞서 언급했듯이 과중한 상속관련 조세 부담은 중소기업 또는 개인사업자에게 사업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주고 있다.
이는 기업의 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이익이 장기간 기업에 재투자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한 현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소유 자산이 대부분 사업용 자산으로 구성돼 소유자산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현금자산의 비중이 적은 결과를 발생시킨 결과이다.

가업승계 부담 없애야

일본은 특정 기업의 고용유지 및 사업지속성을 요건으로 하여 상속관련 세부담 경감률을 종전 10%에서 80%로 대폭 확대했다. 독일 또한 최근 사업용 자산의 승계에 대한 세제 즉, 기업상속세제를 승계 친화적으로 대폭 개정했다.
사업용 자산의 상속에 대해 고용유지를 주된 조건으로 향후 10년간에 걸쳐서 상속세를 점진적으로 감면해 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독일·일본 등 최근 주요 경쟁 상대국의 상속세 등의 완화·폐지 움직임은 안정적인 기업승계를 통한 중소기업의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법·제도 차원에서 중소기업의 가업을 안정적이고 원활하게 승계할 수 있는 환경의 구축을 위하여 지속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상속과세제도의 두 가지 개선방향은 상속재산에 대해 사업용 재산과 비사업용 재산을 구분해 기업용 재산에 대해 우대 과세하는 방안과 기업의 존속 및 성장을 담보로 하여 상속세를 감면해 주는 방안이다.
주요 경쟁국들은 상속과세제도를 기업의 지속적 성장 또는 기업경영의 안정성 제고 차원에서 개선하고 있다. 우리도 차제에 주요 경쟁국의 상속과세 입법 동향과 상속과세 제도에 상존하는 문제를 전반적으로 검토하여 정책 방향을 수립하고 제도를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한국의 조세 인프라 실태를 감안하고, 개선의 기대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는 상속과세 개정 방안 마련을 기대한다.

신상철
중기연구원 경제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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