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으로 에나멜동선 업계 1위 ‘우뚝’

1962년 동대문구 면목동에 공장을 차린 창업주 정문규 회장은 기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원자재 확보까지 에나멜 동선에 필요한 모든 것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전문서적을 취급하던 서점도 별로 없던 때인데 충무로 일대를 구석구석 뒤져서 간신히 일본 서적이나 미국, 독일의 저널지들을 구해서 보곤 했다.
또한 현 한국산업개발연구원의 전신인 한국과학정보문헌센터를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그곳의 외국문헌이나 특허 관련 문서를 많이 활용했다.
그렇게 책을 보고 직접 만든 기계로 라인을 깔고, 에나멜 동선 제작을 시작했다. 제품개발도 순조롭게 이뤄져 3년 만에 당시 통용되던 0.08mm~0.6mm까지 전 치수의 에나멜 동선을 대량으로 생산하게 됐다.
정문규 회장은 원활한 제품의 판매를 위해서는 뭔가 한 가지라도 배경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KS표시허가. 창전사는 1968년 에나멜 동선에서 국내 최초로 KS표시허가를 받았다. 그렇게 생산제품에 대한 품질을 인정받고 나니 점차 주문이 늘었다.
그러나 규모가 영세하다보니 위기의 순간은 쉽게 찾아왔다. 첫 번째 위기는 1973년 1차 오일쇼크 때였다. 당시 신일산업, 한일전기 같은 회사에 선풍기 제작에 필요한 에나멜 동선을 납품하고 있었는데, 이들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매출의 60~70%를 차지하던 거래가 끊어져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간신히 어려움을 추스르고 1976년 부천 공장으로 이전을 했는데, 몇 년 후 다시 2차 오일쇼크가 터지면서 창전사는 창업 20여 년 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다. 불경기에다 작업자들의 부주의로 인한 크레임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부도를 내고 만 것.
정문규 회장이 찾아낸 돌파구는 바로 전문화였다. 일반 동선제품과 경쟁을 피하고, 신제품을 개발해 틈새시장을 노리기로 한 것이다. 정 회장의 이 같은 노력으로 마침내 기존 에나멜 동선보다 가는 0.03mm 극세선 개발에 성공했다.
창전사는 이것을 시작으로 각종 특수선의 개발에 박차를 가해 국내 에나멜 동선 제조업계의 특수 분야에서는 더 이상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확실한 입지를 구축했다. 창업 초기부터 연구소를 두고 끊임없이 기술개발에 투자한 노력이 비로소 결실을 맺은 것.
연이은 신제품의 개발로 용기와 자신감을 얻은 창전사는 부흥기를 맞이하게 됐고, 더 이상 국내에는 경쟁상대가 없다는 생각에 해외수출 쪽으로 생산물량을 돌려 전체 매출의 70%를 외화벌이로 충당했다.
부흥기를 맞아 성장의 기틀을 마련한 1984년, 큰 아들 정인호 사장이 입사를 하면서 창전사는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이루며 더욱 탄탄한 회사로 도약했다.
정인호 사장이 대표직을 넘겨받기 까지는 꼬박 2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그 사이 정문규 회장은 전문경영인을 두고, 기계공학을 전공한 아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면서 차근차근 일을 배울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한편 MBA를 전공한 둘째 아들이 해외무역 파트를 맡으면서 경영구도는 더욱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47년 동안 도전과 응전의 자세를 가지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무엇이든 자력으로 해결해보려고 했고, 언제나 기본에 충실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지금도 정문규 회장은 새로운 기술에 관한 자료나 경영에 도움이 될 만한 문헌이 있으면 꼼꼼하게 스크랩해 아들 정인호 사장에게 건네주곤 한다. 사장실 한 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서랍장에는 그렇게 모아온 해묵은 자료들이 그대로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거친 황무지를 일구는 개척자의 정신, 전문화를 통한 끊임없는 신제품·신기술개발, 세 걸음 뒤에 한 걸음을 쉬어간다는 느림보 경영행보 등은 오늘의 창전사를 지켜온 성공의 비결이었다.

■ 회사개요
- 창립연도 : 1962년
- 승계연도 : 2002년
- 직 원 수 : 46명
- 업 종 : 에나멜 동선 제조
- 매 출 액 : 286억원
- 소 재 지 : 경기 시흥시 정왕동 1279-9
- 대표이사 : 정인호(2대 경영)

■ 연혁
- 1962년 창전사 설립, 에나멜 동선 제조 및 판매
- 1966년 사내 표준화 및 통계적 품질관리기법 도입
- 1968년 국내 최초 에나멜 동선에 대한 KS표시허가 획득
- 1969년 주식회사 창전사로 법인설립 등기필
- 1980년 극세선(0.03mm) 에나멜 동선 개발
- 1980년 Nylon Coated Wire(정온 단락선 : NEW) 개발
- 1986년 자기융착성 에나멜 동선 개발(칼라 TV DY용)
- 1987년 FBT용 극세선(F-UEW 0.05mm) 개발
- 1992년 수출 500만불탑 수상
- 1995년 수출 1천만불탑 수상
- 2008년 동복알루미늄선 양산 시스템 확립
- 2009년 제1회 명문 장수기업인상 수상

■ 회사개요주식회사 창전사 장수 DNA
- 기계에서 원자재, 제조 기술까지 직접 배우고 익힌 개척자 정신
- 전자부품의 국산화에 힘써온 기술 1세대
- 전문화와 특수화로 틈새시장 공략
- 기술과 경영 능력을 두루 갖춘 2세의 성공적인 세대교체
- 끊임없는 연구로 일군 기술자산
- 성장과 안정의 속도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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