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와인 명가인 안티노리가 1975년 ‘티냐넬로’를 내놓기 전만 해도 이탈리아 와인은 ‘내수용’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고대 로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와인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프랑스가 ‘샤토 라투르’ 등 특급 와인을 내세워 세계를 재패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티냐넬로’는 이 같은 이탈리아의 불명예를 단숨에 회복시킨 와인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뉴욕타임스>등 와인 칼럼을 연재하는 주요 미국 언론들은 ‘티냐넬로’를 탄생시킨 피에로 안티노리 후작에게 ‘이탈리아 와인의 역사를 바꾼 거장’이라고 평하는 등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미국의 와인 마니아들은 ‘티냐넬로’에 ‘슈퍼 토스칸’이란 애칭을 붙여주며 열광했다.
1971년 고유의 블렌딩 비율을 지키지 않아 테이블와인 등급으로 첫 선을 보인 ‘티냐넬로’는 이외에도 여러 획기적인 변혁을 시도했다. 프랑스산 225리터의 소형 오크통을 사용하고 1차 발효에서 젖산 발효에 이르는 과정을 통제하였다. 한편 16~24개월 정도의 비교적 길지 않은 숙성과정을 거쳐 병입 한 후 1년 이상 병 속에서 숙성시키는 방법을 도입했다. 1975년부터는 이미 재배해 오고 있던 카베르네 소비뇽과 카베르네 프랑을 블렌딩에 추가함으로써 산지오베제 품종과 조화를 이루며 더욱 훌륭한 스타일을 만들어 내게 되었다.
보르도산 포도 품종으로만 블렌딩한 사시카이아 와인에 비해 산지오베제 품종을 주로 사용하는 전통적인 방법도 일부 수용하면서 여러 가지 새로운 방식도 도입한 와인이다. ‘티냐넬로’는 키안티 지역의 산지오베제 품종의 고유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그 단점을 보완한 와인, 키안티 지역이 전통 와인보다 더욱 복합적인 부케를 가지는 와인으로 높게 평가된다. 이후 실제로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에서는 이러한 ‘티냐넬로’의 블렌딩 비율을 일부 수용하고 있으며 ‘티냐넬로’의 유명세 때문에 이 지역 와인이 더욱 알려지게 되었다.
‘티냐넬로’는 현재 산지오베제 80%, 카베르네 소비뇽 15%, 카베르네 프랑 5%로 블렌딩하고 풍부한 과일 향과 오크 풍미가 있는 와인으로 타닌이 강하고 여운이 긴 장기숙성형 와인이다. 작황이 좋은 해에만 생산되는 와인으로 유명하며 처음에는 키안티 지역의 등급 규정을 위반하였기 때문에 테이블 와인 등급을 받았으나, 현재 토스카나 L. G. T 등급까지 승격되었다’ 티냐넬로’는 포도원의 이름에서 따온 명칭으로 타네넬로 포도원에서는 또 다른 슈퍼 토스카나 와인인 솔라이아도 생산되고 있으며 피렌처시 키얀티 클라시코의 그레베 계곡에 있다.
‘티냐넬로’ 이후 ‘솔라이아’ 등 여러 ‘슈퍼 토스칸’이 나왔지만, 국내에선 ‘티냐넬로’ 만큼 인기를 끌지 못했다. 몇 년 전에는 와인 전문유통업체인 와인나라의 판매액 리스트에서 1위를 몇 번씩 차지하기도 했다.
‘티냐넬로’ 와인은 전반적으로 체리, 딸기, 등 잘 익은 과일 향에 오크통에서 나오는 바닐라, 토스트 향과 약간의 매운 향이 느껴진다. 견고하면서 떫지 않은 타닌, 높은 알코올 함량, 그리고 낮은 산도가 적절히 균형을 이루며 입 안을 꽉 채운 느낌과 비단 같은 깊고 부드러운 질감을 만끽하게 하는 와인이다. 폭염이라고 할 정도로 아주 더웠던 유럽의 날씨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과도한 일조량으로 포도 숙성이 너무 잘 이뤄져 달콤한 과일 잼 같은 느낌이 신선함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어울리는 음식으로는 스테이크, 갈비구이 등의 다양한 육류 요리와 치즈.

■ 박희수┃작가 red038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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