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시고도 욕 먹는 방법

술을 좋아하는 A사장은 술 마시는 시간이 제일 행복한 시간이다. 누가 여자 있는 술집에 가서 한 잔 산다 하면 기분이 째지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가 대접을 할 때도 ‘술이다’ 하면 기분이 좋아져 경비를 과용하게 된다.
그는 한 때 단골 룸살롱이 10개도 넘었다. 술집의 매상 관리 해주랴, 아가씨도 가끔 관리해주랴 이래저래 바빴다.
특히 자주 대접해야 하는 상대를 괴롭혔다. 누구에게나 자주 만나고 대접해야 하는 사업상의 상대가 있다. A사장은 그 중 한 사람을 집중공략 했는데 그가 어느날 절교를 선언했다. ‘룸살롱에서 주로 양주 마시기’ 10여년에(2차도 더러 있었으리라고 본다) 간경화에 걸렸다는 것이다.
B사장은 등산 매니아였다. 주로 부부동반으로 다녔다. 친한 사람, 또는 거래상 필요한 사람이면 앞장 서서 부부동반 등산에 초대했다. B사장에게도 중점관리 대상이 있다. 그 대상과는 거의 매일 전화통화라도 한다. 같이 부부동반 등산을 자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어느날 그 부인이 B사장 부인에게 한 말.
“사실 우리는 등산 같은 거 안 좋아해요. 등산만 갔다 오면 우리 그이는 투덜거려요. 가기도 싫은데 자꾸 가잔다구요. 지겹다구요.”
B 사장은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대접받기도 지겨워라

‘내가 대접받기를 원하거든 그대로 상대를 대접하라’는 충고의 에고이즘을 조심하라. 특히 CEO는 ‘내가 대접받고 싶은대로 상대를 대접하라’는 충고를 무슨 부적처럼 알고 사업에 임하는 경우가 많다.
즉 상대가 나에게 잘해주기를 원하거든, 내가 바라는만큼 상대에게 해주어야 한다는 것인데,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방에게도 해주어라’의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앞에서 예로 든 A, B 두 CEO 역시 사업을 잘 하기 위해서 특별관리 인물을 설정했을 것이다. 상대방의 호감을 사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도 친하고, 취미도 함께 하는 친화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믿었다.
거기까지는 맞다. 그런데 그것을 상대가 원하는지 아닌지를 사려 깊게 관찰하지 못했다. 아마 물어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니 물어봤다 하더라도 ‘술 한 잔 하실까요?’ 또는 ‘이번 주말 사모님이랑 모시고 함께 산에 가실까요?’라는 제안이 아니었을까? 자기에게 항상 신경 써주는 기업체의 CEO가 원하는데 박정하게 거절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지나친 음주와 2차 파티로 건강을 망쳤거나, 산에 함께 가기 지겹다는 선언을 들어야 했으니….

대접하려고? 저 즐기려고?

결론을 말하라면 ‘내가 대접받고 싶은대로 상대를 대접하라’가 아니다. ‘상대가 대접받고 싶은대로 대접하라’이다. 더 줄여서 말한다면 ‘네 뜻대로 하지 말고 내 뜻대로 해달라’이다.
‘내가 원하는 그만큼 상대에게 해주라’는 얘기는 아주 에고이스틱한 이해관계 따지기고, 숫자적으로만 친하자는 약아빠진 속셈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상대가 대접받고 싶은 방향으로 뱃머리를 돌려야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거래처와의 고스톱이나 골프에서 잃어주는 것. 그러나 너무 잃어주고 저주는 것은 일시적으로 상대를 기분 좋게 만들지는 몰라도, 동시에 상대로부터 멸시를 당해야 한다. 저주는 것은 상대에 대한 대접도 아니다.
아무리 사업상의 인간관계라지만, 인간관계는 처음부터 끝까지 상대방에 대한 배려로 시작되고 끝나야 한다. 실제로 자기가 즐기기 위해 자기 단골술집에 가서 자기 단골 아가씨하고만 시시덕거리는 CEO도 없진 않다.
이런 접대는 ‘하나마나 접대’, 하고도 욕먹는 접대가 된다. 특히 술집에서 진행되는 접대문화는 기업의 접대비 과다지출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commukim@dreamwiz.com
코리아 드림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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