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질 제관·인쇄에 40년 외길 걸어

동원F&B의 참치캔, 펭귄종합식품의 복숭아캔, 머거본의 땅콩캔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식료품 통조림 캔을 만드는 기업 삼화실업. 연간 5천만개의 통조림 캔을 생산하면서 국내 통조림 캔 시장의 13%를 차지하고 있다. 고일상 창업주에 이어 현재 2대 고광민 회장이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 고광민 회장의 두 아들 고재훈 사장과 고기훈 이사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고품질 제관 인쇄의 외길을 걸어온 삼화실업은 일본, 독일 등 외국의 선진 제관 인쇄기술을 들여와 발전시켰다.

삼화실업의 모태인 삼화제관을 1963년에 창업한 고일상(1992년 별세) 창업주는 재일교포였다. 사업으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고일상 창업주는 무언가 조국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창업주가 잘 아는 통조림 캔 제조업인 제관산업. 농작물이나 수산물을 수확한 뒤 통조림으로 장기보존이 가능하게 하면 농어촌 소득증대에 분명 도움이 되리라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창업주의 생각대로 1970년대 들어서자 국내 농수산물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통조림 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에 고일상 창업주는 독립을 결심해 1973년 통조림 캔 밀봉에 필요한 실링콤파운드 생산을 위한 삼화화학을 인천시 부평에 세웠다.
80년대 이후 저장 식료품의 다양화로 통조림 캔 수요가 더욱 늘어나자 삼화화학은 제관부를 설치해 통조림 캔 생산까지 했고, 이름도 삼화실업으로 고치면서 명실상부한 중견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삼화실업은 고일상 창업주의 아들 고광민 회장을 중심으로 고 회장의 아들 고재훈 사장과 고기훈 이사가 이끌어가고 있다. 할아버지 창업주에 이어 손자까지 3대째 가업을 승계하고 있는 것.
고광민 회장은 대학 졸업 후 아버지가 공동창업한 삼화제관에서 25년간 샐러리맨 생활을 했다. 삼화실업을 실질적으로 맡아 운영하게 된 것은 고일상 창업주가 사망하기 1년 전인 1991년 60세가 넘어서였다. 오랜 회사생활로 나름의 경영실무와 철학을 쌓아온 고 회장은 회사를 맡자마자 사업영역 확장에 나섰다.
고광민 회장은 우선 충남 아산에 제2공장을 세우고 인쇄부를 만들어 통조림 캔에 아예 포장내용을 인쇄하는 공정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그러다가 1992년에는 일본과 기술 제휴해 아예 금속인쇄에 필요한 인쇄용 롤러를 만드는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이렇게 해서 삼화실업은 캔을 만드는 제관과 캔 밀폐에 필요한 실리콘파운드, 인쇄, 롤러 사업까지 4개 사업부로 나눠져 체계적인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투자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던 삼화실업에도 위기의 시간이 왔다. 1998년 국가적 외환외기를 맞으면서 삼화실업 역시 흔들리게 된 것. 거래기업들이 줄도산했고, 거래은행에서는 대출금을 상환하라고 날마다 독촉을 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고재훈 사장은 아버지를 돕기로 결심하고, 2000년 삼화실업에 관리부장으로 입사했다. 그리고 2년 뒤 유학을 마치고 무역회사에 근무하던 둘째 아들 고기훈 이사까지 합류해 해외 관련 부문을 맡으면서 삼화실업은 든든한 3대 경영기반을 갖췄다.
두 아들의 합류로 삼화실업은 안정적 경영구조를 갖게 됐고, 보다 역동적인 체제로 탈바꿈했다. 고광민 회장이 추진한 인쇄롤러 사업에 세계 3대 롤러업체인 웨스트랜드, 베이스라인, 테크노롤 등 외국회사와 제조기술을 제휴하면서 더욱 이에 주력했다.
2002년에는 업계에서 드물게 캔 생산에서 인쇄공정까지 전 공정을 자동화했다. 이런 노력은 1998년부터 5년째 이어져온 적자경영을 2003년부터 흑자경영으로 돌아서게 하는 밑거름이 됐다.
고재훈 사장은 지난 해 5월, 삼화실업의 롤러사업부를 독립시켜 (주)삼화롤러스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지난겨울에는 새로운 사옥을 마련해 이전까지 마쳤다. 이는 롤러사업이 가진 성장 잠재력과 비전을 극대화하기 위한 삼화실업의 새로운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주)삼화롤러스는 지속적인 기술연구 개발로 고품질의 롤러를 생산하는 한편 정기적으로 고객사를 방문해 기술세미나를 갖는 등 기술전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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