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정황을 보면 매우 어지럽다.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포르투갈에 이어 EU경제 4위국인 스페인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국내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또한 실물경제를 봐도 철강을 비롯한 원자재가격의 상승에 의하여 물가상승의 압력이 현실화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앞바다인 멕시코만에서 원유가 대량으로 유출되는 사고를 비롯하여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천안함’ 침몰사건에 의하여 우리의 주요 관심사가 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천안함’ 사건은 우리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슬픔과 충격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도외시할 수 없는 것 같다. 이러한 와중에 우리 정부는 그동안 미루어왔던 출구전략을 조용히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즉, 그동안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여 왔다고 판단하고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원자재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물가상승의 압력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문제점은 금리의 인상은 곧바로 가계 및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기업들은 2008년부터 이어온 금융위기의 여파를 잘 극복하고 있다. 지난달 중소제조업체들의 평균가동률이 2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한다.

경제상황 정확히 판단

그리고 경기동향에 대한 기업가들의 판단과 계획의 변화추이를 관찰하여 지수화한 지표인 기업경기실사지수를 보아도 지속적으로 경기가 상승 중에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경기호조세를 계기로 금리인상과 같은 출구전략을 구상 중에 있다.
여기에서 정부가 유의해야할 점은 우리경제, 아니 세계경제는 2008년부터 깊은 수렁에 빠져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경기회복기에 접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제조업의 평균가동률이나 기업들의 경기전망에 대한 견해가 밝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제조업 평균가동률의 내면을 보면 이제 2005년 수준을 회복한 것에 불과하다. 2005년을 기준으로 100으로 보았을 때, 2006년과 2007년 100을 약간 상회하다가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와 더불어 100이하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가 2010년 2월에 100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결국 정부가 경기회복을 계기로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것은 이제 겨우 기업들이 숨을 쉴만하니까 고삐를 조이겠다는 것이다. 물론 경기회복과 더불어 나타난 국제원자재가격으로 인한 물가상승의 압력이 크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기업에 부담주지 않아야

이는 당연한 귀결이다. 그 동안 경기위축으로 인해 세계 각지의 기업들이 투자를 주저하다가 경기회복의 신호와 함께 투자를 확대하니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며 원자재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와중에 기업들의 금융비용마저 높아진다면 이제 겨우 2005년의 수준으로 회복한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출구전략을 수행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기 전에 금리를 높이고자 하는 정부의 정책의지를 잘 알고 있다. 그에 대해 반대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아니다. 금리상승으로 인해 기업들의 부담이 높아진다면, 어떤 형태로든 높아진 금융비용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금리상승과 같은 긴축정책으로 투자의지가 위축되면, 우리경제의 회복기조가 반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어떻게 기업들에게 금리인상과 같은 부담을 상쇄해줄 수 있는지 고민을 해야 한다. 막연히 금리만 인상하고, 그 여파를 기업들이 견뎌주기만 바라는 것은 무책임한 정부의 행동인 것 같다. 현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많지 않다. 예산의 적자가 심각한 상태에서 투자에 대한 세금을 감면해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출구전략을 시행하는 입장에서 기업에 대한 정책자금의 규모를 확대할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금리인상과 같은 출구전략을 수행함에 있어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하여 평소보다 더욱 신중해야 한다. 정부는 한 번의 정책 실수가 우리 경제에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정책입안 및 수행에 임해야 한다.

정남기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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