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반도체 업계를 호령하던 A사, 지금은 쇠퇴일로를 걷고 있는데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았다.
필자는 A사와 오랫동안 함께 일해 그들에 대해 잘 아는 편이라 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지금도 계속해서 수익성 없는 사업부문을 매각 중이다.
최근에 일본과 프랑스의 공장도 매물로 내놓았는데 담당 이사가 자신의 회사가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잘 교육된 종업원을 예로 들었다.
그런데 가장 결정적인 것이 없었다. 무얼까? 고객이 없었다. 만일 이 회사가 보쉬, 콘티넨탈 같은 세계적으로 유수한 고객을 보유하고 있고 이들 고객으로부터 깊은 신뢰를 받고 있었다면 웬만큼 좋은 사업기회가 생기지 않는 한 알토란 같은 사업부를 매각하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았을 것이다.
유망한 고객을 얻고 유지하기란 주변의 유혹이 많은 매력적인 여자친구를 두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다. 이들은 우선 찾는 이가 많다.
하지만 경쟁이 아무리 치열해도 성공하는 남자나 기업이 있다는 건 분명 그들은 A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이기는 마법(Winning Secret)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기는 마법이란 한마디로 무엇인가? 그것은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서비스, 가격, 납기, 기술, 품질에서 만족한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는 경우란 없다.
한 마디로 회사의 경쟁력이란 위에 언급한 다섯 가지의 유리 공을 번갈아 공중에 던지면서 땅에 떨어뜨리지 않는 것을 말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두 개를 다루기도 쉽지 않다. 이런 점에서 뛰어난 기업이란 “평범한 사람들이 비범한 일을 하게 하는 조직”이다.
빛과 혼의 화가라 불리는 렘브란트는 수많은 명화를 남겼고 애호가와 수집가를 매료시켰지만 당대의 고객들을 만족시키지 못했고 오히려 그의 제자들이 더 인정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작품에 깃든 예술성보다도 초상화와 모델은 실제와 똑같아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렘브란트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천재화가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그는 실패한 기업인이었다. 어떤 경우라도 고객만족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기업 중 하나인 월마트의 창업주 샘 월튼은 “(불만족한) 고객은 다른 가게에서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말단 직원부터 회장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해고시킬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자세로 기업을 창업하고 경영했기 때문에 도처에 널려 있는 리스크를 거뜬히 이겨내고 세계적인 기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변화는 기본적으로 리스크다. 변화관리(change management)는 생명현상에 필수적이며 생명체와 유사점이 많은 기업에도 마찬가지다.
리스크는 월마트 같은 대기업에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얼마 전 자동차 엔진 오일을 교환하기 위해 일산의 할인마트 지하에 있는 카센터에 갔다가 카센터 사장을 만난 적이 있다.
경기가 어떠냐고 묻자 대뜸 그는 제조업은 살아났다지만 자신과 같은 서비스 업종은 몇 년째 갈수록 나빠지기만 한다고 했다.
그 이유로 자동차 품질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개선돼 수리 회수가 준데다가 자동차 회사들이 매출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판매관련 각종 혜택을 확대해 당장은 아무런 수리가 필요치 않은 신차판매를 늘렸고 사후 서비스 기간도 연장한 것이 요인이라고 했다.
상황과 원인, 규모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기업은 늘 이러한 총체적인 변화에 노출돼 있다.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최근 충주에서 있었던 조찬모임에서 만난 한 중견업체 임원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금형업계 전체가 힘든 상황에 처해 있음을 털어 놓았다. 이 업체는 다행히 해외 거래선을 확보해 국내 비중을 대폭 줄여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었다고 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 업체의 사례를 참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사람의 신체도 마찬가지지만 병마를 이겨내면 면역력이 강화돼 강건한 몸이 되는 것처럼 기업도 시련을 이겨내 탄탄한 기업이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모쪼록 특히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업종의 기업인들 모두 힘내시기를 기원해 본다.

김광훈
ASE 코리아 선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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