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은 요즘 한창 봄 물결로 일렁인다. 선운사의 동백꽃과 벚꽃, 읍성에는 벚꽃에 이어 철쭉꽃이 만발할 태세다. 거기에 청보리 농원의 보리밭도 봄 향연에 달떠 있다. 모든 걸 아우러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고창. 고창읍성은 어떨까? 벚꽃이 지고나면 이내 성 밖에 심어 놓은 철쭉꽃이 만발하는 곳. 분홍 빛으로 수놓은 성곽을 즈려 밟는 발걸음이 하냥 가볍다.

서해안 고속도로가 생긴 여파일까? 고창군이 변신하느라 부산하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다. 유명한 선운사뿐 아니라 읍내도 대규모 공사가 한창이다. 모양읍성 주변은 물론이고 석정온천 인근에 대규모 리조트가 들어설 예정. 군내 모양읍성 앞에도 공사가 한창이다. 성 밖의 민가를 복원 중이다. 머지 않아 옛 마을이 생겨 나겠지. 그리고 주막집에서는 화전 지지는 냄새로 관광객들을 유혹할 것이다. 읍성 주변, 소풍 나온 어린아이들의 와르르, 까르르, 소리까지 가세해 어수선하고 왁자하다. 고창읍성(사적 제145호, 고창군 고창읍 읍내리) 들어가는 입구에서 돌 나르는 아낙의 동상을 본다. 성곽을 쌓을 때 주민들, 아낙들이 동원되어 돌을 날았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리.
성문으로 들어선다. 보편적으로 조선시대의 읍성은 홍예문(아치형, 즉 둥그런 무지개 모양의 문)과 초루(성 위에 세운 누각)를 세운 방식인데 이곳은 누문이다. 나무로 된 누각. 건물 붕괴를 방지하기 위하여 주춧돌을 높게 세웠다. 누문을 지나면 넓은 터. 면적이 16만평이나 된다. 건물 몇 채가 눈에 띄고 에둘러 성곽(둘레 1,684m, 높이 4~6m)이 이어진다. 성곽 따라 걷는 것은 기본. 고창 읍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펼쳐지는 풍경이 싱그럽다. 평지형이 아니라 평산지형에 쌓았기에 전망이 더 좋다. 수원 화성과 같은 입지다.
특히 이 성곽은 꼭 돌아야 할 이유가 있다. 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릿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며 세 바퀴 돌면 극락 승천한다고 한단다. 반드시 손바닥만한 돌을 머리에 이고 돌아야 한단다. 날짜도 지켜야 한다. 저승 문이 열리는 윤달에 밟아야 효험이 있단다. 같은 윤달이라도 3월 윤달이 제일 좋고 엿샛 날이 저승문이 열리는 날이란다. 그래서 초엿새, 열엿새, 스무엿새 날에 답성해야 한단다. 저승길 밝히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닌듯하다. 그래도 그런 목적이 있다면 훨씬 발걸음이 가볍지 않을까? 매년 모양성제(매년중양절 음력 9월9일), 답성놀이(윤달이 들어있는 해), 오거리 당산제(매년 정월 대보름) 등의 행사를 한다.
그러면 어떻게 쌓아진 성일까? 현재 낙안읍성, 해미읍성과 함께 국내 3대 중요한 읍성으로 손꼽히는 이곳은 원래 토성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다 세종 32년(1450년)에 건립을 시작하여 3년 뒤인 단종 1년(1453)에 축성했다고 전해온다.
나주진관의 입암산성과 연계되어 호남 대륙을 방어하는 전초기지였고 지명은 백제시대의 모양부리에서 유래한 것이다. 동문, 북문, 서문의 3문이 남아 있다. 치성(성벽에 조금 돌출된 성, 성문 사이에서 활을 쏘아 적을 살상하는 역할)은 6군데, 그리고 수구는 2곳, 그리고 옹성(성문 앞에 쌓은 것으로 적들의 침입을 어렵게 만드는 역할)이 있다.
이 곳만의 특이점이 있다. 성 안에 객사, 감옥 등이 있다. 관청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본래의 외적 방어라는 목적보다 행정적인 역할이 컸던 성. 객사에서는 사신이 머물거나 궐패를 두고 의식을 치루었다. 감옥은 당시에 죄를 저질렀던 이들을 가두는 장소임은 당연. 한 바퀴 에둘러 돌아보는데도 제법 시간이 소요되지만 기분은 싱그럽다. 5월, 성곽 밑에 심어놓은 화단에 철쭉꽃이 만발할 때 더욱 아름다울 것이다. 성 안의 산책로도 참 좋다. 왕죽 군락지는 영화 촬영지. 최근에는 추노를 촬영했다.

●찾아 가는 길:서해안고속도로~고창 나들목~15번 국도~읍내. 호남고속도로 이용할 경우에는 백양사 나들목 이용/입장료:1,000원, 주차료:1,500원/개장시간:봄, 여름 가을:05:30~20:00, 겨울:06:00~19:00/고창군 교촌리/문의:063-560-2313.
●주변볼거리:성곽 인근에 동리 신재효선생(1812~1884년) 고택이 있다. 동리 선생은 춘향가, 심청가, 박타령, 가루치기타령, 토끼타령, 적벽가등 여섯마당으로 체계를 세우고 독특한 창으로 판소리 사설문학을 집대성한 대가. 제법 잘 사는 듯 집안이 화기롭다. 고택 옆에 동리국악당이 있다. 그 외 선운사, 청보리 농원(축제:4월 24일~5월 9일, chungbori.gochang.go.kr) 고인돌공원 등을 연계하면 된다.
●추천 별미집과 숙박:고창 읍내의 동백가든(063-563-4141)이 괜찮다. 선운사쪽에는 장어집이 즐비하다. 청보리 농원에서는 보리밥을 먹을 수 있다. 숙박은 읍내나 선운사 쪽 이용.

■이신화·『DSRL 메고 떠나는 최고의 여행지』의 저자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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