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파생상품 없어 글로벌 충격 제한적

유럽위기가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와 다르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달리 이번 사태는 원인이 간단하고 세계경제가 회복되는 시점에서 발생, 위기의 완충지대가 있다는 점을 차별화의 이유로 꼽고 있다.
파이낸셜 클라인탑 수석시장전략가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2008년과 달리 크레디트 디폴트스와프 같이 파생금융상품과 레버리지로 복잡하게 얽혀있지 않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
아울러 그는 경제여건이 성장에 우호적이며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상을 늦추는 등 정책대응의 여유가 있는 만큼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점은 무엇인가=리먼 사태의 직접 원이이었던 미국의 주거용 모기지 관련 자산은 대략 10조달러 규모. 이에 비해 남유럽 4개국의 정부부채는 2조7천억 유로(3조5천억 달러)로 미국 모기지 자산의 1/3 수준이다.
이에 따라 남유럽 국가에서 시작된 재정위기가 영국이나 일본 등 부채규모가 큰 나라로 전이되지 않을 경우 그 충격이 리먼 사태보다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그리스, 포루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 4개국 정부부채 잔액 2조7천억 유로 중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부분은 3,365억 유로로 전체의 13%에 불과하며 내년 만기분까지 포함하더라도 26%에 그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들 나라가 만기에 도달한 부채에 대해 지급불능상태에 빠지고 20%의 손실율을 감알할 경우 올해와 내년 말까지 예상되는 직접 손실규모는 870억달러와 1,7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여 직접적인 손실만으로 유럽 금융시장 및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파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서브프라임보다 낮은 재정위기 전염성=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이 금융위기로 비화된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의 직접적인 부실보다 수많은 파생상품의 부실충격이 더 컸기 때문.
모기지 관련 파생상품은 여러개의 담보대출 계약을 하나로 묶어 자산담보부증권(CDO)이라는 채권으로 증권화한 후 이것을 다시 위험도 및 수익성에 따라 여러 부분으로 나눠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각 증권의 수익성을 산정하는 데 버블단계로 접어들고 있었던 부동산가격의 상승세를 그대로 적용했고 기초자산 부실의 파급효과를 과소평가한 신용등급 산정 등이 복잡한 거래관계를 통해 얽혀있어 부실 발생시 확산 및 파급효과가 클 수 밖에 없었다.
반면, 유럽지역은 이같은 금융의 증권화가 미국시장에 비해 덜 진전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미국의 경우 증권비중이 36%에 달했으나 유로존은 30%, 영국 등 비유로존은 20%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국채의 경우 일반적으로 복잡한 파생상품화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거래구조가 단순해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어떤 해법이 있나=서브프라임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이 과감한 유동성 확대를 통한 수요창출에 집중됐다면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지출통제와 세수확보에 초점이 맞춰진다.
정부부문의 과도한 빚이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GDP 대비 지정적자 규모를 축소하고 국가부채 증가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그리스의 경우 EU와 IMF로부터 1,1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받는 대신 재정적자 및 국가부채 감축을 위한 지출통제, 세수확대 등의 조치에 나서야 하며 이 과정에서 공공부문에 대한 임금 및 연금삭감, 공기업 민영화 등이 예정돼 있어 국민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그리스 정부의 재정적자 감축안은 2014년까지 적자규모를 GDP 대비 3% 이내로 줄이고 국가부채는 2013년까지 계속 늘다가 2014년부터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긴축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인 통화정책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유로화의 대폭적인 절하를 통한 경상수지 개선을 기대할 수 없어 유로존 탈퇴와 독자 통화를 되살리지 않는한 저성장 속에서의 경제체질 개선에 나설 전망이다.
□남은 변수는 어떤게 있나=이번 남유럽 재정위기의 경우 해당국가의 국민들이 위기로 인한 고통을 직접 감내해야 한다.
그러나 그리스에서는 증세와 공공부문 임금 삭감 조치에 대한 항의 시위가 잇따르고 있어 그리스 정부가 고강도 재정긴축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정치적 반발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 경우 예정대로 재정적자 감축이 이뤄지지 않고 구제금융지원 스케줄에 차질을 빚으면서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LG경제연구원 윤상하 연구원은 “남유럽과 중북부 유럽의 경제적 성과 차이로 단일 통화제제 안에 이질적인 경제가 공존한다”며 “이같은 내부구조가 유로화의 안정성을 해치고 이번 재정위기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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