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증기금은 지난 5월 25일 ‘중소기업 녹색금융활성화 방안’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녹색성장에 관한 정부정책 방향, 선진국의 녹색금융 현황, 그리고 우리의 녹색인증 및 녹색기술금융제도에 관한 주제 발표 등 많은 중소기업인이 궁금해 하던 내용을 잘 정리한 덕분에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녹색 산업은 결국 ‘에너지와 환경 산업’이 근간이다. 원자력을 제외한 부분의 에너지는 석탄, 석유, 가스등 화석연료를 연소해 얻고 있다.
따라서 저탄소 에너지 정책은 이러한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일 수 있도록 에너지를 절약하든가, 아니면 화석연료가 아닌 풍력, 태양, 조력 등의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해 나가는 방향이다. 더불어 환경산업은 맑은 물, 맑은 공기 등의 공공재를 유지 개선해 가는 산업이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에너지도 얻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대안처럼 보이지만, 우리나라처럼 설치할 장소가 산 이외에는 마땅한 장소가 없는 경우는, 푸른산을 민둥산으로 바꿀 때 발생하는 환경문제와, 이 댓가로 얻는 에너지와 견주어 보면, 득실 계산이 쉽지 않다.
녹색산업은 ‘에너지 절약’, ‘환경에 해가 되지 않는 에너지 공급’,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 ’, ‘물과 공기 질 향상 ’을 가능케 하는 산업을 주로 포함한다. ‘에너지와 환경’ 은 이제까지는 서로 대립되고 상충되는 관계를 가졌으나, 21세기 과학과 기술 그리고 인류의 도전정신을 통해 보다 조화롭고, 서로 보강하는 관계로 발전 시켜나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리고 극복해야하는 산업으로 대두 되었다.
이런 ‘환경과 에너지의 조화 기술’은 서유럽과 북유럽국가들 중심으로 수십년간 국가가 지속적으로 투자해 기술을 개발하고, 그 기술의 실용성을 검증해, 1960~70년대부터 기술 수준에 맞는 규제를 시작했다. 결국 현재의 환경규제와 신재생에너지를 얻기 위한 기술은 최소한 50~60년 전부터 국가, 공기업, 대기업의 꾸준한 투자와 검증의 결과이다.
우리 정부가 ‘에너지 환경’ 산업을 녹색성장 산업으로 분류하고 국력을 집중해, 단기간에 선진국을 따라 잡을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시키는 정책방향은 매우 옳다. 문제는 우리가 개발한 기술을 실제로 적용해 장기간 그 실용성을 검증 받아야만, 시장 진입의 전단계인 실적을 쌓을 수 있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시장은 고객의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 즉 고객의 특성이 시장의 특성이다. 에너지와 환경은 정부, 공기업, 대기업 의해 주로 공급되므로, 이들이 중소기업의 고객이 된다. 결국 에너지와 환경을 주축으로 하는 녹색산업에서 중소기업의 고객은 정부, 공기업, 대기업이 된다.
중소기업 관점에서 녹색시장의 특성은 첫째 고객이 매우 보수적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특허기술이 시장에 들어설 자리가 없다.
오랜 세월을 두고 실제 적용환경에서 실제 규모의 설비가 보증기간동안 아무 문제없이 우수한 성능을 나타낸 실적을 가지고 있어야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10년이상 연구개발과 검증에 투자해야 한다. 신생 벤처기업이나 한가지 아이템만을 가진 중소기업이 감당하기는 실적을 위한 검증기간이 너무 길다.
둘째 선진국 선점형 시장이다. 다행히 중소기업 지원정책에 힘입어 어렵게 국내 시장에 진입 하더라도, 정부의 보호막이 없는 글로벌 시장은 국내보다 몇 단계 높은 수준의 선진국 기술과 금융 그리고 수십년 동안 공고하게 쌓은 네트워크가 물샐 틈 없이 자리를 차지해, 글로벌 시장 진입이 매우 힘들다.
셋째 대기업 종속형 산업이다. 중소기업이 직접 파고 들기에는 시간과 돈,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결국 대기업에 소재, 부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청업체의 형태로 시장 진입을 꾀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수익과 비전은 기대할 수 없다.
이러한 녹색산업 시장 상황을 감안한다면, 녹색 산업만을 위한 새로운 벤처기업육성 보다는 연관분야 기술과 영업 네트웍을 가지고 있는 전문 중소, 중견기업의 기술을 보다 녹색산업에 맞도록 장시간에 걸쳐서 유도해, 궁극적으로 주력 제품의 변화를 꾀하는 방향으로 중소기업을 위한 녹색 산업 정책을 펼쳐나가는 것이 시장의 특성에 부응하리라 본다.

신동우
(주)나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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