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소(德沼)라고 하면 더 알 것 같은 남양주시 와부읍. 오래전 서울 근교의 바람 쐬러 가던, 그저 시골이던 곳이 도심과 가까운 입지 덕(?)에 거대한 아파트촌이 형성됐다. 월문리로 들어서면 한적한 전원풍치를 만날 수 있다. 그곳에 아주 멋진 계곡이 있다. 바로 묘적사 계곡이다.

묘적사? 한번 들으면 잊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사찰이름이다. 그 절집 밑으로 흐르는 계곡이라서 묘적사 계곡이라 칭한다. 그저 작은 개울이지만 볼만하다. 왜냐하면 길가에 딱 보기 좋을 정도의 폭포가 있기 때문이다.
계곡 길 따라 길 양편으로 아름드리 나무들이 무성하고 몇몇 폭포와 시원한 물줄기가 흘러 내리는 모습은 가히 아름답다. 어쩌면 기대하지 않았기에 더 감흥이 크게 다가서고 있는지도. 이 계곡물은 백봉산(590m)의 한 지류다. 백봉산은 천마산(812m)보다는 낯설지만 같은 지맥을 잇는 산. 주로 마치고개(260m)와 산행 시작점이다.
그 계곡을 따라 오르면 작은 사찰 묘적사(妙寂寺)가 있는 것이다. 백봉산 정상을 기점한다면 남동쪽 아래다. 일주문은 따로 없다. 계단을 오르면 바로 경내다. 눈길을 사로 잡는 곳이 있다. 연못과 자그마한 시골집. 누가 사는 곳일까? 요사채일까? 참 자연친화적으로 잘도 지었네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대웅전 앞에 팔각칠층석탑이 있고 좌우와 전면에 각각 1동씩 3동의 건물이 있다. 특히 마하선실(摩訶禪室)은 가슴을 쿵쾅 뛰게 할 정도로 감동적이다. 자연 친화적인 기둥. 나무 원래 모습을 그대로 살려 만든 기둥, 목재를 다듬지 않고 자연스럽게 만든 이 기둥. 국내 사찰에 구례 연기암을 비롯하여 제법 많지만, 예상치 못한 사찰에서 보니 더 전율이 이는 듯하다.
마하선실 툇마루에 앉아, 어떤 사찰일까 생각해본다? 서리서리 정성 가득한 절집엔 긴 사연이 흐를 듯하다. 무성해진 나무 이파리는 눈을 시원하게 해주고 고찰에서 풍겨내는 은은한 향취에 마음속까지 차분히 가라 앉는다. 고즈넉함이 마음속까지 청아하게 만든다.
신라 문무왕 때 원효가 무술도량으로 창건했다. 고려때 연혁은 전하지 않는다. 조선 세종 때는 ‘학열’이 180여 칸을 지었고, 남북 군영을 세워 무과시험을 보기도 하였다. 성종 17년(1486) 편찬된 “신동국여지승람”에도 기록이 전한다. 임진왜란 때는 사명대사(유정)가 승병을 훈련시킨 곳이었단다. 왜 무술도량이었을까?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일설에 따르면 이 절은 국왕 직속의 비밀요원들이 군사훈련을 하던 곳이었단다. 국왕이 필요한 사람을 뽑아 승려로 출가하게 한 뒤 이곳에 머물게 하였다. 요새로 말하면 육군사관학교 정도라고나 할까?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 끝난 뒤에는 승려들이 무과 시험을 준비하는 훈련장으로 쓰였다고 한다. 절 앞 동쪽 공터에서 화살촉이 자주 발굴되어 이곳이 당시 활터였음을 추정하게 한다. 그러나 조선 중기에는 경내에 민간인의 무덤이 들어설 정도로 고종 32년(1895)까지 폐사지로 남았다. 1895년에 규오 스님이 산신각을 중건하고, 산왕신상을 모셨다. 1969년 화재로 전각이 불에 탔고, 1971년 자신 스님이 요사채를 중건해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
분명 예전에는 사세가 큰 사찰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어떤 유적이 남아 있을까? 자그마한 마당에 있는 팔각칠층석탑(남양주시 향토유적 제1호)뿐이다. 탑 크기는 웅장하지 않지만 익숙하다. 월정사팔각구층석탑과 수종사 오층석탑과 양식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선 초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한다. 3층과 4층 사이의 체감률이 부자연스럽고 절에서 동쪽으로 30m 가량 되는 곳에 탑재가 많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본래 7층은 아니고 대략 11층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대웅전 옆 산 길 입구의 수령 300년 보리수를 지나 돌계단을 따라 오르면 굴법당이다. 돌담에 거대한 나무가 한데 어우러진 모습에 또 감격이다. 연륜을 읽는 것이다. 미련이 남아서일까? 아쉬워서일까? 이렇게 서울과 가까운 곳에, 이렇게 좋은 곳이 있는 것이 감격스러워서였을까? 한참이나 절집을 서성거리게 한다.
●찾아가는 방법:서울~양평간 6번국도 이용. 덕소 아파트 촌에서 마석~수동방향으로 이용. 고센농장과 영화촬영소가는 삼거리길에서 수리넘어고개로 직진하여 조금가면 왼쪽에 묘적사 안내판이 나온다. 1.5km정도 계곡길 따라 들어가면 오른쪽에 위치/양수리 북한강 길 송촌리 고갯길로도 들어오는 길이 있다. 서울로 길이 막힐때 이용하는 길목이다.
●추천 별미집:고센농장(031-576-4313), 전통 토종닭요리)과 산과들가든(031-577-9123)은 단체에 한해서 차량을 이동해준다. 일단 식당 외관도 멋지고 무엇보다 친절하다. 오리요리가 전문. 그외 주변에 잘 지어놓은 전원카페가 간간히 이어진다.
●Tip:묘적사에서는 매월 1, 2주에 템플스테이가 열린다. ‘껍질을 벗고서’라는 주제. 토요일 오후 3시30분에 시작을 하여, 다음날 일요일 오전 11시에 마치는 일정. 문의:031-577-1761 www.myojeoksa.or.kr.

■이신화·『DSRL 메고 떠나는 최고의 여행지』의 저자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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