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1000만 달러(약 116억원) 규모의 플랜트 계약이 성사됐으나 은행의 신용장(L/C) 매입거절로 수출대금을 못 받고 있습니다.”
“L/C를 오픈하지 못해서 기약 없이 창고에 쌓인 재고가 5억~10억에 달합니다. 며칠 후면 구매처 발주분도 입고될 예정이라 30억 규모의 재고를 떠안게 될 텐데 앞으로 자금을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이란과 거래하는 수출 중소기업 10곳 중 6곳이 지난달부터 시작된 미국의 이란 제재로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란과의 거래실적이 있는 수출 중소기업 72곳을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포괄적인 이란 제재법이 발효하면서 피해가 발생한 업체가 56%에 달했다.
아예 수출거래가 중단됐다고 응답한 업체도 31.5%나 됐다.
결제 방식별로는 신용장(L/C)을 활용하는 기업의 피해 발생률(59.7%)이 전신환(T/T) 같은 송금식 결제를 이용하는 업체(40.3%)에 비해 높았다.
수출 중소기업 가운데 36%는 이번 사태에 따른 정부의 효과적인 지원책으로 수출보험 지원을 꼽았고, 긴급경영자금 지원(18.9%)과 이란 수출거래와 관련한 교육(15%)이 필요하다는 업체도 있었다.
이란과의 거래를 지속할 방안으로는 제3국을 통한 우회수출(37.9%)이나 결제방식 변경(34.5%)을 고려하는 기업이 많았다.
중앙회 관계자는 “미국의 제재로 이란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이 보는 피해가 심각하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태”라며 “이란과 거래시 발생하는 각종 위험에 대해 수출보험에서 보장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우리나라와 이란의 교역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수출 39억9천만 달러, 수입 57억5천만 달러다. 이는 아프리카 53개국과의 교역액과 맞먹는 수준이다.
더구나 올 상반기에는 수출이 25억6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6%, 수입은 40억2천만 달러로 64.4% 증가한 상황이어서 이란 제재에 따른 수출 중소기업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란과 교역하는 업체도 2천142개사에 이르고, 수도 테헤란에는 주요 대기업인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자회사와 대우인터내셔널, SK네트웍스 등 종합무역 상사, GS건설과 대림산업 등 건설업체들이 지사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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