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엔 물안개 흐드러진 마을로…

한낮에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이 성큼 다가온 가을을 실감하지 못하게 하지만 벌써 다음주면 9월이다. ‘뜨거웠던 여름이 모두 끝났구나’ 하는 아쉬움으로 달력을 넘겼다면 다가올 빨간 날의 계획을 보다 풍요롭게 세워보자. 올해는 추석 연휴가 모두 평일로 하루 정도만 휴가를 낸다면 여느 때보다 여유로운 명절을 보낼 수 있다. 긴 추석 연휴에 가족들과 둘러볼만한 여행지를 소개한다. 한국관광공사는 2010년 9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안동의 하회마을 등 5곳을 선정해 최근 발표했다. ‘물안개가 환상적인 물돌이 마을을 찾아서’라는 테마에 맞게 경치가 빼어나면서 여유로운 곳이다.

신비한 물돌이 속 600년 정취가 숨 쉬는 하회마을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에 위치한 이 곳은 지난 7월 우리나라에서 10번째로 양동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풍산 류씨가 600여 년간 대대로 살아온 집성촌으로, 독특한 유교 문화와 아름다운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숨 쉬고 있다.풍수지리학적으로 길지로 꼽히는 하회마을은 낙동강 물줄기가 마을을 감싸며 흐르는 독특한 지형 덕에 하회라는 이름을 얻었다. 풍성한 자연환경 속에서 하회마을은 서애 류성룡과 겸암 류운룡 등 수많은 학자들을 배출해 왔다.
또 하회마을은 살아있는 고건축의 박물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여러 시대의 건축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으며 지금도 사람들이 고(古)건축물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 양반문화를 해학적으로 묘사한 하회별신굿탈놀이도 놓치지 말아야할 안동 여행의 즐거움이다.

속 깊은 역사의 물길이 휘도는‘영주 무섬마을’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에 위치한 이 곳은 마치 물 위에 연꽃이 떠 있는 듯한 형상이다. 무섬마을은 입향조 반남 박씨와 영조 때부터 세거한 선성 김씨의 집성촌이다. 마을 주변에는 낙동강의 여러 지류 가운데 하나인 내성천이 휘돌아 흐르는 전통 물돌이 마을이다.
풍수 지리학상 길지 중의 길지로 꼽히는 이곳은 아름다운 산세와 은백색으로 반짝이는 백사장, 그리고 50여 가구의 한옥들이 삼박자로 어우러져 예스러움을 한껏 자아낸다. 영주 시내에서 무섬마을로 가려면 자동차로 30분, 대중교통으로는 약 50분 정도 소요되며 마을과 유일하게 이어진 수도교로 들어서게 된다.
30년 전만해도 무섬마을에는 외나무다리가 마을과 뭍을 이어주는 유일한 길이었다. 수도교가 세워지면서 외나무다리의 기능은 상실됐지만, 2005년 복원 후 매년 10월마다 무섬외나무다리 축제의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무섬마을 외나무다리는 국토해양부가 지정한 ‘우리나라 아름다운 길 100선’ 중 하나로도 선정된 바 있다.

백운산을 머리에 이고 동강에 발 담갔어라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에도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 있다. 정선읍 가수리에서 동남천과 만난 조양강은 산협 곳곳에 여울과 소를 이루며 동강이라는 이름으로 구비쳐 흐른다.
가수리에서 영월읍 덕포리까지의 물길은 총 51km, 몸부림치듯 흐른 동강은 여기서 평창강, 주천강이 합류한 서강과 만나 비로소 남한강을 이룬다.
이 마을들의 새벽은 물안개와 산안개가 피는 것으로 시작된다. 동틀 무렵 제장마을 등의 강변마을을 찾아가면 강물 위로는 물안개가 연꽃처럼 피어오르고 눈을 들어 산줄기를 바라보면 구름들이 산허리에 걸려 절경을 이룬다.
옛날과 달리 이 강변마을들의 대부분은 다리가 놓여져 여행객들은 편하게 강변마을의 서정에 흠뻑 젖어볼 수 있다.

아홉 굽이 물줄기가 만들어낸 천담, 구담마을

전라북도 땅에서도 가장 깊은 내륙에 자리하고 있는 임실군의 천담, 구담마을은 섬진강 육백리 길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아름다운 곳이다. 봄이면 매화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가을이면 물안개가 마을을 감싼다.
고된 일을 끝내고 삽과 호미를 씻던 낮의 섬진강과 다른 이른 아침 천담·구담마을을 휘돌아 흐르는 섬진강의 풍광은 몽환적이면서도 도도하다. 해뜨기 전 펼쳐지는 장대한 운해의 움직임에 가슴이 쿵쾅거리는 것은 옥정호도 마찬가지, 운해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붕어섬은 가슴을 뜨끈하게 만들고 또 감질나게 한다.

방울모양처럼 휘감아 도는 육지 속 섬마을, 금산 방우리

충남 금산군 부리면 방우리는 육지 속 섬마을이다. 충남 금산, 전북 무주, 충북 영동이 만나는 곳에 방울모양처럼 매달려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오지마을이다. 바깥세상과 유일한 소통길인 염재에 오르면 무주의 앞섬, 뒷섬, 작은방우리까지 금강을 휘감아 도는 물돌이를 만나게 된다.
휴가철에도 사람 구경하기 힘들 정도로 적막해 사색하며 걷기에 그만이다. 방우리 습지는 멸종위기의 수달, 수리부엉이, 퉁사리, 쉬리 등 생태 가치가 높은 동식물이 서식할 정도로 태고의 신비를 고이 간직하고 있다. 9월 3일부터 12일까지 금산읍내에 가면 국내 최대의 인삼축제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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